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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Jul 21. 2021

낡고 부서진 문의 변신

날라리 목수의 노천공방

지인댁이 전원생활을 위해 구입한 땅에 있던 헌 집을 철거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작은 도움을 드리러 방문했다가 낡은 문짝을 얻어왔습니다.

6개의 문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를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았던 집의 문짝은 나무틀이나 살에 꺼멓게 묵은 먼지가 쌓여 있었고 조잡한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앞부분이 심난스러웠으나 문의 전체 모습은 그냥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걸로 뭐 할 거예요?"

"그냥 깨끗이 닦고 손질해서 세워 두려고."

그날 남편은 쉬는 시간 내내 수돗가에서 문짝을 손질했습니다.

정말요. 그냥 깨끗이 손질해서 세워 놓기만 했는데 꽤 멋있어 보였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냥 세워져 있는 문짝을 보다가 갑자기 욕심이 생겼습니다.

나머지 문 5짝! 6짝 중에 하나만 가져왔다면 5짝은 어떻게 했을까요? 그날 일할 때 주변에 여러 사람이 있었고 지인께서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니 이미 모두 제 갈 곳으로 가버렸겠죠.

맘이 급해져서 지인께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언니 그 문짝들 어떻게 했어요?"

"그냥 거기에 있지."

"언니가 쓰실 거예요?"

"아니, 그것들 많이 부서져서 못써."

"그럼 제가 가져도 될까요?"
"맘대로 해."

그래서 당장 일어나 남편이랑 갔습니다. 언니가 치워 두었다는 장소에 가서 보니 처음 가져온 그것만 멀쩡한 상태였고 나머지는 나무 살이 중간중간 잘라지고 부서져서 얇은 철사로 묶어 놓기도 하고 아예 아래 부분 틀은 없어진 것도 있었습니다.

아 정말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문 살이 깨져 있으나 문의 원형이 살아있는 두 개만 가져와서 보일러 창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사실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고 가져온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냥 두면 누군가가 가져가든지 버려질까 봐 미리 챙겨 놓았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중고 경매에 관심이 있으신 시누님과 아주버님께서 장식용 작은 문짝을 사 오시고 그걸 장식해 놓은 사진을 보내셨습니다.

오우~ 완전 예쁩니다.

네, 그래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잘 보존된 것은 깨끗이 손질해서 두고 낡고 부서진 문짝으로 장식용 문짝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똑같이 만들면 따라 하기가 되고 또 문짝을 최대한 쓸 수 있도록 크기를 달리해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길이를 정해서 표시를 하고 그만큼만 톱으로 잘라 주었습니다. 정교한 작업을 위해 톱니가 작은 톱도 새로 구입했습니다. 문 틀을 잘라 문 살의 위치에 맞게 홈을 파주고 위치에 어긋나는 곳은 나무를 잘라 막아 주는 작업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문 살을 끼워 주는데 잘 맞아서 신기했습니다. 대각선으로 만나는 자리엔 나사못으로 박아 주었어요. 이 부분을 작업하면서 남편이 정식 방법이 아니라며 부끄러워했지만 톱밥으로 나사못을 숨기는 속임수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두 개의 장식용 문을 만들어 벾어 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시누님께 보내드렸더니,

"내 거 보다 100배나 더 예쁘다." 동생을 향한 칭찬이 과하십니다.

남편이 말합니다.

"이쁜 건 맞는데 100배는 아니고 두배는 더 예쁜 것 같네."

제 맘에는 두배보다는 훠~얼 씬 더 많이 10배는 더 예쁩니다.


둥그런 손잡이, 네모난 문 살 그리고 긴 세월 속에 묵은 때가 정겹고 멋스러워 한참을 바라보면서

"예쁘다, 정말 예쁘다~ 목수 아저씨 고마워요."

그랬답니다.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에 담아 보았습니다.

https://youtu.be/ZJjSXR1MB7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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