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씨들

누구에게나 읽기를 권하고 싶다

by 하숙집 이모

어린 시절 동화로 읽고 티브 드라마로도 보았었다. 네 자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로 기억되는 동화였다.


올해 영화로 소개되고 이곳저곳에서 작은아씨들에 대한 정보가 들려왔다. 너무 잘된 영화다. 꼭 봐야 한다. 심지어는 안 본 눈을 산다는 글까지 내 시야에 들어왔을 때, 영화를 보고 싶었다. 안 보면 손해라도 발생할 것 같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완역판 원작을 읽기 전에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어린 시절에 '제인 에어'를 읽을 때 언덕 위에서 로체스터를 만나는 상상 속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언덕과 멋진 말을 타고 있는 로맨틱한 로체스터가 있었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 속 영상은 내 상상과 달리 평범한 언덕 그저 그런 말 위에 중년의 로체스터가 멋없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실망한 후 책을 다시 읽으며 처음 그 느낌을 찾아보려 하였지만 내 상상 속 아름다움이나 낭만은 온데간데없고 영화 속 빈약하고 헐거운 영상이 원래의 그 모습인양 떠나가지 않았었다. 그때의 경험이 속상해서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영화는 보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게 된 것이었다.


하여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참여 중인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을 읽기 바빠 이 책 읽기는 자꾸 뒤로 미루다 이번 휴가기간에 읽을 수 있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1부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이다. 가장은 자녀가 넷이나 있고 나이도 40대인데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며 전장에 나간다. 남편을 전쟁터에 보낸 아내는 전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후원하는 '아내들의 모임'에서 활동을 하며 네 자녀들을 그리스도교적 교육으로 키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마다 도덕 교과서적인 교훈이 담겨있다. 딱딱한 교훈이 아니고 훈풍으로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옛이야기 같은 교훈들이라 읽는 내내 기분좋은 미소를 짓게 하고,

젊은 엄마 마치 여사가 자녀들을 교육하는 이야기와 자녀들이 스스로 깨달아 가면서 옳고 선한 행동이 무엇인지,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정성이 담긴 섬김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진심 어린 대화가 어떤 것인지 등등의 내용들은 훌륭한 인간관계의 지침서 같다란 생각이 들게 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지역의 가난한 가정을 찾아가 자신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모두 주고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돌보아 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모녀들을 보면서 이웃사랑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고,


네 자매가 맡은 일을 하지 않고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 했을 때, 그러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실험 하는 기간을 정하고 말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드러난 결과를 통해서 교육하는 엄마 모습은 '답정너'라고 아이들이 놀리는 내 자녀교육 방식과 비교돼서 부끄럽게도 하였다.


큰딸 메그는 막내 에이미를, 둘째 조는 셋째 베스를 돌보는 장면들도 인상 깊다. 자녀가 많은 가정에서 형제들끼리 서로 돌보고 교육하고 자기들끼리 놀이를 찾고 연극을 하고 그 속에서 창의적인 것들이 확장되고 즐거운 추억들이 쌓여나갈 땐 내 어린 시절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텔레비전이 없던 어린 시절에 저녁만 먹고 나면 큰아버지댁 마당으로 몰려 나갔다. 우리 집은 마당이 없었고 큰아버지 집과 우리 집은 붙어 있었기에 큰댁 마당은 우리 마당의 역할도 하였었다. 마당은 학교가 되었다. 큰언니는 선생님이 되었고 우리 집 남은 삼 남매와 아랫집의 숙이네 다섯 자매도 언니의 학생들이 되었다. 선생님은 동시를 들려주었고 노래를 알려 주었고, 구구단도 가르쳤으며 동화도 들려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마당 학교는 어린이 야학당이었다. 티브가 생기고 인형극이나 드라마에 빠져 버린 후 마당 학교는 저절로 폐교되었다.)


화려함과 부를 동경하던 외모가 아름다운 큰딸 메그는 소박한 존과 결혼하면서 자신의 처지에 맞는 소비생활을 배우고 아름다운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가사를 하며 자신을 희생한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이고 보통의 신혼생활이라 수긍이 갔고,

메그가 아들딸 쌍둥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다가 친청엄마의 지혜로운 충고를 받아 남편과 더불어 자녀를 양육하는 내용은 훌륭한 육아서라 여겨졌다.


둘째 조가 가족의 품을 떠나 뉴욕 생활 중 신문사에 글을 투고하고 생활비를 벌지만 독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자극적인 내용을 쓰면서 자신과 가족들이 부끄럽게 여길 글이라는 것을 깨닫고 책임감 있는 글쓰기를 위해 고민하는 밤엔 잠시 책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막내 에이미의 자기 계발도 흥미롭다. 교양 있는 말투를 훈련하고 어른들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 행동이나 태도, 사교계에서 돋보이기 위해 자신을 꾸미는 순간엔 책에 더욱 집중되었다. 자신을 가꾸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재미있는 자기 계발서 같다란 생각도 들었다.


셋째 베스는 너무 연약하고 아픈 딸이어서 책을 읽고 있는 내 마음도 아프게 하고 로렌스 할아버지와 더 우정을 나누지 못해서 안타깝고 다른 자매들처럼 사랑과 이별 꿈이나 재능에 대한 부분들의 이야기가 없어서 안타깝다.


이웃 부잣집의 손자 로리가 누구와 짝이 되는지 이미 알고 있어 독서의 긴장감은 없었으나 이웃집 숙녀들 틈에서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자매들과 더불어 성장하고 자신을 찾아가고 결국 이웃집의 딸중 하나와 결혼을 하는 내용들은 다시 보아도 재미있었다.


조의 사랑이 로리를 향하지 않아서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나이 많고 지적인 교수와 결혼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끝맺음은 훌륭하다.


소개하고 싶은 장면들이 잔뜩 남아(입이 근질근질, 아니 손가락이 근질근질) 있지만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참아야겠다.


책을 다 읽고 드디어 영화를 보았다. 책이 주는 감동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영화도 참 좋았다. 과거로 현재로 시점이 바뀌는 순간이 많아 함께 감상하던 남편이 어리둥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열심히 설명해 주면서 보았다. 각색된 내용은 원래 책의 내용을 훼손시키지 않아 불편한 부분이 없었다. 영화의 영상도 훌륭해 보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그렇지만 영화가 책을 뛰어넘지는 못한다고 느껴졌다. 읽는 내내 '참 좋다. 이쁘다'라는 짧은 감탄사를 남발했다. 책 속에 녹아 있는 교훈들, 지금의 삶에 대입하여 반성하게 하고 깊은 생각으로 이끄는 힘은 책이 가지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모든 세대가 읽었으면 좋겠다.

동화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고, 자기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까 고민하는 청년들이 읽으면 좋겠으며, 자녀를 훌륭한 인격체로 키우고 싶은 부모가 읽으면 좋겠고, 선한 영향을 끼치며 살고자 소망하는 나 같은 중년이 읽어도 좋겠다.


작은 아씨들! 배울 것이 많고 재미있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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