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똥이다

이름 불러주기

by 어뉘


우리를 '심쿵'하게 만드는

'훈남, 훈녀' 앞에서

가슴을 가라앉히기에 좋다

손깍지 끼고 앉아 그대를

함부로 바라보는 인간 앞에서

얼굴빛을 바꾸지 않기 위해서 좋다

그들만의 국민을 갖고 있는 듯한

정치 잡배의 흰소리를 들을 때 좋고

굳이 배려라며 그대를 긴장시키는

모든 인간 앞에서 좋다


자신의 인간성이 아니라

세상이 그들에게

우연히 부여해준 가치를

고상함으로 알고

그 가치가 가진 시각으로

우리를 대하는 그들에게는

씩, 웃어준다


뒷간에 앉아 무릎 아래까지

속옷을 내리고

세상의 고민은 모두 가진 듯한

엄숙한 얼굴을 한 채

냄새 풀풀 나는 똥을

항문에서 밀어내는

그들의 모습을 머리에 그리는 거다


사르트르나 보봐르가

살아서 누었던 똥이

철학이나 사색의

결과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이 철학적,

또는 문학적 향기를 풍기거나

고상함이든, 혹은 미모로서

우리를 잠깐 아득하게 해도

그들의 똥에서

고상한 냄새가 나는 일은 없다

아무리 향수를 뿌려도

향수 뿌린 똥일 뿐이다


작가 안도현이 말하듯,

문화의 틀을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질 때가 아니면

우리의 코에 고상한 똥냄새는 없다


하는 일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생각해야 할 것이 다르다 해도

모두 먹고 자고 싸다가

때가 되면 죽는다


'위(胃)'를 갖고 있는 한

우리는 똥을 싸는 인간이다

우리에게 온전한 고상함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쓸데없는 기대에 따른

인간에 대한 혐오로

자신을 피곤하게 하지 말자


(요 며칠 화두가 된 문학예술계의

인사들이 보인 졸렬한 남성성은 한심하다

그들이 비난받는 건 당연하지만,

그들이 가진 후광을 '별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을 우리 자신을

먼저 위로해야 하지 않나 싶어 한 마디...)









매거진의 이전글사실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