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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근 Mar 17. 2022

바닥부터 배우는 사용자경험 디자인

나는 코엑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왜 3번이나 넘어질 뻔했을까?



나는 코엑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3번이나 접질렸다. 내가 덜렁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기에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았다. 그것이 바닥부터 사용자 경험을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될 줄이야...




코엑스나 킨텍스 같은 곳에서 열리는 리빙디자인페어, 공예트렌드페어,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등등 각종 행사에서는 부스가 으리으리할수록 호객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참여 업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부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원수가 적은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나 물류비용을 아끼기 위해 실제로 전 직원을 부스 설치 노동에 투입하기도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았다.)


여러 행사 중 특히 가구를 선보이는 리빙디자인페어는 유독 부스 디자인 고민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방문객들은 가구를 보고 그 가구가 놓일 공간이 어때야 하는지 필연적으로 함께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해답을 가구가 전시된 부스 공간이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은 부스 공간을 보고 자신의 공간도 이렇게 꾸몄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구매를 결정하거나 자신의 공간과 부스 공간의 경험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구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간에서 가구를 어떻게 경험하면 좋을지에 대한 훌륭한 예시를 부스가 방문객에게 제시할 수 있다면 오로지 부스의 공간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방문객이 가구를 구매하게 만들 수 있다.


나같이 당장 구매 없이 구경만 하는 방문객들에게도 부스 공간 경험은 중요하다. 멋지게 꾸며진 부스와 부스의 콘텐츠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운 부스 방문 경험은 예비 고객의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되고 이는 다시 브랜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유독 다른 페어보다 부스 공간이 넓고 화려하다. 방문객에게 다양한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부스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물론 다른 페어들도 부스 디자인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유독 리빙디자인페어의 부스들에서 많이 보이는 디자인 특이점이 있다. 바로 바닥이다. 보통 물류창고 같은 넓은 공간에서 개최되는 박람회나 전시회들 부스의 바닥은 건물 자체 바닥을 그대로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사 주최 측이나 시설에서 이미 깔아 놓은 카펫타일 등의 바닥 마감을 모든 업체가 똑같이 사용하면서 그 위에 전시대나 책상을 놓고 옆, 뒤 가벽 정도만 간단한 방법으로 꾸민다. 반면 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실제 가구가 어떤 공간에 놓일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대다수 부스 자체가 하나의 모델하우스 형태로 바닥 마감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고 바닥 시공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행사 주최 측이 기존 바닥의 훼손을 금지해 편법으로 새로운 구조물을 세워 자신만의 바닥을 시공하고자 하는 심미적인 경우도 있고 가구 자체의 조명기기가 많아 전기선이 복잡해지는데 이를 감추기 위한 기능적 용도로 별도의 바닥 구조를 시공하기도 한다. 어떤 이유던 모두 방문객에게 가치 있는 브랜드로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방문객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비싼 돈 주고 바닥까지 멋지게 시공한 부스가 오히려 그 바닥 때문에 예비 고객에게 불쾌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이번 2022년 2월 리빙디자인페어를 방문하고 몸으로 직접 배울 수 있었다. 바닥 때문에(사실 내가 성격이 급해 직진만 해서) 세 번이나 걸려 넘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아예 바닥 턱에 걸려 넘어졌을 때의 창피함이 10이라고 하자.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넘어지진 않았지만 휘청했을 때의 창피함은 1이라고 해볼까. 뭐 상관없다. 어차피 창피함이 0이 아니라면 뻘쭘함은 10으로 결국 똑같다. 그래서 창피함 1로 휘청하고 들어간 부스들은 뻘쭘함 10으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빠르게 휘익 돌다 나왔다.    


그때부터 나는 가구가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페어 부스들의 바닥이 계속 눈에 들어오게 됐다. 이왕 이렇게 주의 산만된 거 바닥이나 관찰해볼까 하고 유심히 둘러보니 제각각 시공된 바닥들이 방문자들의 경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 측면에서 분야를 관통하며 이야기할 지점이 많았기에 관찰한 바를 상세하게 정리해 여러분과 공유해볼까 한다.


