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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Dec 29. 2020

내 집 사는 것을 미루기로 했다

집을 못 사는 핑계

11월에 살고 있는 집 매도 계약을 했다.

그리고 수도권에 아파트를 구입하려 했었다.


주말마다 수도권을 다니며 상담을 하던 중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이 있어 계약을 하기로 했다.

6억 원짜리 집이고 전세 4억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필요한 비용은 2억 원이었다.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 등기부등본을 살펴보았다.

작년(2019년) 10월 부동산 투자 법인이 매수했고 올해 (2020년) 3월 매도하여 일반인이 소유주가 되었는데 2020년 12월에 우리가 사려는 것이다. 겨우 1년 만에 세 차례의 거래를 통해 4억 5천8백만 원에서 5억 4천만 원으로 그리고 이번엔 6억 원으로 1억 4천2백만 원이 상승해 있었다.

일반적인 거래의 상승이 1억 4천2백만 원이었다면 아파트 값이 엄청 올랐구나라고만 생각하였을 것인데 이 물건의 경우는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투자법인의 소유기간은 대략 4개월이었고 집값을 8천2백만 원 올려서 거래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했다. 그래서 실거래 조회를 해보았더니 작년 10월, 11월 사이에 매매가 집중되어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도 그때 대단했다고 부동산 투자 법인이 며칠 만에 다 사버렸다고 회상을 하며 그 물건은 다시 매물로 나와 이미 소진되었다고 전했다.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집 값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투기세력의 분탕질을 통해 집값이 상승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결론은 계약 사항중 조건 변경이 생겨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는데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는 사이 살고 있는 도시가 조정지역으로 묶여 버렸다. 그래도 적당한 물건이 있으면 매수하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원룸건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로 분류되어 새로운 주택을 매수하면 취득세율이 8프로 대상자다. 다른 사람보다 몇천만 원 비용이 더 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분양권을 거래하면 어떨까 싶어 이웃 도시의 분양권 전매를 알아보았다.

올해 말까지는 주택수에 포함시키지 않지만 내년부터 주택수에 포함시키므로 마음이 급해졌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 무언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나마 우리 지역도 이웃의 지역도 조정구역으로 묶였으므로 분양권 가격이 약간 조정되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어쨌든 등기 시 취득세율은 8프로 같은 상황이지만 분양권 가격에서 조정을 받는다면 그 비용으로 쓰겠다는 생각이었다.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 들어가서 상담을 받았다.

내년부터 입주가 시작되고 지역 전부가 재건축 예정지역이라 물량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주셨다. 3년쯤 지나면 그 주변의 일반주택은 모두 새 아파트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격이 가장 싸다고 말씀하셨다. 계속된 분양으로 분양가는 높아질 것이고 새로운 분양가 기준으로 기존의 아파트 값도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럼 2년쯤 지나면 집이 부족하지 않겠네요."라고 물었더니 "그럴 것이다."라는 대답을 하셨다.

"부동산 투자 법인이 산 물건들이 많겠죠."라고 다시 질문을 드렸더니 "그것은 벌써 나와서 팔렸다. 사실은 지금의 집값이 가장 싼 것도 맞지만 목까지 찼다는 느낌!"이라며 머리 끝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고 몇 년이 지나면 조금 이익도 낼 수 있지만 투자로 사는 것이라면 지금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장님 생각이라고 했다.


집을 사기 위해 제법 여러 곳을 찾아다녔고 부동산 뉴스를 찾아 읽었고 내년 부동산 가격 전망을 하는 유튜브 채널 등도 열심히 시청을 하였다. 뉴스에서는 20~30대 젊은이들이 영끌하여 집을 구입하고 있다고 했고 유튜브 채널에서는 공급의 부족 현상으로 한동안은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었다.  


불안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러다 집 없는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집 사는 것을 미루기로 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지 말아야 하는 몇 가지 근거를 찾아보았다.


1. 부동산 투자 법인은 이미 팔았다 : 투자자가 떠난 시장이라면 매력이 없다.

2. 20~30대 젊은이가 영끌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 수요가 당겨졌다는 말로 들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1~2년 상승이 있다 하더라도 그다음 수요자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지역이 아니면 2년 후부터는 집값이 안정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3. 공급의 부족 : 지금 당장은 공급이 부족해 보이지만 2~3년 사이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듯하다. 그리고 당장 거주할 공간이 없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구입을 하겠으나  코로나 사태로 원룸에 공실이 여러 개 생겼다. 내년 1년은 그것들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4. 높은 세율을 감당할 수 없다 : 6억 원을 기준으로 취득세와 지방교육세를 포함하면 8.4프로 기준 5200만 원이 된다. 비싼 집값에 비싼 세금까지 더해서 사야 할 만큼 불안한 것은 아니다.


이 논리는 순전히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냥 그렇게 주장하고 한동안 집 사는 일에 대하여는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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