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이너바이젠'을 듣는 이유

이름 불러주기

by 어뉘

그대가 세상에 관대하다 해서
손가락 끝에 박힌 가시에도
그렇다고는 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소하게 상처를 받는 까닭은
사랑이 그에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말을 달리 하면,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대가 관대한 까닭이
그로부터 상처 입을 걱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뜻도 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그대는

그대를 아는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


길 위에 선 그대를 아껴줄 사람은,
우연히 그대 옆에 있는

아무도 아닌 누군가일 겁니다

감정적인 의무가 없는

사람들 곁에 있을 때

소외감이 그대를 휩싸겠지만,

그대가 몰라도 좋은 사람이

그대가 사랑하건 말건

그대에 대한 사랑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치기'와 '연민'과의 차이랄까요,

먼 훗날 '그랬어'로 추억하는 것은
'그랬으면'으로 추억하는 것과는

아주 다를 겁니다
전자로 추억하는 것을

비난할 사람은 없지만,
그대가 주위의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시작과 끝이 선명하지 않은

그런 사랑을 우리가

종종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그대도 알게 되는 것이겠지요

**


다시 '치고이너바이젠'을 듣는 이유는
삶이 가진 애증을 담은
'그림'이 좋기 때문일 겁니다

아픈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지요


**


문 밖의 동짓달 북풍보다
문 틈새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집니다

**


이제,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과거에서 돌아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비웃을 때도

그대가 늘 사랑해 온 것을 압니다

그것이 그대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사람은 점차 낡고 헤져도
사랑이 사람을 따라가지 않기에

우리는 단지 사랑 곁에 머물다 가는 걸
이제, 아니면, 곧 그대도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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