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보내고, 웃어보였다.

by 보통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던 서른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어느새 12월의 끝이 다가왔다.

어제부로 나는 오랜 기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사실 한두 해 전부터 고민했던 일이다.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말을 꺼냈다.


“퇴사하고 싶습니다.”


스물넷에 일을 시작한 나는 스스로 어리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빨리 사회에 나가지 않으면 뒤처질 거 같았다.

그렇게 한 곳에서 여섯 해를 넘기며, 서른의 끝자락까지 왔다. 도전이라는 말은 늘 나와 거리가 멀었다.

특히 돈이 걸린 선택 앞에서는 더 그랬다. 통장을 들여다볼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이런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 아빠가 돌아가신 뒤였다.

그 당시 나는 여섯 달 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내가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까?’


아빠의 빈자리를 느껴야 하는 순간들이 올 때마다, 나는 웃고 있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요하게 흘러갔고, 나도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사람을 응대하는 일을 하던 나는 또다시 웃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낯설었다.


“그래도 잘 웃어서 좋다.”라는 말을 들으면

‘너 아무렇지도 않아?’라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사무실 창 밖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 끼어있는 하늘이 보였다.

밖으로 나가면, 같은 하늘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때 마음속에 작은 불꽃 하나가 붙었다.

그대로 새로운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불안은 그대로였지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아주 느리게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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