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의점
누가 뭐라든, 당신이
'나 좀, 사랑해 줘'라고
내게 조른 적이 없고
나로서도 별다른 예고 없이
품게 되는 게 사랑이니까,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이
당신과는 무관합니다
사랑을 즐길 줄 아는 덕분에 -
사실은 그걸 깨닫는 데에
대가를 크게 치렀는데 -
당신을 가지려 하지 않아도
당신의 사랑스러움과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즐겁습니다
스쳐가는 수많은 당신의
구두 뒤축을 잡고 싶었던
적은 없었고, 대개는 내가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이 거의 없었는데,
어쩌다 당신에게서는
사랑받고 싶었던 적도 있지요
그 바람을 해결하려면
사랑한다고 말하게 합니다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이뤄지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연설이든 강의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제 이야기만 하는 건
듣는 이를 지루하게 만든다'는
헬렌 컬리 브라운의 지적이 아니라도,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앞으로 사랑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연습이라도 해 봐"
지나가는 말처럼 재촉하는 겁니다
그렇게라도 내뱉은
'사랑해'란 말은
아무리 잘못된다고 해봐야
말뿐이 아닌 게 되는 것인데,
그 말이 오히려 그 자신의
사랑을 열게 만들 겁니다
우리가 가진 언어는
자기 최면에 따른 확증편향을
유도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거나
플라세보 효과라거니 하는 것들은,
서로 다른 점이 없지 않지만
그 심리가 가진 주된 경향은
'내가 하는 행동이 나를 만든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보입니다
사랑이란 말은 흔히 쓰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쓰게 되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말을 내뱉는 것은
자신을 던져버리는 느낌이니까요
그러나, 자주 쓰는 말이 아닐수록,
내뱉기가 쑥스러운 말일수록
내뱉은 그 말을 떨쳐내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깊은숨 한번 쉬고
그래도 나쁘진 않다 싶어지는
합리화가 이뤄지기 쉽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게 해야 합니다
지나가는 말로서가 아니라
당신의 눈동자 속에 보이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수시로 말하게 해야 합니다
그가 당신을 사랑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내'가 행복해야 하니까요
내뱉은 어떤 말이든,
여기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전과는 달리
그의 사랑스러움을 찾으려
눈을 크게 뜨는,
우리가 그런 동물입니다
듣는 이도 그 말을 들려준 당신이
왠지 그 이전보다
사랑스럽게 보이게 될 겁니다*
그렇게 사랑스러움을 찾으면서
당신이 그에게 처음이라는 것,
다시 말해 사랑에
중고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유유상종이란 말은
서로 비슷한 이들이
어울리는 게 아니라
어울리니까 비슷해진다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될 텐데,
아예 마음에 없었다고 해도
당신이 뱉은 사랑한다는 말로써,
결국, 당신은 사랑하게 될 겁니다
당신이 사랑을 받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랑해 달라고 조르는 것보다
그게 훨씬 쉬운 길일 겁니다
*사랑해야 사랑받는다는 건 국민을 사랑하지 않은 20대 대통령이 증명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국민에게 사랑해 달라고 조르지도 않았습니다 마치 당연히 사랑받아야 할 사람처럼 그러나 당연히 사랑받아야 할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여타 동물과 달리 너무 영리해서인지, 자기 최면과 같은 상태에서 선택을 하며 살지 않나 싶습니다 부정의 언어도 마찬가지이지만, 유소년기의 아이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 또는 일흔의 노인의 귀에 들어온 긍정 언어는 같은 힘을 가지며, 그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될 여지도 그만큼 커지게 될 겁니다 행정부의 장답게, 21대 대통령이 그걸 잘 아는 행정가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