부스 바닥을 시공한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었다. 간단하게 높이를 기준으로 부스 바닥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었다. 또 부스마다 바닥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였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항목별 부스 바닥 특징과 페어에서 부스를 디자인할 때 사용자(부스 방문객) 경험을 위해 바닥부터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짚어보았다. 예시 부스 사진은 2022년 2월 23일 ~ 27일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열린 디자인하우스 주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방문해 직접 촬영하였다. 


부스의 바닥 높이를 기준으로 낮은 바닥부터 높은 바닥까지 0~3단계, 총 4단계로 구분했다. 각각의 단계는 네 가지 기준, 접근성/ 무게감/ 차별성/ 비용으로 바닥의 효과를 평가해보았다. 접근성은 방문객의 동선과 얼마나 자연스럽고 빠르게 부스가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항목이다. 무게감은 부스가 전체 페어 공간에서 얼마나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는가, 바닥부터 생기는 질량감 자체로 브랜드가 얼마나 안정감 있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방문객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항목이다. 차별성은 말 그대로 다른 경쟁 부스보다 바닥부터 차별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 방문객에게 차별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항목이다. 마지막 비용은 부스 시공에 소요되는 시간, 인적 자원, 물적 자원과 부스 철거에 소요되는 시간, 인적 자원, 물적 자원, 폐기물에 대한 항목이다.









바닥 높이: 0 ~ 0.5cm 이하. 

바닥이 따로 없거나 있어도 경계가 턱으로 인식되지 않는 높이.


특징: 기존 바닥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장판, 매우 얇은 카펫타일을 깔았다. 주최 측에서 부스 설치에 대해 공통적인 설치 방식을 강요하거나 특정 시공업체를 끼고 통일되게 조립형 가벽 부스를 제공할 때 자주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주로 페어 예산이 많지 않거나 페어 참가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은 브랜드가 선택하는 부스, 혹은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방문자들에게 자칫 그렇게 인식될 수도 있는 부스이다. 왜냐하면 가구 디자인 페어에선 현장 목공이 기본인 정말 독특한 경쟁 독립 부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얇은 장판과 가장자리 테이프 고정을 이용한 0단계 바닥 높이 오픈형 부스에서 가구 배치. 모든 가구가 그대로 겹겹이 노출되어 어지러운 중고장터 느낌을 전달할 위험이 있다.




접근성: 매우 빠르고 편리함.

페어 방문객의 동선에 걸림돌 없이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바닥 높이로 턱이 없어 부스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발이 걸릴 위험이 전혀 없다. 주로 특별히 정해진 부스 입구 없이 사방이 뻥 뚫린 열린 부스이다. 어느 방향이던지 방문객이 걸어오던 방향 그대로 전시된 물품에 시선을 고정한 채 쉽게 부스에 입장, 퇴장할 수 있다.


반면 쉽고 빠른 접근성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방문객은 몰라도 기업의 마케팅 경험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부스에 들어오고 나가는 게 너무 쉬우면 방문객은 자신이 어떤 브랜드/ 기업의 부스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방문 경험 자체를 금방 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없거나 낮은 바닥으로 방문객의 접근성이 높아질지라도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예비 고객에게 좋은 인상은커녕 아예 기억에 남지 못하는 부스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무게감: 없거나 매우 가벼움.

건물 기둥이 부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행사장 가장자리나 특별공간이 아니라서 주최 측에서 시공해 놓은 가벽들을 이용하지 못하는 중앙의 아일랜드형 부스들이 0단계 바닥 부스라면 물리적인 부스 경계가 희미해 붕- 뜬 것처럼 가벼워 보일 수 있다. 주말이나 점심시간 등 인파가 많을 때 0단계 부스의 가벼움이 특히 더 크게 드러난다. 물리적인 바닥 경계 구분이 없기 때문에 방문객 공통 통로와 부스가 서로 구분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아예 방문객의 인파에 부스 공간 자체가 지워져 보이기도 한다.


