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설 이야기
톡. 톡.
사각. 사각. 사각.
언제부터였을까. 칠판과 분필이 만나는 소리에 우리들이 집중하게 된 것은.
20평 남짓 되는 사각의 장소에, 몇 십 명의 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 소리에만 집중하며 눈만 깜박이고 있는 공간.
몇 분 전까지는, 나도 저들과 같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도다.
더 이상 칠판과 분필의 마찰계수를 구한 후 교수의 손이 칠판에 가해지는 Force를 계산하여 분필의 압축력을 알아내고 그 후에 결론적으로 칠판이 받는 힘을 알아내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게 되었다.
간단하지 않은가? 단지 조금 더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면 된다.
그렇다. 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을 깨달은 것이다.
생각해보라. 이 좁은 공간에서 돼지우리처럼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풍속이 지나가던 어떤 아녀자의 치맛자락을 날리는데 필요한 힘을 구하고 있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조금만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 보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손짓을 이용해 날릴 생각은 하지도 않고, 치마가 들리기 위한 양력을 구하고 앉아 있는 저 한심한 인간들.
먼저 든 예도 보라. 단지 한번 아이스께끼를 해 보면 되지 않는가? 겨우 며칠 입은 팬티에서 나는 냄새에서의 암모니아의 구성비가 몇 %인지 알아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머리만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니. 이 무슨 시간낭비란 말인가.
남들이 몇 십 년도 더 걸려서 겨우 깨닫는 이 진리를, 나는 단지 반나절의 고요한 명상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단지 그 대가로 책상을 내 침으로 도배하게 되었지만.
한마디로, 더 이상 저 반짝이는 발광판을 달고 있는 인간에게서 배울 것은 없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더 이상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갈릴레이가 천동설이 진실로 받아들여진 세계에서 고심했듯이, 나도 저 무지한 것들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이 진리를 깨닫게 된 것.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이 진리를 알려주라는 하늘의 뜻이다.
그러므로, 나는 개척자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벌떡.
"아니, 자네. 지금 수업중이네만?"
발광판 인간의 말은 무시하도록 하자. 나에게는 큰 사명이 주어졌으니.
드르륵. 드르르륵.
겨우 몇 미터 밖으로 나왔을 뿐인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성분이 달랐다. 그렇다. 역시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런 것이다.
방금 전 상황도 보라. 교실 안에서 직접 교수에게 따지는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은 전혀 창의적이지 못하다. 겨우 나 하나만 없어졌는데, 오히려 세계의 엔트로피가 감소하였다. 이런 것이 바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이라는 것이다.
그래. 이제 진실에 어두운 무지한 사람들에게 이 해결법을 알려주자.
조금 걸어가다 보니, 하얀 종이판대기 하나가 나무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괜히 나무를 나무라며 울먹이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이 필요하다.
“어린이군, 무슨 문제인가? 보아하니 문제점에 봉착한 것 같군.”
“흑흑, 아저씨, 저기 제 연이 나무에 걸렸어요. 흑흑. 너무 높은데 걸려서 끄집어 낼 수가 없어요. 흑흑흑.”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이다. 이 문제는 인과관계를 따져볼 것 없이, 간단하 물리적 법칙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나무에 올라가 저 연을 꺼내는 방법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창의적이지 못하다. 지금 문제 상황을 자세히 잘 분석해보라. 연의 무게를 100g이라고 치고 나무의 높이를 5m라 하면, mgh=4.6N의 위치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3kN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물론 올라가는 사람의 무게를 60kg이라 가정하였다) 그건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어린이군. 오천원이면 되겠나? 이걸로 다른 연을 사도록 하게나.”
어린이는 울음을 그치고 내 손 앞에 높인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리고는 해맑게 웃으며 내 종이를 뺏어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라진다.
보라, 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을. 실제적으로 보면 돈이란 것은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므로 돈의 유통을 원할히 하면서,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도 막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이 아닌가! 아니, 뭐라고? 그럼 돈을 잃게 되는데 그건 어떻게 하냐고? 금방도 설명했지만 돈은 원래 공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한번 내 손을 떠나면 약 78시간 41분 30초 후에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주변의 변수를 적용하지 않은 일반 방정식에 의거하여 나온 계산이므로, 때때로 오차가 나올 경우가 있다. 뭐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돈은 교실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안경잡이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므로 무시하자. 어차피 그 교실에 있는 생물들이란 종이 한두 장 쯤의 오차는 오차범위 이내로 잡고 있기 때문에 별 상관없을 것이다.
