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해 Jul 14. 2019

아는 것이 힘인 시대

츠타야가 쏘아올린 라이프스타일 담쟁이 덩굴


라이프 스타일계의 골.D.로져, 마스다 무네아키 (사진=민음사)


바야흐로 라이프스타일의 시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아닌 곳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려울 정도로 여기도 저기도 "우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야!"라고 외친다. 이렇게 라이프스타일의 시대가 막을 열며 이제 아는 것이 힘인 세상이 왔다. 그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시대의 흐름이 거듭될수록 자본보다 지식이 고품력 권력이 되는 세상이 온다고 일찍이 예언한 바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말하는 지적자본이라는 개념과 틀을 같이 하는 셈이다.


그럼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일까?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려면 취향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 이 취향이라는 것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스다 무네아키 조차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야 겨우 자동차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대한 취향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안다고 했다. 취향도 해당 분야에 시간을 투자한 사람만이 더 확고한 취향관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 누구나 본인의 취향을 스스로 쌓을 만큼이나 세상이 그렇게 여유로웠던가? 야속하게도 세상은 내가 취향 쌓을 시간을 여유롭게 주지 않는다.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순위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 먼저 어떤 분야에 대해 깊은 조예를 가진 이들이 각광 받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른바 선수들의 제안은 언제나 신뢰를 얻는다. 세일즈 영역에서도 선수들의 제안은 치트키로 작용한다. 옷을 잘 입고 싶지만 아직 패션 감각이 채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은 편집숍에 가서 옷을 사고, 좋은 재즈 음악을 듣고 싶지만 아직 잘 모르는 이들은 츠타야의 컨시어지에게 추천을 받아 음반을 산다. 온라인에서는 29cm나 무신사에서 물건을 산다. 이들은 물건을 단순히 진열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큐레이션하며 소비를 제안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쉽게 움직인다.


만들면 팔리던 첫 번째 스테이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던 방식은 전후 시대처럼 물건이 부족하던 때만 적용되었다. 잉여 제품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선택권을 쥐게 되었고 접근성이 좋은 공간, 더 잘 꾸며진 공간으로 향했다. 이것이 두 번째 스테이지.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며 이제 플랫폼의 시대도 저물었다. 아이들의 천국 토이저러스가 망할 줄 누가 알았을까? 단순히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해서 판매를 보장하는 시대도 지났다. What, Where을 거쳐 이제는 How다. 책도 사양산업이라고 했지만 츠타야에서는 책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먼저 알았다. 어떻게 파는지 알려면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게 제안해야한다.


세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재정 자본이 이전보다 큰 힘을 쓰지 못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적 자본을 충분히 쌓고 어떻게 파는지 아는 선수들이 만든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이 점점 빈번해 질 것이다. 물론 이전 세대 브랜드 역시 그들의 것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복한 건 아무래도 소비자일 것이다. 그리고 선택권이 많아진 이 다채로운 세상에서 풍성한 취향을 쌓는 소비자 중 누군가는 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이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중에는 한국판 필 나이트도 마스다 무네아키도 있을 수 있겠다.



츠타야의 한자는 담쟁이 ‘조(蔦)’ 와 집 '악(屋)’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스네씨의 할아버지께서는 어떤 의도로 가게 이름을 츠타야로 지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손자가 물려받은 츠타야라는 이름은 취향이라는 씨앗을 품고 세상을 라이프스타일로 영글어 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