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한계상황 2
오늘의 삶은 대개
'내' 삶처럼 보이는
타인의 것이며,
마지막이자 처음이어서
서툴 수밖에 없는 삶은
틀에 갇힌 의미 모를 그림
한 점 정도로 남는다
('타인의 삶'이 되는 것은,
길 위의 걸인이
그의 꿈이어서
걸인으로 사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이,
그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대의 삶이 주위 환경에 맞춘,
또는 유무형의 강요된 선택으로
주어진 결과라는 것에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대개 그대 같은 타인이
그대처럼 사는 것과 같다
있을까 싶지 않지만,
꿈 그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꿈처럼 살 수 있는 그대라면
이 한계상황에서 제외한다)
그대가 겪는
이런 삶에 사랑을 담고
삶을 배경으로 삼으면
배타(排他)적이 되며
사랑은 단맛을 낸다
삶을 그대로 두고
사랑을 배경으로 두면
사랑은 쓴맛을 낸다
감춰지지 않는 치기(稚氣)가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거다
실제로 그대의 사랑이
어떨지, 어떤 맛을 낼 것인지는
모르는 것이 즐겁겠다
흔히 쓴맛을 알아야
단맛을 제대로 안다니 다행인데다
달든 쓰든 어쨌든 살아낼
그대의 삶을 위한 핑계 하나 정도는
더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