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야스퍼스의 '한계상황'과 함께
거개는 자기 외적인 존재와
죽음 같은 것들을 거론하는데,
그것이 삶 자체에 견주면 지엽적인 이유는
대체로 '내' 의지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젊음을 떠올리는 것이
생뚱맞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적 '한계상황'은 억울함이다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려도
'나'를 벗어나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음이
바로 한계상황이 아닐까 싶은 거다
대체로 그대가 갖는 억울함이란
인간에게 바라는 것을 가진 채
체념을 배우지 않은 그대의 젊음 탓이다
그 한계상황을 인식한 인간이
억울함을 도구로
그대가 속한 세상을 조각해온 것이다
젊음이 가진 애매함이
그대의 속을 긁어도,
모든 세대의 젊음이 그렇게
억울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함께,
그저 삶을 보내는 이들은
억울함을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감출 수 없는 위안이 될 터다
분노와 좌절, 혹은 억울하다는 것은
그대가 기꺼이 삶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삶을 정열적으로
살아낸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