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면 냉담과 싸우지 않는다

생각편의점

by 어뉘

똑똑하면 냉담과 싸우지 않는다





냉담은 별 게 아닐 겁니다

선의이든, 악의이든 인간의 냉담은

우리가 체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래야 할, 또는 그러고 싶은 이유가

속내를 감춘 채 거기에 있을 테니까요


마치 희대의 희한한 재판처럼

거기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그게 적절하지 않다거나

그 이유를 없앨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합리화할 만큼 영리합니다

또한, 로빈슨 크루소 아니어도,

잡초가 바람 앞에 고개를 숙일 때

대개는 만한 바람에 맞서도

괜찮다는 걸 우리 인간은 압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도저히

우리가 이길 수 없는 냉담은

자연과 그가 가진 시간입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그가 보이는 냉담엔

목적이나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냉담에

일시적 은폐는 가능해도

그 엄연함에 저항할 수가 없습니다

우연으로 태어난 우리는

거기 요령껏 예속되어 삽니다


우리 그 냉담 대해

본능이라는 철없음으로

서 살게 된 이유는,

패배한 적이 없는 시간에 맞서

용기를 자랑하려는 건 아니고,

우리가 가진 삶이 그렇게 해야

살아지기 때문일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을 멈추면,

시간이 그제야 굴복하고 맙니다만,

우리가 더는 시간에 관여할 수 없게 되고

'나'라는 개체는 의미를 잃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눈물이 마르듯이

곧 흔적조차 없이 사라집니다


그 과정을 살짝 뒤틀어 보면,

자연과 시간 앞에 아무것도 아닌 우리는

능동적으로 행복에 집착한다 해도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는 게 보입니다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당신을 보면

산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만,

당신의 밖에서 무엇에든 당신의

행복을 담보하라고 구걸하는 -

자신은 찾는 거라고 우기는 - 이가

당신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당신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그라 해도

당신의 행복을 갖고 있는가를 따져

자신이 느끼는 행복밖에 없는 그서는

도저히 당신의 행복을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그로 인한 행복도

당신이 느껴야 행복이어서,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한,

아무리 그가 노력을 한다 해도

당신은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나는 당신으로 행복하거든. 당신도

나로서 행복하길 바라도 될까?"


가난하고 배고픈 어미가,

"너희가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해"라고 한다 해도

어미의 배는 여전히 비어있고,

아이들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한술 밥이라도 제 입에 넣은 뒤에야

"내가 뭘 행복하다 한 거지?"라며

행복하다 했던 거짓말을

반추하게 되는 겁니다


자족하라는 거냐고 묻는다면,

미안하지만, 인간에게 자족은 없습니다

자족은 자연만이 갖고 있는 것으로

인간에게는 엄연함뿐입니다


우리는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또다시 잠을 자게끔

피곤이 쌓이는 몸을 갖고 있으며*,

밥 숟가락을 놓는 순간부터

또다시 배고픔을 느끼도록

속을 비워내는 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족은 늘 착각을 하고 있는

허접한 뇌가 오해를 할 때뿐으로,

그것조차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자연은 거기 참여하지 않습니다

자연으로 자연일 뿐, 그래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게 자연이 인간을 포용하는

엄연한 모습입니다

그냥, 자연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거라고 할 수도 있고,

그 냉담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달렸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자연에 자연스러워지는 것 이외에,

우리 삶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로운 삶을 개척하지 않아도 좋고,

첨단을 살지 않아도 졸습니다

사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남들보다

뒤쳐지는 게 아닌가 싶게 만드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도

모 전문가의 지적처럼

인간의 욕심이 그렇게 부를 뿐,

현재의 인공지능은

고작 주어진 정보를 조합해

진위의 여부는 무시한 채

그럴듯한 답을 내주는

인공정보(AI: Artificial Information)에

불과해 곧 '어제첨단'이 될 겁니다


첨단은 그렇게 불릴 때부터

보편으로 떨어질 운명을 갖고 있어,

말 그대로의 첨단을

살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르고 사는 행복,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모두

어김없이 지나간다는 것


당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어떤 시국이든

당신이나 나의 행복만큼

의미 있는 건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란불면증>은 마음의 병으로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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