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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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지나가다




그대의 사랑도 그럴 겁니다

슬프지 않은 사랑이야기는

찐한 사랑이야기가 아닐 뿐 아니라

너무 시시해서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가 있다면,

그대의 사랑이 슬프다는 걸

누구나 알게 될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대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사랑의 속성은, 어떤 사랑이든

즐거운 것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즐거운 게 당연하므로

세상에 알려지는 사랑이야기가

슬플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합니다


그 슬픈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재미없는, 슬프지 않은 사랑이

얼마나 귀한지를 다시 깨닫게 하는

무작위적 보시가 될 수 있습니다



즐거움과 행복은 한 마디로

말할 수 있지만,

슬픔과 불행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톨스토이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현재의 저 건너편에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이 삶이기에

아직 한 마디로 말하기엔 아쉬워

우리가 부득부득 생을 이어갑니다


그 삶을 함부로 살고 있지 않은 덕분에

불행이 늘 우리 주위를 맴돕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제대로 살려는 우리 자신 때문에

모든 삶은 불행하거나 슬픕니다

그래서, 행복하다는 건,

우리가 삶을 제대로 사는 동안에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데에

동의하게 될 겁니다


이쯤에서 행복이

시사하는 바가 보입니다

그대가 불행하다면,

그대가 이 삶을 열심히

즐기려고 하기 때문인 겁니다


영화 <증인>의 지우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물을 때,

그렇다고, 제법

괜찮은 인간이라고 해도 되는 거지요


다만, 그대가 더 불행하다면,

다른 누구가 아닌, 그대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자나 깨나 행복을 찾는 자체를

즐겨야 할 이유인 거지요

이 생각의 사슬을 이해하면

그대는 더 이상, 그리고 특히 더

불행할 이유가 없어질 겁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대는 슬픈 사랑을 끝냄으로써

더는 애잔할 필요가 없어지고

사랑하기 전보다 더 행복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것이나

사랑을 끝내는 것도

행복을 위해서라는 사실도

역시 이해가 됩니다


사랑을 예로 들었지만,

좀 더 나아가, 삶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아무것이든 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실도

또한 이해가 될 겁니다


혹시, 아픔을 가진 자신을

낭만적이라 여기는 이도

간혹 있다는데,

그대는 아니길 바랍니다

애들이나 하는 짓이잖아요


자, 그럴싸한 말도 들었고,

슬픈 사랑을 끝냈는데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것은

그대가 말로는 끝냈다지만,

사실은 매달리고 싶은 자신을

기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사랑을 하는 다른 이들에게

보시가 되긴 할 겁니다만,

꼭 그래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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