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쓸데없을 수 있지만
하던 사랑을 하지 않는 데는
늘 이유를 마련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없애거나 고쳤다고
사랑이 되돌려지지 않는다
그와 그대 사이에
남은 게 있다면
사랑이 감친 정(情) 일 테다
심로(心路)만 따라가도
달콤한 맨 사랑에 비해
정이라는 것은 낭만이
손을 털고 나간 사랑이다
오롯이 믿지 못하는 사랑에
생각을 앞세워야 하는 사랑인데,
곧잘 피곤해지는 것은
심려(心慮)가 필요한 탓이다
아, 심려라니, 때로
정까지 묻어버릴
가슴속 앙금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