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누군가를위하여 I
사랑 44
사랑을 앓는 까닭은
기실 사랑을 하기보다는
사랑을 받으려는 때문이다
사랑받는 이가 흔히 갖는
심리적 함정에 빠져
그 사랑의 객체인 자신을
주체로 착각하는 것이다
어떤 사랑이든
그대가 아픈 것은
결국, 받는 사랑에
함부로 익숙해진
마음의 앙갚음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는
도저히 자신의 사랑에
익숙해질 수 없는 법,
(그대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직 사랑해본 적이 없는 탓이다)
사랑에 가슴 졸일 이유가 없으며,
거기 아픔은 끼어들기 어렵다
삶의 모순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치장해야 하는 까닭이다
<누구의 사랑을 받을까>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오늘, 누구를 사랑할까>라는 여유가
그대 자신을 자유롭게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