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목공예용 전기톱을 선물하고 싶다

목수랑 작가랑

by 하숙집 이모

스, 스으으으르르르릉!

목재용 전기톱이 나무를 잘라내는 소리다.

남편은 화분용 나무 구유를 만든 이후 계속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

위 좌측은 빵도마, 우측은 썩은 통나무로 만든 바위솔 화분, 아래 좌측은 지인댁에 선물한 화분용 나무구유 오른쪽은 간식그릇


화분용 나무 구유 큰 것을 만들어 4년 전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지인댁에 뒤늦은 집들이 선물로 드렸고, 작은 것 하나를 또 만들어 바위솔을 심었으며, 큰 구유를 만들 때 나무 옆구리를 떼어 놓은 자투리로 빵 도마도 만들었다. 그리고 과일이나 고구마 옥수수 등을 담는 용도인 나무 그릇도 만드는 중이다.


남편은 시골에 손수 한옥을 지어 예쁜 정원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옥건축전문학교를 다녔고 수료식 날엔 열심히 공부한 보상으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4월에 문화재 보호 수리기능사 시험을 보았으나 결과는 불합격!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보는 시험인데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느라 제대로 된 실습을 못해보고 시험을 보았으니 당연한 결과인데도 나는 실망을 했다. 그리고 언제쯤 한옥을 지을 수 있을까 말하는 남편에게 위로는커녕 시험에 통과해서 자격증 있는 사람이 지은 집에서 살겠다는 선언을 했다.

내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남편은 처음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가서 살 때 이미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다. 기계에 대한 것이든 시골일에 대한 것이든 모르는 게 없어 보인다.

지인들에게도 만능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이 사람,

우리 집에 있는 잔디 깎는 기계를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잠깐 와서 알려 주면 좋겠네,

헌 집을 고쳐서 살아볼까 생각 중인데 살펴보고 괜찮은지 말해 주세요,

이 나무가 겨울에 얼어 죽은 것 같은데, 한번 살려보세요.

써보지 않은 기계도 바로 다룰 줄 알고, 뚝딱거리면 뭔가 만들어지고, 죽은 나무도 살리는 능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주변분들과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눈은 반짝이고 피부도 탱글탱글 윤기가 난다.

얼마나 신이 나는지 말소리에 음표가 붙은 것처럼 리듬을 탄다.


그런데 나와 함께 주방에서 일할 때는 계속 질문을 한다.

양파는 네모지게 썰까 채로 썰까?

스테이크 할 때는 네모 모양으로, 불고기나 주물럭엔 채를 썰어요.

감자조림에 설탕을 넣을까 말까?

조림을 할 때는 설탕을 넣고, 감자채 볶음엔 소금으로 간만 해요.

이런 사소한 질문과 대답을 지난 7년간 거의 매일 하는 것 같다. 평소엔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화가 나면 그걸 왜 자꾸 묻냐고 핀잔을 한다.

"먹고사는 일과 상관없는 일은 다 알고 있으면서 왜 먹고사는 일에는 매번 묻는 거야."


맞다, 주방일을 빼고는 모르는 것도 없고 다 잘한다. 그럼 잘하는 일 하면 되지 왜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때가 되었을 때 그때 남편은 남편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나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미뤄뒀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남편이 즐거워하는 취미 생활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의 꿈대로 시골에 한옥을 짓고 살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을 마친 후에나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고 자격증을 운운하는 이유는 그렇게 좋아하고, 하고 싶은 한옥 건축 일이 직업이 될 때 우리 노후도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독서모임을 함께 하던 20대 젊은 친구가 한 말이 자꾸 되새겨진다.

"저는요. 부모님이 저희를 위해 희생하시는 게 싫어요. 두 분이 행복한 일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볼 때 저도 행복하거든요."

이 말은 우리 아들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엄마, 우리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못했다고 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걸 하세요, 엄마 아빠가 바쁘시고 힘들고 또 다투는 모습 보는 게 더 싫어요. 우리 걱정 마시고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남편은 요즘 행복해 보인다. 얼마 전 누님 댁에서 낡은 목재용 전기톱을 빌려 온 이후 건물 옆의 좁은 공간에서 그늘막조차 없이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계속 작품을 만들고 있으면서도 마냥 즐거워한다.

목재용 공구로 너무 힘을 빼는 것 같아 섬세한 공예용 공구가 탐나지 않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런 전기톱 있으면 표면도 훨씬 매끄럽고 이쁘게 나오지, 그럼 대패로 갈아내느라 힘쓰지 않아서 좋겠지, 하지만 지금도 충분해, 사주면 잘 쓰기는 하겠지만 안 사줘도 괜찮아."

속마음인 '사주면 좋다.'를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목재용 낡은 전기톱 하나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행복하게 뭔가를 만들어 내는 남편을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행복하게 사는 게 뭘까? 아이들을 위한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노후에 무엇을 할까?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또렷한 답은 없지만 행복해하는 남편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보며 내게도 행복한 감정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래서 노후나 자식들 걱정은 잊기로 하고 혼자 보기 아까운 남편 모습과 만들어낸 작품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유튜버는 브런치 작가가 되기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으나 마땅한 콘텐츠가 없어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남편 덕에 즐거운 콘텐츠가 생겨 시작하게 되었다.

날라리 목수와 어설픈 작가의 이야기로 제목은 '목수랑 작가랑'이다.

https://youtu.be/Zl2xIMMI-5c

목재용 전기톱으로 힘을 쓰는 남편을 위해 공예용 전기톱과 공구를 사주고 싶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에 요구되는 실습은 아닐지라도 행복한 일을 하면서 부부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찾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공예용 전기톱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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