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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Dec 02. 2020

늘 하는 이야기

생각편의점

늘 하는 이야기



문득 영화나, 드라마의 인물에게 우리가 흠뻑 반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그가 우리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사랑을 하고, 

자기가 죽이고 싶은 '놈'을 함부로 죽이고 후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존심 덩어리로, 판단을 잘 못해도 행동 자체에는 허점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캐릭터가 '영구'라면, 누구든 그가 영구가 아니라고 할 수 없게 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는 우리를 사랑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대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누구에게든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사람(Entertainer)에 머뭅니다


다시 말해, 보여주는 데에 익숙한 그는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에게 빠진다면, 대개 그의 그런 태도 때문이라는 겁니다


흔히,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인물의 모습에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이며, 우리는 그렇게 

'나'로 인해 아무런 동요를 하지 않는 이에게 다양한 형태로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러나, 그건 우리에게 그가 주인공일 때까지입니다 

우리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닐 때까지라는 이야깁니다

우리가 그의 세계에 뛰어들어 우리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우리는

그가 그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이렇게 '자주' 묻게 될 겁니다


"뭐 해?"


배우 멜 깁슨이 그랬다고 하지요

"연기는 거짓말과 같은 겁니다거짓말을 잘하는 기술이지요. 

 나는 감쪽같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돈을 벌어요.*"


결국, '내'가 주인공인데, 그가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우리 앞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지, 우리는

무시로 소외감을 느끼며, 쉽게 그를 알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게 될 겁니다 

사실, 그런 그의 모습에 빠진 게 우리 자신이었단 것은 잊고 말이지요


늦더라도 그때, 사랑을 하려면 크게 별 볼 일 없어도

나를 마주 보는 이에게 빠져야 할 이유를 깨닫는다면, 우리가 조금 큰 겁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가 아니면, 그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대를 사랑하는 나는, 그다지 매력적인 인간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대가 사랑스러워, 오히려 함부로 그대를 바라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에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데에 적합하게도 나는,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대신,

그대의 매력을 찾아 즐기는 데에 재미를 느끼며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기 쉽습니다

그대 역시, 그대가 사랑에 빠지는 데에 그대 자신의 매력을 고려한 뒤

사랑에 빠지지는 않겠지요 함부로 시작되는 게 사랑이지 않던가요

그게 두 사람만이 갖게 되는 역사의 시작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그대의 매력을 찾는 것마저 품평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면, 

그 볼멘소리 자체 역시 그대의 나에 대한 품평이므로, 

나는 '발끈'하지 않을 각오 정도는 늘 하고 있을 겁니다)





*Acting is like lying. The art of lying well. I'm paid to tell elaborate lies. -- Mel Gi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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