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집에는 있던 자전거가 우리 집에는 없었다. 아버지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운전을 못하셨고 남동생은 어려 자전거가 필요하지 않았었다.
누군가가 자전거를 타고 바람소리를 내며 달려가면 그게 그렇게 타고 싶어 굴러가는 바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았었다.
가끔 친구 집에 놀러 가 마당에 서 있는 자전거를 기웃거리다 만져보고 손잡이를 잡고 끌어 보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넘어트렸다. 조금 더 자란 후엔 안장에 엉덩이가 닿지 않아 두 팔로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한 발로 페달을 밟고 한 발은 땅을 밀면서 몇 미터씩 앞으로 전진하다 균형을 잃고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면 손바닥과 무릎이 땅바닥에 긁혀 아팠다. 하지만 친구 오빠에게 들켜 혼이 날까 봐 벌떡 일어나 자전거를 세워 놓고 아무 일 없는 척 서 있다가 또 그 동작을 반복했었다. 많은 시도 끝에 자전거 안장에 올라앉게 되었고 이웃집의 자전거를 잠시 빌려 탈 수도 있게 되었지만 우리 집에 자전거가 생기게 되기까지는 여러 해가 지난 후였다.
그렇게 귀하던 자전거가 지금은 흔해졌다.
원룸에 거주하던 학생들이 이사하면서 자전거를 놓고 간다. 타이어가 펑크 났다거나 안장이 비뚤어져 있는 정도의 작은 고장이 난 경우도 있고 멀쩡한 경우도 있다. 처음엔 그것들이 아까워 고쳐서 사용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도 해 주었었다. 해가 갈수록 새로 생겨나는 자전거 중에 성능이 나은 것은 남기고 이전 것은 치워 버리다 너무 흔해져서 아예 고치지도 않게 되었다.
그래도 자전거가 귀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건물 옆에 세워 두었다가 결국 버리게 되는 과정을 반복했었는데 유튜브를 시작하고는 그런 자전거로 무엇인가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편이 물레방아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을 때 바퀴가 물레가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크게 만들면 어디에 설치를 하냐고 물었고 작게 만들어서 식당 입구에 설치하겠다는 대답이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레방아를 만들기 시작하자마자 예상은 빗나갔다.
바퀴가 아니라 서스펜션(자전거 바퀴를 끼우는 포크?)으로 물레를 돌리는 중심을 만드는 거였다.
"이게 뭐야? 자전거 바퀴가 동근 모양이 되는 것 아닌가요?"
"맞잖아, 물레가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축!"
아, 공대 출신 남편과 문학하는 아내의 차이다.
"실망이다. 큰 자전거를 분해해서 겨우 그 부분만 사용하다니...."
"바퀴보다 이 부분이 훨씬 중요한 건데!"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물레방아를 만드는 것을 촬영하였다.
"그런데요, 왜 옛날 사람들은 물레방앗간에서 데이트했을까?"
"그때는 스타벅스 같은 데가 없었잖아."
"스타벅스는 아무때나 가는데 물레방앗간은 주로 밤에 가지 않았나요?"
"낮에는 다른 일이 바쁘니까 밤에 가서 곡식을 찧고 데이트도 하는 거지."
"물레방앗간은 야시시 한데 스타벅스는 건전하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그게, 물레방앗간은 왠지 무서운 느낌도 드는데 왜 거기가 데이트 장소였을까 이해가 안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