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이다, 시간은 돈이다.'라고 배웠다. 시간은 곧 돈이라서 낭비하면 안 된다,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돈을 아껴 쓰듯 시간을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면서도 이어폰을 끼고 외국어 공부를 한다든가 재테크나 자기 계발에 관련된 강의를 듣고 식사를 하면서도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주식을 하고 부동산 시장을 검색하고 그와 관련된 뉴스들을 찾아 읽는다. 아이의 재롱잔치나 생일파티에 참석할 틈도 없이 일을 한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오늘이 지루하고 다가올 내일이 오늘과 같다는 것을 알지만 더 먼 미래는 어제와 오늘 아껴 쓴 시간으로 인해 더 여유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아등바등 살아간다. 그렇게 알뜰하게 아낀 시간을 저축하면 조기 은퇴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소설(모모) 속에서 회색 신사를 만나 시간 저축을 계약한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의 시간을 아껴 저축을 한다한들 은퇴 이후 저축한 시간에 이자가 붙어 두배 세배 열 배로 돌아오지 않는다. 저축했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은 도둑질당하고 있었고 우울하고 차가운 회색 신사들에 의해 회색빛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 모모는 마을의 사람들에 의해 보살핌을 받고 마을 사람들은 모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사람들은 모모가 필요한 음식이나 생활도구를 공급해 주고 어른들은 모모와 대화를 통해 지혜를 얻는다. 어린 모모가 누구를 교육한다거나 충고를 해서가 아니라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상대는 자신이 하는 말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는다. 따뜻한 눈으로 타인을 마주 보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 해답을 찾았는지 모르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모모는 입을 다문 새가 다시 노래하고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 내고 다신 안 볼 것 같은 앙숙의 두 사람이 화해하도록 돕는다.
모모에게 무슨 능력이 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모모가 회색 신사들을 피해 호라 박사를 만났을 때 보았던 위대하고 아름다운 곳,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지고 다시 피어 나오는 곳! 빛의 기둥과 그 기둥의 울림은 음악처럼 화음이 있고 낱말처럼 의미가 있고 해와 달과 유성과 별들이 무엇을 하며 어떤 영향을 미쳐 한송이 꽃이 피고 다시 소멸하는지 그 비밀을 알 수 있는 곳을 보았다. 그곳은 모모 자신의 마음속이며, 아름다운 꽃은 자신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쁜 꽃 그러니까 더 아름다운 시간을 꽃피우려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시작되어 그 울림이 하늘과 통하는 소리, 즉 창조주가 처음 사람에게 주었던 악이 없는 선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모모는 사람으로부터 그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린 여자아이 모모와 마을 사람들의 서로 돌보고 교류하던 일상이 어느 날부터 멈춰 버렸다. 회색 신사들과 마을 사람들이 시간을 저축하는 계약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 시간이 없는 세상,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는 많은 날들을 경험한 후 모모는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으면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파멸에 이르는 그런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미 있는 삶이란 누둠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쌓여 이루어진다는 사실 말이다. 아무리 많은 시간도 혼자 외롭게 있다면 마음을 황폐하게 한다는 사실을, 보물이라 여겼던 시간이 많아서 더 외롭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간을 저축하느라 여유가 없어진 마을 사람들은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예쁜 꽃이어야 할 시간들은 회색 신사들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모가 시간을 만들어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호라 박사의 도움으로 도둑맞은 시간을 다시 찾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장을 덮으며 '시간은 꽃이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함께 있을 때 아름다워지는, 서로에게 의미로 피어나는 시간은 당연히 꽃인 것이다.
새해가 되었다. 내 마음에 피고 또 피는 아름다운 꽃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순간들로 가득 차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