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어쩌겠어요

생각편의점

by 어뉘

달리 어쩌겠어요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 것이나

뉴턴이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나

그것을 깨닫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을 신기하게 한

대개의 발견이나 발명이

실패나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요즘의 우리에게 시시하는 것은,

그 발견이 없었어도 우리의 삶이

멈추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마치 우리가 없었어도

우리가 없다는 건

아예 생각하지도 않으며

요즘을 사는 누군가가 있었을 테니까요

내가 사는 데엔

나만 있으면 충분하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없는 길이라는 건

내게 길이 아닌 겁니다

'가지 않은 길'이

내 길이 아닌 까닭을 다시 쓰면,

더 이상 그 길이

불가역의 삶을 사는

현재의 내게

삶에 의미가 될 수없고

그 길이 아닌 이 길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 위의

욕구가 늘 현재를 기반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삶이 '나아졌다'는

판단은 대체로 부적절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달라졌다'는 것이

제대로 된 해석이며,

적절하다고 봅니다

삶은 같은데,

그 모양이 달라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삶이 어렵다는 소리를

계속 떠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그런 태세이긴 합니다만,

우리 자신은 어느 시대이든

더 행복했던 기억이 없지만

제삼자의 시각으로는

잘 사는 나라'로 본다지요


하지만 우리는 어느 시대이든,

1970년대의 살이도 그렇고

2025년의 살이에서

어느 정도 부족을 느끼면서

늘 해왔던 푸념과 함께 삽니다


컴퓨터와 휴대폰, 김치냉장고,

자동차가 흔해졌다고

삶은 나아진 것이 아닌 겁니다

모든 세대는 그 세대를 관통하는,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일관성을 하나쯤 갖고 있습니다


요즘 참, 살기 좋아졌다고,

너희들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는

한심한 소리를 하는 꼰대는,

당면한 우리 시대의 삶이

저열과 우월을 가를 수없는

부작위의 당면성을 갖고 있어서

자체가 '나아진 게' 아니라

'달라진 걸' 모르는 겁니다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우리가 그걸 이해해주지 못하면,

달리 어쩌겠어요

오래 살 우리가 참아야지

이 세상은, 어쨌든,

오래 살 사람의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도 훗날,

살 날이 넉넉한 이들에게

'나 때는'이라며 자신의

화양연화를 자랑하려는 듯

살지 않으면, 달리 어쩌겠어요


하지만 그 화양연화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나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추억하게 되는

어느 한 때일 겁니다


눈가가 촉촉해진 그가

우리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당신밖에 없다'라고 털어놓는 말에,

자신의 모습을 그의 눈 속에서 보며

느꼈던 달콤함을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일상에서의 모든 '나'는

화양연화를 생각하는 순간

비루한 현실을 떠올리겠지만,

언젠가 그 비루함을 추억하는

그 자체도 화양연화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삶의 어느 한 때이든

그때를 건너지 못했다면

현재가 없는 것처럼,

우리는 매 순간을 엮어서

삶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현재가,

내일도 모래도 같은

화양연화의 소재인 건데,

우리가 그걸, 달리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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