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에는 차갑게
(코로나 백신 1차 예방접종을 하고
몇몇 곳에 가난한 통증을 느꼈는데,
누구는 닷새를 앓고, 누구는 입원하고,
누구는 흔한 접종 주사처럼 지나갔다면,
그 중간 어디에 있는 내 몸의 통증은
행복의 소재가 아닐까, 우연과 사소함이)
"행복한 집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집은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
톨스토이가 그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으로 내세운 것은,
소설의 내용을 차치한 채
말 그대로 이해하고
만족해도 될 듯하지만,
달리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서
지나치게 인색한 반면,
불행에는 너무 관대하다"
항상 위(胃)를 채워야 하는
삶의 속성 그대로 쉼 없는
불행이 불가피한 반면, 행복은
안고 있는 불행을 지우고
덮을 정도로 힘이 센 만큼,
늘 짧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보는
우리의 편향된 시각과
대체로 같은 궤를 이루는데,
예를 들어, 사랑하지 않아야 할
모든 이유를 들이댄다 해도,
사랑에 빠지는 힘에는
이길 수 없는 것과도 통합니다
디즈니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Lived happily ever after!'라는 자막이나
내레이션으로 맺는 것은, 당신이
이미 모든 것을 덮는
사랑의 힘을 알고 있다고
상정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톨스토이는 불행의 이유가
제 각각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그 불행의 이유를
수시로 만들어 내는 탓이지 않나 싶습니다
불행에, 우리가 너무 관대한 겁니다
무엇에든 익숙해지는 데에
몸을 사리지 않는 우리는
더 나은 행복을 위한다며
불행을 찾아내느라
바쁜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우리가 가진 행복은, 현실적으로
<단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일 때가 많은데,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즐거움을,
그래서, 마구 붙잡아야 할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