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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우 Feb 04. 2022

어디서나 만나는 티무르의 위용

중앙아시아의 풍운아를 영접하다

#6. 어디서나 만나는 티무르의 위용



살고 있는 대구에서 차로 1시간만 달리면 가닿는 경주는 언제나 경이롭다. 셀 수 없이 가도 새롭기만 한 천 년 고도의 도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나를 푸근하게 환대하는 '신라인의 미소'와 더불어, 거리마다 삼국 통일의 용장 김유신 장군의 얼이 느껴지는 유적이 즐비하다.

반면 부여를 가 보면서 깜짝 놀랐던 일은 황산벌의 전사 계백 장군의 얼굴을 질리도록 본다는 점이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잊을 만하면 또 나타나기를 끝없이 반복하다 보니 아, 여기는 계백의 후예들이 사는 땅이구나 하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세뇌당한다. 

이처럼 여행을 다니다 보면 도시를 대표하는 인물을 통해 그 지역의 유구한 역사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슈켄트에서는 아무르 티무르를 어디서건 만난다. 



멀리 아무르 티무르의 동상이 보인다



15세기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던 영원한 패자. 어슴푸레 들어나 봤던 그를 현지에서 영접할 기회를 얻다니, 저 멀리서 말을 탄 그의 위용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내 가슴도 덩달아 뛰기 시작한다. 칭기즈 칸의 후손으로 직계가 아니면서도 세파를 헤쳐 왕위에 등극한 그는 이란과 중앙아시아, 멀리는 인도 북부까지 뻗친 제국을 건설한다. 그 영토의 한가운데에 타슈켄트가 있다.



아무르 티무르 광장에 들어서자 멀리서 그의 동상이 보인다. 가까워질수록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늘을 향해 뻗친 그의 오른손이다.



중앙아시아 패자의 위용



고교 시절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을 때면 꼭 우리는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지금 보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당시에는 왠지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와 질풍노도 시기에 어울리는 반항기가 적당히 버무려진 사진각쯤 되겠다. 그러나 티무르가 펴 든 오른손에는 한없이 장쾌하면서도 근엄한 군주의 기운이 서려 있다.  으르렁대는 오스만튀르크를 왼쪽에 묶어두고 페르시아를 거쳐 중국 원정까지 자유롭게 꿈꾼 그를 품은 우즈베크. 그 장엄한 풍채를 새긴 동상은 우리도 한때 제국의 중심이었다는 그들의 자존인 양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박물관 앞 분수대. 숨이 턱턱 막히는 광장을 시원하게 만든다



아무르 티무르 박물관 전경



이제 우리 가족은 티무르를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광장의 중심에 있는 그의 박물관에 가 보기로 한다. 우즈베크에서의 첫 박물관 여정이다. 겉만 보면 마치 레슬링 체육관 같다. 그래도 지붕 색깔만은 티무르가 그렇게 좋아했다는 청색이구나. 45도 열기를 식히는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데 바로 마셔버리고 싶을 만큼 목이 타는 거리. 이미 더위에 지쳐 뒤처진 막내가 터벅터벅 따라오고 해맑은 우즈베크 청년들은 눈웃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인사하는 우즈베크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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