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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May 31. 2023

젊으니까, 혹시

생각편의점

젊으니까, 혹시



"젊은이를 망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보다

생각을 비슷하게 하는 사람들을

더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The surest way to corrupt a youth is 

to instruct him to hold in higher esteem 

those who think alike than

those who think differently.”


― Friedrich Nietzsche



젊음은 말로 풀어낼 것이 아닌 탓에

이야기할 게 없어 보입니다

젊음을 생각하는 이에게만

특별히 주어진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가 삶의 가장 젊은 한 때라는,

인생을 즐기는 이의 말을 수긍한다면

어리다는 것의 여부를 따지는 것과 달리

젊음을 늙음에 견주거나

늙음으로 젊음을 억누르는 건

미련한 짓이 틀림없습니다


철없다거나, 어린것이

어느 특정한 한 때가 아닌 이유는,

가진 게 현재뿐이기 때문입니다

젊음을 말할 수 있는 건

자신 이외에는 없다는 겁니다

('나'는 나의 늙음과 젊음을

재단할 수 있는 신입니다

나아가, 나를 재단하는 능력은

신에게는 없는 겁니다

우리가 가진 어느 종교든 간에, 

자신을 객관 하는 신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것은 젊다는 것과 '뻘'짓이 

관계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젊지 않아서, 노회 해서

'뻘'짓을 하지 않는 건 아닐 겁니다

어려서 그런 걸 겁니다


우리의 삶은 어쨌거나

깊이 들여다보면

허튼짓거리를 하면서

허투루 채워지는 것이니까요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생각과 말은 다른 일을 합니다

우리는 말로 생각을 하며

말을 모르면 생각을 하는 데에

상당한 제약을 겪습니다

(물론, 자신이 생각하려는 데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제각기 갖고 있는 말로

생각이 정리되어 표출되면

'나'라는 인간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와 '너'가 있게 됩니다


생각을 물 흐르듯 하려면, 

입에 담을 어휘를 늘려야 합니다

아이가 성장한다는 건 물론이고

우리가 생각이 깊어진다는 건 결국,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수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종종 생각이 짦다는 말을 합니다만

생각을 이어갈 말이 모자란 겁니다


'내'가 하는 말이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참이듯 거짓이든

자기 확신으로 굳어지는 데에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말을 지배한다면

말이 생각을 강요할 수 있어서,

거짓이라고 알고 있지만

참인 것처럼 말을 했다면,

그 말이 거짓일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믿지는 않아도,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라고

쓰고 있는데, 한번 누군가에게

그 말을 내뱉었다면, 전혀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사랑은 말로 시작하니까요)


거의 말로 먹고사는 이들이, 굳이

니체의 말을 기억할 건 없겠지만,

만약 말에 휘둘렸다 싶으면

젊은 게 아니고, 어린 겁니다

그런데 어림을 아는 게

더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 니체의 이 말이 생각난 것은, 요즘 정치한다는 젊음 덕분입니다만, 기자 같잖은 기자들이 쓰는 '젊은 정치인'과, 보통 사람들이 쓰는 '젊은 정치인'이라는 말이 동일한 말이 아니라고 해도 젊은 정치인이란, 젊어서가 아니라 어리기 때문에 '젊음'을 형용사로 붙여주는 거다 싶습니다. 아다시피, 젊다는 말에는 어리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그 젊음이, 니체의 말 같이 자신과 같은 말을 하는 이들 속에서, 혹은 같은 생각을 한다고 믿는 이들 속에서  어떤 정치적 수를 감췄든, 주장뿐인 논리적 타락을 스스로 양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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