01. 이별의 그 끝에서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우리는 이직을 위해 용기를 내었던 그 순간을 잊지 않기라도 하듯, 이력서를 쓰는 데만 온전히 집중했다.
차근차근 고용시장을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차가운 빙하 같은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원할만한 회사는 많이 없었지만, 이곳에 있다가는 회사도 나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이 들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도 부지런히 이력서를 썼고, 우리는 근거리지역일뿐더러 같은 직종이었기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워나갔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녀가 먼저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이 끝나고 난 뒤, 내게 전화한 그녀는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로 그 회사의 분위기나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등의 이야기를 했고, 그 끝에는 아직은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다고 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아직은 그 이별의 이야기가 멀리 있는 듯 하지만, 하루, 이틀.. 달력의 날짜가 금세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우리의 이별도 이렇게 금세 다가오겠지?' 라며 괜히 애꿎은 달력에게 원망이라도 하는 것처럼 달력 앞에서 '푹-'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의 마음과는 다르게 시간은 무척이나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후, 마음에 드는 회사의 면접을 본 그녀는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차장님, 회사는 마음에 드는데 사실 차장님 때문에 결정을 못하겠어요.. 저 조금만 더 생각해 볼래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녀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말했다.
"찰떡씨, 나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늘 같은 마음이지만, 아무것도 생각 말고 오로지 찰떡씨 하나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 누구보다 찰떡씨가 마음이 편해지고, 그 누구보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그러고도 약 10일 정도의 고민의 시간을 가졌고, 결국에는 그 회사로 이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리고 난 뒤, 그녀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더 소중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녀가 나보다 회사를 일찍 떠난다는 사실이 안심이 되었다.
어느새 그녀의 마지막 출근일이 되었다.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그녀가 마지막 출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이제 나 혼자 견뎌야 한다는 사실의 불안감이 마음을 옥죄여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길을 함께 걸으며 주차장까지 쪼르르 달려가 그녀를 배웅해 주며 그녀에게 무한한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꼭 안아주었다.
이제는 서로 재잘거리며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걸었었던 그 산책로도,
그녀의 온기가 담겨있었던 따뜻한 아침 도시락도,
업무를 하며 중간중간 쉬어가는 시간에 별 것도 아닌 것에 즐거웠던 우리의 웃음소리도,
이제는 그 공간에서 함께할 순 없지만, 나는 알고 있다.
회사에서의 만남은 끝이지만, 우리는 또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며 어느 하루의 시간 속에서 만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을 거라는 것을.
카카오톡으로 별 거 아닌 이야기로 메시지를 채워나가는 순간에도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그녀와의 1년 6개월이라는 여정은 내 마음속에 하나의 사진첩처럼 또 하나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