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그러나 온전한 대화

이름 불러주기

by 어뉘

커다란 책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갓 입학한 초등학생은 아닌 아이와 아빠가 책을 고르고 있다.


"읽는 게 모야? 만화네?"

"...!"
"재밌어?"
"...!"

"누가 보는 거야?"

"내가 보는 거야."

"아닌 거 같은데. 우리 신서는 책을 잘 안 읽는데?"
"이건 재밌어! 아빠는 저리 가."
"햐아! 이상하다. 너 맞아?"
"그럼, 나지, 뭐야? 아빠, 바보 아냐?"

"너는 어디 있는데?"
"여깄잖아."
"어디?"
"여기."
"거긴 네 가슴이잖아."
"아니, 여기 말야."
"거긴 네 얼굴이지. 네가 어딨냐구."

"아니, 이 속에 있다니까."

"야, 거긴 네 속이지 너는 아니잖아. 너, 너 말야?"
"아빠는 바보야, 뭐야. 진짜, 내가 여기 있다니까. 그럼 아빠는 어딨어?"

"나?"
"그래, 아빠 말야. 아빠는 어디 있냐구."
"네가 보구 있잖아!"

"...! 아빠, 이제 다시 물어 봐."
"싫어. 내 흉내 낼려구 그러지?"
"빨~리! 아빠, 미워!"
"좋아, 너는 어딨어?"
"으응, 내가 어딨냐구? 지금 아빠가 보구 있잖아! 우히히히!"
"뭐, 내가 보구 있는 게 너란 말야?"

"그럼, 아니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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