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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Jul 27. 2021

꿈처럼, 동화속 주인공으로 살아 보겠습니다

목수라작가랑

얼마인지도 모르는 세월,

거죽이 삭아서 없어지고 속이 썩어 뼈다귀만 남은 몸뚱이를

수풀로 덮어쓴 채

결국 흙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속이 텅빈 고목나무

지난 겨울,

산과 나무와 꽃을 좋아하고 특히 잠을 좋아하는 남편이

근처 산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속이 텅 빈 고목나무를 주어왔습니다.

무슨 용도냐고 물으니 그냥 쓸데가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건물 귀퉁이에서 긴 잠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저는 그 고목나무를 쳐다보는 시간이 잦아졌고  

뭔가 만들고 싶어 졌습니다.


그런 생각이 모락모락 일어나자 새벽부터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그래서 옆 방의 남편을 깨웠습니다. 잠을 좋아하는 남편을 깨우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지만 잘 달래면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이걸 반으로 나눠요.

그래서 동화 같은 정원을 만들어요.

잭과 콩나무처럼 해 보면 어떨까요?

아니다. 그건 어렵겠다.

그럼 마법의 성을 만들어 볼까?"


"뭘 하고 싶은지 결정을 하고 잘 설명을 해 봐, 그럼 만들어 볼게."


그래서 그림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이건 고목나무 위에 정원을 그린 거예요.

성이니까 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는 없어. 왜냐하면 나무를 잘라서 문을 만들지는 못하니까.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타고 성위에 올라가게 해야 할까?"


"꿈꾸는 거지?"


"맞아요. 바로 그거야. 당신은 잠자면서 꿈꾸는 걸 좋아하고 나는 꿈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이 작품은 철 안 든 부부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거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염색을 하지 않으면 감출 수 없는 흰머리,

그런 시절을 살아가고 있지만

저는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삶을 살겠다는 꿈을 꿉니다.


세월에 순응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만 뼈다귀만 남은 몸뚱이에 화초를 품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심고 가꾸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 철없는 꿈을 꿔 보려 합니다.


https://youtu.be/pD2lUUg36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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