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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우 Feb 05. 2022

코란을 처음으로 알현하다

단 사진을 찍을 때 유의할 게 있다 

#7. 코란을 처음으로 알현하다



티무르 박물관 내부는 돔 형태의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에는 크리스털 조명이 켜져 있으나 왠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게다가 그 넓은 공간을 둘러보는 관람객이 우리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세 명의 우즈베크 인들이 삼각 편대처럼  앉아 있었다. 박물관이니 큐레이터 들일 게 분명할 터. 그런데 돌아다니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쳐다보고 있으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방인의 방문이 신기한 건 알겠는데 쓰리 쿠션 튕겨 나오듯 다가오는 시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아마도 우즈베크를 대표하는 대제의 빛나는 길을 우리가 얼마나 경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박물관 내부를 경건하게 밝히는 크리스털 조명



역시 막내는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없이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만져보고 걸터앉기도 하면서 엄마의 사진기로 이곳저곳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한 명의 큐레이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이쪽으로 와 보라는 것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무엇을 잘못한 걸까. 좋다, 내가 해결 하마 하고 그에게 다가섰다.

우리가 들어서던 내내 무표정이었던 그가 내게 자상한 웃음을 하며 손짓 발짓으로 무언가 설명한다. 아하, 알겠다. 박물관 내부를 찍으려면 추가 경비를 내야 한단다. 사진기 한 대 당 10,000숨.




사진기로 찍나, 안 찍나.

그제야 그들이 우리를 주목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관람료 안에 그걸 포함시키면 될 텐데 굳이 별도로 받는 게 의아했지만 기꺼이 내며 우리는 마구 사진을 찍었다. 이때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박물관의 내부 사진 촬영비를 별도로 물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지의 여행지에서는 무지가 곧 리스크다. 현지인과 이방인의 불필요한 오해의 씨앗이기도 하다. 경비를 치르고 나니 삼각 편대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져 있다.



쳐다보는 모든 게 신기하다


대제의 업적을 기록한 조형물과 장식이 신비롭다. 그를 모시는 신하들의 그림도 있는데 차림새를 보면 영락없는 이슬람이다. 그렇다, 여기는 예나 지금이나 이슬람 국가다. 사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슬람 국가를 직접 가보고 싶다는 거였다.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 국기에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그려져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하다. 공포의 IS가 우즈베크 바로 아래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하고는 있다지만 대체로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이슬람 역사문화가 고스란히 숨 쉬는 도시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티무르 박물관의 지붕은 그가 쓴 왕관 모양과 같다



그런데 우즈베크 현지인들의 차림새를 보면 전혀 이슬람적이지 않다.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으니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히잡을 쓴 여성도, 터번을 두른 남성도 잘 찾기 어려웠다. 자유롭고 활기가 넘치는 거리에서 청년들의 표정도 매우 밝다. 이슬람의 꽃을 피운 옛 문화와 현대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역동성이 잘 어우러진 나라라고나 할까.

그런 우즈베크 역사의 중심에 티무르 황제가 있다. 이란·이슬람 문명이 중앙아시아로 들어오는 역할을 톡톡히 한 그의 박물관 한 켠에는 대리석으로 다듬어 올린 거대한 코란이 유리상자에 놓여 있다. 7세기에 쓰였다는 진귀한 보물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생애 최초로 코란을 알현한다.



이슬람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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