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내가 내릴 때를 묻지 않는다.

by 보통날

버스 여행을 좋아한다.

버스는 내가 내릴 때를 묻지 않는다.

나는 그저 창밖을 보다 내릴 준비가 되면 내린다.


정류장에서 마음에 드는 번호의 버스에 오른다.

그날은 서울로 가는 201번 버스를 탔다.

사람들은 뜨겁게 느껴지는 햇빛을 피해 왼쪽에 앉아 있었고,

나는 유독 따스하게 느껴지던 그날의 햇살을 맞으려고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굽은 길을 지나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타는 사람,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자리에 앉는 사람,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뒷자리 명당을 찾는 사람들까지 줄줄이 차례로 타고,

그 다음 몇 사람이 내린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내리고, 또 각자의 이유로 남는다.

우리는 잠시 같은 속도로,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가고 있었다.


변하는 창밖과 사람들을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았다.

이런저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언제 내려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리는 타이밍은 생각보다 몸이 먼저 안다.

그때를 고요히 기다리며, 눈을 다시 감아본다.

작가의 이전글"난 이게 행복해" 아빠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