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봄이었다.
친구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어른들은 술을 한 잔씩마셨다.
우리들은 놀이터로 나갔다.
친구가 물었다.
"너는 몇 살까지 살고 싶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딱 서른. 그때 죽고 싶어"
그 나이의 나에게 서른은 아주 먼 미래였다.
얼굴엔 주름이 가득할 것 같았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봐서 인생에 미련도 없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마지막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던 내가 어느새 서른이 되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갈 때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술을 먹을 수 있었고, 늦게 들어와도 혼나지 않았고, 운전도 직접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유만큼이나 핵임도 함께 따라왔다.
하지만 20대와 30대로 넘어오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주말과 월급날을 기다리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에 안주하며, 도전과 배움에 거리를 두었다.
돌이켜보니 어릴 적 상상했던 서른의 나는
모든 것이 아쉬웠다.
그건 나만이 아니었다.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12월 31일 밤 11시 59분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우리 이제 앞자리가 3이야..우리 뭐했지?
꽃길 사진을 잔뜩 보내던 친구들이 그날만큼은 지나간 시간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었따.
주변 언니들은 나에게 물었다.
"서른 살 되면 어떨 거 같아?"
나는 대답했다.
"나이를 들면서 매번 바뀌는 상황들이 뭔가 무서워."
그럼 언니들은 말했다.
"어릴 때 오는 변화들은 즐거웠다면, 서른쯤 오는 변화들은 대부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그래 까짓것. 무슨 일이 와도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곧바로 흔들리고 말았다.
뿌리는 단단하다고 믿었던 마음 속 작은 나무가
한 번 크게 흔들리자 잔잔한 바람에도 잎은 우수수 떨어졌다.
나의 서른 첫 시작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얼마 전, 다시 만난 언니들이 물었다.
"그래서, 서른 살 되니까 어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별거 없던데. 똑같지 뭐."
서른의 첫 시작은 거짓말이었다.
받아들임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척'
괜찮은 게 아니라 괜찮은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