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사랑에 빠진 우울증.

처음으로 내 우울이 선명해졌다.

by 세한

01. 처음으로 내 우울이 선명해졌다.



엄마도 아빠도 놀랐다. 그저 밝기만 했던 아이가 우울증과 불안장애,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를 진단받았다. 그때 당시 내 나이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동생의 암투병을 계기로 내 우울은 점점 커져만 가더니 2학년 초반 터져버린 것이다. 내 동생은 이미 완치되어 행복하게 지내는데 그때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극심해진 난 아직도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우울을 극대화시켜갔던 것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들어봤는가? 그때 내가 처음으로 증상이 나타난 사건에 대한 대체어로 난 군중 속의 고독이라 생각했다. 그때 난 학교 체육실에 있었는데 우리 학교 체육실은 좁고 좁았다. 3층 끄트머리에 위치한 사각형의 체육실. 거기서 난 처음 공황장애란 친구를 만났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 즉 공황발작(panic attack)이 주요한 특징인 질환이다. 공황발작은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 신체증상이 동반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 증상을 말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中


밀집된 장소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나의 공황은 그때의 내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처음으로 숨이 안 쉬어지고 눈물만 났다. 이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며 숨만 쉬고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다. 그때 난 그저 내 소심한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wee클래스(즉, 학교 내 위치된 상담실.)를 가게 됐다. 그때 내 모든 심정을 털어놓았을 때 선생님이 말하시길,


" 00아. 정신과에 가보는 건 어때?

지금 00 이에겐 마음의 감기가 찾아온 것 같아. "


라고 하셨다.

그렇게 처음으로 정신과에 가게 되었다.


우리 동네가 아닌 우리 엄마의 친구가 다니는 정신병원에 가게 됐다. 조금 먼 곳이었다. 내가 예전에 생각하던 정신병원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간호사분들은 친절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예쁜 카페 같았다. 조금 어색했다. ' 여기가 정신병원이라고? ' 정작 나도 정신과에 대한 이상한 색안경이 써졌던 모양이다.


들어가자마자 초진이라 하니 간호사분들이 나에게 차트 지를 주셨다. 소파에 엄마와 같이 앉아 차트 지를 살펴봤다. (물론 작성할 땐 엄마가 못 보게 하곤 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검사문항이 있는데


' 나는 기회가 되면 죽고 싶다. '였다.

줄곧 나는 기회가 되면 죽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책임져야 할 모든 게 너무 많아 그러지 못했다. 그 외 불면, 불안, 우울에 관한 질문에 거의 다 5(매우 그렇다)를 표시했다.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이 검사문항에 있었다. 그리곤 원장실(진료실)에 들어가서 몇 가지 질의응답을 한 후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이 00 학생은 꽤나 우울 증세가 높아요.


그렇게 내 우울이 처음으로 선명해졌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나의 눈물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