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의점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와
격렬히 싸우고 있는데, 몸이
이길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게
우리가 겪는 감기일 때,
통증이란 건
우리 몸이 망가졌거나
망가지고 있다는 하소연입니다
그 원인의 제거에 앞서,
진통제는 말 그대로 그
고통을 없애주는 겁니다만,
그걸 쓸 때는 고통이 온전히
사라질 것으로 여겨질 때
사용해야 합니다
그럴 수 없는 데 사용한다면
말 그대로 오용에 가깝습니다
내란불면증으로 의사 처방에 따라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수면보조제와,
"이건 왜지?" 싶었던
초기 우울증 약을 받았는데
그들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은
약을 오용하지 않고,
몸이 제대로 복구되기를
바라는 것이긴 합니다만,
증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잠시 유예하는 정도여서는
그 약의 효능을 잃는 때가
거침없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심정적으로는 내란세력에 대한
비난이기도 합니다만
같은 통증이라고 해도
오히려 진통제 덕분에 고통이
더욱 격렬하게 느껴지게 되고,
마약처럼 중독은 아니지만
그 약에 매달리게 되고 맙니다
그리고, 한 알로 충분했던 진통이
한 주먹의 약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게 되면, 죽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진통에 따른 스트레스가
진통보다 더 나쁘다고 판단되면,
필히 진통제를 써야 합니다
고통을 회피할 길을 찾아낼 테니까요
자신의 삶을 고의로 멈추는 것,
말하자면, 죽음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는
통증 자체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거침없이 다가오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죽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진통제는
생존 가망성을 보이지 않는 이의
안녕을 위해 써야 합니다
남은 게 고통밖에 없는 이에게는
오용이란 게 의미가 없으니까요
제 삶을 시작하는 아이 때문에 겪는
여성의 진통은 너무 불합리적이지만,
그게 우리가 영원을 사는
현실적이며 실질적 방식입니다
물론, 그 진통을 거부하는 것이나,
불상의 원인과 이유로
그 진통을 겪을 수 없는 것도
우리 삶의 일부로 존재하며
진통이 의무일 수는 없습니다
의무라면 거부해야 하는 것이지요
왜 그래야 하나 하면,
삶에 고착된 의미를 두면, 그것에
얽매여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시간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
우리가 흔히 쓰는 이 응석의
당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되새기는 의미에서 말하면,
우리는 진통과 함께 태어납니다
내가 직접 겪지 않은 그 진통은
이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어미가
괜히, 그리고 오로지
나를 위해서 겪은 최고의
이타적 희생이라고 봅니다
우리 자신의 주어진 삶에
겸손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와 달리 이 사회에는 별로
겸손할 필요가 없지만 말이지요
오용은 살려는 이에게만 있을 수 있는
일종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나 생리적으로도
전혀 오용이 없다면, 거칠게 말해,
당신은 죽어가는 것이 됩니다
가슴을 절절 끓였으나
이루지 못한 사랑을 했다거나
수년을 매달렸지만, 아직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거나
그 질긴 생명력에 반해
바퀴벌레에게 쇳가루를 먹이겠다고
써버린 시간에 오용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시간의 오용에 가깝습니다
"C'est la vie!"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때로 웃거나
화를 내거나 즐거워하는 건,
어떻든, '나'를 나답게 쓰면서
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모든 것에 초연한 어른이 되어
나를 쓰는 데에 오용이 없다면,
그건, 위에 썼듯, 죽어가는 겁니다
혹자는 어른다운 초연함에
당신을 완벽한 인간이라며
호사스러운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사실 완벽한 당신이라면, 신이 그렇듯,
우리와 같이 살지 않을 겁니다
완벽한 인간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당신의 불완전함을 반증합니다
인간의 생존 의지는 그가
고통을 겪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봅니다
영리한 당신이 때로
<인생고해>라고 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주어진 현실을
체념하는 자조로 보이지만,
제대로 살고 싶다는 각성일 겁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생각을 하든 그런 당신은
더 잘 살고 싶고, 지금보다
더 낫게 살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무엇을 겪었든,
울고 있는 당신에게서 나는
동정이 아닌 애정을 느낍니다
사랑을 오용했든 시간을 오용했든
당신은 그 눈물로써
자신을 울게 한 그 무엇을
이겨내겠다고 외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천년을 살 것처럼
삶의 무게에서든 삶 자체에서든
고통 앞에 무람없이 고개 숙이고
자신을 다독이며 오늘을 사는
당신이면,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