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의 쓸모는 타인이 따지게 둔다

생각편의점

by 어뉘

매력의 쓸모는 타인이 따지게 둔다




함부로 늙지 않는 방법이,

거울 속 우리의 얼굴에

주름이 늘지 않았나 살피거나

눈꺼풀을 괴롭히느니 보다, 당장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미인을 즐기려면*>에서 썼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나이의,

스물에서 스물하나, 아니면,

쉰둘에서 쉰셋으로의

나이 듦을 앓느니,

사랑을 앓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도파민이니

옥시토신 등등의 호르몬이 부리는

농간이라고들 합니다만,

경험으로 볼 때는,

자연이 엄숙하게 가져가는

불가역의 시간으로 인해

우리가 함부로 늙는 걸

랑이 싫어합니다




알다시피, 딱히 쓸모가 있어

태어나지 않는 덕분에, 도리어

자신의 의미와 쓸모를

주위 사람들에게 증명하려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렇게 시나브로 죽는

비극의 주인공이 우리 자신입니다


그 삶 안에서의 사랑은,

굳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기에,

그 사랑의 절박함을 오로지

나만 품고 있는 것이기에

'내'게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국민주권'이

거론되는 시절입니다만,

내 삶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야 투표,

자살 그리고 사랑 정도이고,

거기 빠져본 적이 있는 이는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랑이란 게

그 속성에 따라 늙음조차

백안시하게 만드는

사적인 이벤트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노화를 배척하려 하고

의식적으로 젊음을 말하는데,

내가 나를 부정하기 시작하면

나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어렵습니다


또한 우리는 사랑받을만하다는

자기도취 없이 남을 사랑하는

이타적 정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못 오를 나무'라는 속담처럼

그 대상에 대한 배려가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사랑에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물론 그게 없는 이도 있는데, 스토커,

또는 소시오패스라고 합니다)




'제 눈의 안경'이라는 말처럼,

매력은 그걸 읽어내는

'내'가 가진 개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보여주려는 아름다움보다는

젊음이 감추지 못하는

당신의 망설임에서 생깁니다


자신이 매력이라 믿는 것은

자기도취에 지나지 않아

쓸데가 거의 없다는 것인데,

그 망설임이, 또는 망설임의

또 다른 표현인, 그 애매함이

보고 즐기는 아름다움에서

사랑으로 넘어가게 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골룸은

이중인격을 갖고 있어

악을 대변하고, 본명인

스메아골일 때는 선을 대변합니다


우리는 스메아골로서의 그에게

"저런 면도 있네!" 하게 될 때,

비대칭적이긴 하지만,

약간의 호감과 함께

그 헐벗은 모습에서 사소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는 수고를

그 순간이나마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수삼일 신문 지면이나

인터넷을 채우는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그 당사자가 저지른

사건의 성질에 따르기도 하지만

그가 미인인가의 여부에 따라

그 평가는 상당히 달라집니다


순수하게 미에 대한

선호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심미적 즐거움이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는

자기 방어의 발현으로 보이는

우리의 이런 모습은,

누군가에게 매력을 자랑하려면

당신이란 인간을 살피게 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과,

당신의 아름다움 자체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해도, 그게

일시적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아름다움의 특별한 장점은,

남자나 여자나, 어리나 늙으나,

우리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든

그 앞에서 서는 우리를 흔히

주눅 들게 만든다는 겁니다


아, 당신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아마도 당신의 이기심이

당신을 무장시킨 건데, 그렇게

아름다움을 따지기는 하지만

주눅 들지 않게 되는 것, 그건

당신이 늙었다는 방증입니다


그 대상이 무엇인가는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주눅 든다는 것은

매력을 느낀다는 것으로,

그런 당신의 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주눅이 들기보다는

그 소용을 생각한다면,

당신이 한참 늙은 겁니다


젊음은 매력을 즐기지만,

늙음은 그 쓸모를 따지니까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삶을 다하는 그날까지

아름다움에 주눅 드는

당신을 살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미인'은 당신을 말합니다. 나아가, 우리말이 성별을 나누는 언어가 아님에도 '미인'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여성을 지칭한다고 하는데, 나는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강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름다움' 역시 마찬가지인데, 다만, '잘 생김'과는 다릅니다. '아름다움'에는 매력이 담기지만, '잘 생김'은 매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평가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인을 즐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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