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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Nov 18. 2020

그대를 품평한다, 어쩔 건데

생각편의점

그대를 품평한다, 어쩔 건데



어제와 다른 오늘의 그대가

품평의 대상이어야 할 듯하지만,

'어제와 똑같다'는 품평도 있는 걸 보면

우리는 그대의 꾸밈과 별 상관없이

'뜬금없이' 품평*을 하며 산다


그 '씹어댐'이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가 가진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재미를 우리 스스로, 

그리고 온전히

버릴 수 있겠냐는 것엔 회의적이다

겉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인간을 애정하고 있다 해도

품평을 멈출 만큼 재미있는 삶을

버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의 품평을 받고,

흐뭇하지 않다고 해도

품평하는 그를 비난하는 것엔

상당한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


어제를 잊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도 

그대의 어제를

잊지 않았다고 비난할 수 없다


따라서, 

하다 못해 집 앞의 

편의점을 가기 위해 걸친

사소한 모든 것들마저 

품평의 대상이 된다 해도

'그래서 뭐, 어쩔 건데!' 

하는 대범함(?)을

갖지 않으면 곤란하다


오히려, 그대가 때때로 

'사람이 늘 한결같다'는 말을

듣고 있는 모범시민이어서

품평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면,

세상이 그대에게 관심이 없는 

것일 수 있다는 씁쓸한

함정을 기억해야 할 듯싶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존재에는 나름의 

가치가 주어지는 법이며,

품평은 그 확인서다


보이는 모든 것에 

호오의 품평을 하면서, 

시쳇말로, 타인의 품평에 

'발끈'하는 것은, 한 마디로

그대 자신이 그대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며, 

그대 자신을 직시하는 데에

그대 자신보다는 

그를 먼저 인식해야 했던

자존감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그는 그대를 

그의 눈으로 본 것뿐이다

우연히 보인 것도 아니고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보이도록 해 놓았다면, 

보인 대로 즐겨야 하지 않을까


그게 진짜, 자존감인데,

나는 그러는 그대의 모습을

신선하다거나, 사랑스럽다고 읽는다






*악플과는 구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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