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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해 Mar 12. 2020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유한락스의 진심

유한락스에게 배우는 마음 움직이는 법


갑자기 SNS에서 유한락스의 공지사항 글이 화제가 됐다. 유한락스 공식 홈페이지 내에 정보를 알려주는 게시판에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법으로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만 안전한 살균소독법>이라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조회수가 무려 81233...


기업명인 클로락스에서 비롯된 '락스'라는 제품 명칭 자체가 이미 일반 명사화됐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유한락스는 성능도 좋은데 가격까지 착한 살균제의 정석. 그런 유한락스에서 이번에는 살균제를 대표하는 기업답게 코로나19를 향한 많은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주고자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살균소독법에 대해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긴 글은 정독을 권할 만큼 좋은 정보가 들어있는데, 이 중에서도 꼭 읽어야 할 압권인 부분은 바로 아랫부분이다.


"유한락스와 같이 대중적이기 때문에 저렴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검증된 차아염소산 나트륨 계열의 살균소독제 역시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시고 안전하게 사용하시면 강력함과 편리함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만약 비싸서 더 강력하지만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소독 물질이 있다면 전 세계의 보건 기구가 나서서 반드시 그러한 물질이나 기기의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자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 공중위생은 아무리 부유한 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의반 타의 반 공중위생을 책임져야 하는 유한락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격이 저렴해야 합니다. 혼란의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박하거나 고가의 기기 혹은 물질보다 치명적인 독성이 있거나, 살균소독력이 약해서 저렴한 것이 아닙니다."


유한락스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를 멋지게 설명하고, 유한락스의 역할에 대해서는 더더욱 멋있게 이야기한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명문이다..


단순히 이 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댓글을 남기는 모든 이에게 일일이 답변도 달아준다. 기업 공식 홈페이지에 조회수는 8만이 넘고 댓글은 80개가 넘는 글이 있었던가?


(공지사항 본문 바로 가기 : http://bit.ly/38HfKiD)



결국 유한락스의 진심이 통했다.


유한락스는 마케팅을 위해 이 글을 적은 것이 절대 아닐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어떤 화려한 콘텐츠보다도 더 강력한 마케팅이 된 셈이다! 그런데 사실 유한락스의 진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이미 3년 전에도 인터넷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글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가끔 성지순례를 간다는 글


공식 홈페이지 속 질문답변 게시판 글인데 조회수가 무려 9만이 넘었던 전설의 글.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여름 방학 숙제를 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본 글이었다. 황당해하며 누군가는 그냥 쉽게 넘길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유한락스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친절한 존댓말로 학생에게 예의를 갖추며 응대했고, 지금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답변할 수 없음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연구소를 통해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답한다.


그리고 3일 뒤...

유한락스는 연구를 통해 진심을 다해 답변했다. 단순히 어린 학생의 엉뚱한 질문이라 여기지 않고, 소중한 고객의 질문으로 보고 최선을 다해 답변해 준 것이다. 본인들의 제품에 대해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 그리고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질문답변 본문 바로 가기 :  http://bit.ly/39IJf5e )


그럼 이렇게까지 진심을 다할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그 대답은 질문답변 게시판의 댓글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오해를 풀고자 했던 진심에 있었다. 좋은 제품임에도 유독성 물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유한락스. 정말 좋은 상품임을 증명하고 싶었던 직원의 진심이 결국 사람들에게 전해졌던 것이다.


그 진심은 3년 전이나, 오늘이나 늘 한결같다. 사람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면 의심하며 그 행동을 수상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결같았던 사람의 행동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유한락스의 진심에는 오랜 세월에서 쌓여온 자연스러움이 베여있다.


마케팅이란 대체 무엇인가?

모든 마케터들이 달고 사는 물음일 것이다. 나 역시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마케팅이 될 수 있는가?' 고뇌한다. 물론 이 물음에 답은 없겠다만, 마케팅이란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럼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데?'라는 다음 물음에 대한 답으로는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든지, 유명한 연예인을 활용해서 눈을 사로잡는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겠다. 목적지 가는 길은 딱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다만 진지한 장문의 텍스트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유한락스의 사례는 분명 마케터들에게 그 답의 실마리가 되어줄 좋은 교본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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