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그대가 지나갔다고 여겨도
시간 연속성을 파악할
타임라인이 없는 두뇌는,
상상과 현실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도 올바르게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마치 사랑이 그렇듯이
현재를 사는 거다
추억이 실제로
그대를 아프게 한다면
두뇌가 추억을
현재로 보는 덕분이다
때로 잊고 싶은 무엇을
망각하라는 그대의 명령을
두뇌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그 명령이 힘없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밖에 없는
현재를 끌어안고 자폭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그대의 호소에
두뇌가 당황하기 때문이다
무시로 알려줘야 한다, 지났다고
**
두뇌가 시간을 잘 모르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젊음이란 말이, 기실
불확실한 미래의 동의어라는 것을
맨몸으로 깨달아가던 그때를
다시 겪고 싶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온전하지는 않겠지만
추억하는 것은, 그래서,
그대의 젊음을 유지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선가, 혹시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은,
가질 수 있는 게
추억밖에 없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닐까
**
생각이 비과학적이거나
비논리적이라 해서
생각이 아니랄 수 없는 건
다행이다
보통 그것을 창의(성)라고 한다
추억을 현재로 착각하는
철없는 두뇌의 수고 없이
창조가 가능하겠나 싶은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