첫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 후에,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야이 시베리안 허스키야 죽고 싶냐? 이런 개나리가.”
“뭐 이런 새빨간 신발색이. 족도 아닌 것이 질알하고 자빠졌네.”
이번에도 단지 간단한 화학적 법칙으로 해걸할 수 있다. 계 내부에 존재하는 두 입자의 충돌 시, 탄성계수는 0<X<1 사이에서 두 입자의 상태가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탄성계수가 1에 가까우므로 주변 입자에게도 에너지 전달이 용이한 상황이다. 보라. 벌써 주변 입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역시나 조금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이다. 촉매를 써서 두 입자의 반응속도를 낮추면 간단한 일이다.
“엇, 경찰이다!”
순간 두 입자는 반응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하지만 이 촉매는 오래가지 못할 테니 그다음에는 다른 변수를 첨가하여 반응속도를 낮추도록 하자.
어디보자, 이번에는 더 강한 반응도를 보이는 입자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두 입자의 반응도를 묻히게 하여 보자. 이른바 반응성 가림 효과인 것이다.
“으르릉, 월! 월! 월!”
“으아, 개다!”
“난 개 싫다구! 이씨, 저리가! 젠장. 너 나중에 두고 보자!”
“누가 할 소리! 나중에 만나면 넌 죽었어! 오늘은 여.., 제길! 엉덩인 물지 마!”
보라. 순식간에 감소하는 엔트로피의 변화량을. 변수를 제시한지 단 몇 초 만에 계의 반응도가 0이 되었다. 이런 것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이지 않겠는가? 잠깐, 여기서 개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했던 돈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애완동물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는다. 주변을 보라.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의 진리를 깨닫고 나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 모두 나의 가르침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내 몸의 시간당 젖산 생산량이 시간당 ATP의 소비량을 넘어섰기에,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어야 할 것 같다. 그만 돌아가도록 하지.... 음?
빵. 빠앙. 빵빵빵!!
“아으, 저 자식 초보냐? 얼른 안비켜? 가뜩이나 막히는데 더 막히게 하고 있네!”
저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 같군. 오늘은 저 문제까지만 해결하고 가볼까.
이번 문제는 오늘 들어 가장 어려운 문제인 듯하다. 하지만 역시 창의적으로 문제를 생각해 보면 그만일 것이다. 일단, 문제의 원인을 중점에 두고 분석을 해 보자. 문제의 원인을 보면 도로 중앙의 한 초보 운전자의 서툰 운전 실력으로 인해 움직였다 섰다를 반복하게 되고, 도로를 한 구간으로 봤을 때 초보 운전자가 일으킨 정상파로 인해서 실제로 뒤에 있는 운전자들이 더욱 더 큰 파동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파동의 원인을 제거하면 될 것이다.
“경찰 아저씨, 저기 저 차 말인데, 저기에 왠지 수상한 사람이 타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정말입니까? 한번 확인해 봐야 겠습니다.”
“삐익.삐익.삐익. 0000번 차, 인도쪽으로 차를 대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하게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여 원인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였다.
빵. 빠앙. 빵빵빵!!
빵. 빠앙. 빵빵빵!!
빵. 빠앙. 빵빵빵!!
하지만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조금 더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그렇다. 이럴 때에는 역시 충격 요법으로 인한 자극법이 최고로 효과가 있다. 저기 저쪽 졸고 있는 사람을 이용하면 간단할 것 같다. 반응속도를 최고로 높이면 잠시 들썩이겠지만, 금방 잠잠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인 것이다.
“아저씨, 지금 파란불이에요!”
“음냐, 어어, 어?”
부웅. 쾅.
쾅.
쾅.쾅.
쾅.쾅.쾅.쾅.
성공하였다. 모두들 문을 열고 금방이라도 반응할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뒤는 아주 쉽게 예상이 가능할 것이므로 생략하겠다.
물론 문제는 해결되었다. 매우 창의적인 방법으로.
한단설, 200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