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4. 17:49
꽃돌이가 태어난 날.
오늘은 저와 아내의 첫째자녀 꽃돌이가 태어난 날입니다.
와이프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방문한 시간이 2020. 9. 23. 18시경이었으니 병원에 도착한지 딱 24시간 만에 꽃돌이가 태어났습니다.
남편이 뭐 얼마나 할게 있나 싶었고, 실제로 특별히 하는 것은 없었지만 진통과 분만 기간 동안 아내 옆에 있는 것 자체로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2020.9.23.
18:00 병원 도착
19:00 입원수속하고 인근 중식당에서 마지막? 만찬으로 오므라이스와 짜장 곱배기
20:00 분만실에서 자궁문1cm 열렸다는 말 듣고 입원실로 이동
2020.9.24.
~05:00 밤샘 진통 후 분만실로 이동
- 아내는 밤새 입원실에 누워있지 못했고, 저는 그저 등 쓰다듬어주기, 팥주머니 전자레인지에 데워오기, 다리 마사지 하기,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 옆에서 위로하기를 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 졸리지 않지만 도저히 힘들어하는 아내를 두고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05:00~10:00
아내의 진통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힘들어 하는 아내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울지 않으려 애쓰느라 힘들었습니다.
팔에 촉진제, 영양제 주사를 놓고, 등에는 무통주사 관을 연결합니다.
배에는 태아의 심장박동수와 자궁 수축 상태를 확인하는 기계의 청진기 줄로 감아 고정합니다.
곧 분만을 하겠구나 싶었으나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진통만 계속하기 시작합니다.
10:00~16:00
극심한 허리통증에 아내가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고, 그만두고 수술로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으나 오히려 아내가 견뎌보겠다고 합니다.
10시경 자궁문 3cm가 열려 드디어 무통주사를 놓을 수 있었고, 그제야 아내 얼굴이 조금씩 평온해지기 시작합니다.
(고통이 없어지는건 아닌데 그 전 고통이 너무 강해 효과가 크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통주사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하였고, 정오 무렵부터 다시 허리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내의 표정과 손, 몸 떨림, 다급해하는 목소리, 못 견딜 것 같다는 말에 아내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13시 무렵 아내가 괴로워하는 소리를 듣고 간호사가 분만실로 찾아왔고, 2차 무통주사를 놓아주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은 이미 반 탈진 상태였고,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저 역시 분만이 언제 시작될 지 알 수 없어 그제 아내의 손을 잡아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지궁문은 4-5cm열려있었고,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은 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언제쯤 어떻게 될 건지 알려주지 않아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16시경 2차 무통주사의 효력이 없어지면서 아내의 고통과 공포가 극심해졌고 아내로부터 못 견딜 것 같다, 수술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16:00~17:49
간호사 선생님께 수술 가능여부를 물었고, 내진 이후 선생님으로부터 자궁문이 8cm 열려 아기 머리가 보인다는 말과 함께 곧 나올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내는 진통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진통이 느껴질 때마다 힘을 주기 시작했고, 힘을 줄 때마다 얼굴로 피가 쏠려 얼굴이 빨개졌고,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단지 저를 바라보기만 하는 눈빛을 보면서 분만 과정에서 남편이 할 수 있는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오시면서 분만실 밖으로 나가 기다리기 시작하였고, 그 동안 아내의 비명소리만 들려왔습니다.
17:40경 곧 나올 것 같다는 말을 듣고 탯줄을 자르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고, 분만실에서 세상에 처음 나온 꽃돌이의 모습을 보자 웃음과 함께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얼굴을 보자 또 흐르는 눈물과 웃음. 그저 대단하고 고생했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하였습니다.
탯줄은 생각보다 단단한 느낌입니다.
18:00~20:00
꽃돌이는 간호사선생님이 데려갔고, 아내의 자궁을 눌러주며 자궁 수축과 오로 배출 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은 실핏줄이 터지고,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럼에도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니 또 웃음이 나옵니다.
꽃돌이는 4.02kg으로 건강히 태어났습니다.
3.7kg으로 알았는데.
진통을 참고 출산한 아내의 모습에 빛이 나면서 거대해 보이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간접적인 출산의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꽃돌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