주로 오픈형인 0단계 바닥 부스는 가벽 같은 가림막이 없어 내부가 한 번에 뻥 뚫려서 노출되는데 이때 시각적으로 가구들이 겹겹이 겹쳐 보여 방문객이 가구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없다. 심하게는 가구가 중고 장터처럼 질서 없이 산재되어 있는 걸로 보일 수 있다. 이때 부스의 바닥이 질량감을 가지고 방문객의 어지러운 시선을 안정적인 무게로 잡아줄 수 있다면 그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존재감이 약한 0단계 바닥에게 그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부스는 방문객의 시선을 끌고 그 시선을 잡아줘야 하는데 0단계 바닥구조만으로는 그 효과가 미미하기에 오픈형이나 아일랜드형 부스라면 바닥 무게감을 좀 더 신경 쓰거나 다른 해결책을 꼭 고려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0단계 부스 바닥의 소재들은 스스로 무게감이 없다. 소재 자체가 행사장 바닥에 제대로 고정되지 못하고 발걸음에 이리저리 접히고 밀릴 수 있다. 얇은 바닥 소재를 제대로 고정할 마찰력 있는 양면의 고무바닥, 테이프 마감 등의 실용적이고 보기 좋은 고정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바닥 마감을 잘 선택한다면 바닥이 없어 가벼워 보이는 부스의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 어두운 톤의 카펫은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부스에 시각적으로 무게감을 줄 수 있다. 특히 가구 개수가 많고 색상이 다양한 경우 방문객의 시선이 어지러울 수 있다. 이때 반사가 거의 없이 매트하고 어두운 톤의 바닥이 갈 곳 잃은 시선의 흐름을 잡아줄 수 있다. 반대로 행사장 내 조명이 그대로 반사되거나 묻어버려 눈부신 밝은 바닥은 공간을 더 가볍고 어지럽게 만들어 정말로 부스의 존재감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브랜드 컬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면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바닥 소재와 마감 색을 선택하는 게 모두에게 바람직하다.


차별성: 미약함

바닥이 없거나 미약해 안정적인 내부 기둥/ 가벽 시공에 어려움이 있어 부스 안에서의 공간 구분이 쉽지 않다. 보통 리빙 페어에서는 제품 각각에 어울리는 독자적인 방을 부스에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방별로 다른 바닥을 사용해 공간 경험 효과를 높일 수 있는데 0단계 정도의 바닥 소재는 부스에 조각조각 설치하기보다 한 번에 까는 경우가 많아 바닥으로 공간 구분이 힘들다.


독특한 조명기구들을 많이 설치해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전기선이 많아지는데 얇은 장판 같은 바닥이 전기선을 예쁘고 안전하게 감쳐주지 못한다. 카펫이나 장판은 바닥 소재의 자유도도 높지 않아 부스 디자이너가 원하는 텍스쳐의 바닥 마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0단계 바닥 높이의 부스끼리는 서로 바닥 소재가 겹치거나 텍스쳐가 비슷해 보이는 바닥 마감을 선택해 방문객에게 차별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만약 0단계 바닥의 부스로 시공한다면 차별성을 위해 더 나은 장판형 소재를 찾는 것에 힘을 쏟거나 아예 다른 구조나 장치를 마련해 다른 방향으로 차별성을 확보하면 좋다.


비용: 매우 간단하고 저렴한 시공비

바닥 소재만 잘 선택한다면 0단계 부스는 가장 경제적이다. 선택한 바닥이 장판이나 타일형이라면 특별한 전문가 없이 내부 인력만으로 충분히 바닥을 시공할 수 있다. 보통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기본 유닛 크기의 부스라면 비전문가라도 특별한 도구 없이 한 시간 내에 완료할 수 있다. 철거도 중장비 없이 그냥 바닥에서 쭈욱 뜯어내면 돼서 빠르고 간편하고 따로 특별한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주최 측 입장에서도 부스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철거가 가능한 구조라 사후 관리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 좋다.

얇은 카펫타일과 가장자리 테이프 고정 마감을 한 0단계 부스, 카펫타일은 무게감이 없어 보이는 0단계 높이 바닥에 진지하고 안정적인 무게감을 부여해줄 수 있다.
일부 가벽을 낀 0단계 바닥 높이 부스.  바닥 경계를 따라 상품을 단순 전진 배치하면 오히려 바닥의 가벼움 때문에 중고시장처럼 보일 수 있다.






바닥 높이: 30mm 이하.

부스 바닥 경계가 곧바로 눈에 띄게 턱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작은 카트의 바퀴가 걸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바닥 높이를 가지기 시작한다. 실제 바닥은 높이가 거의 없더라도 가장자리 마감에 높이가 생겨 턱이 생기는 부스이다.


특징: 두꺼운 카펫류나 블록판을 사용하고 부스 가장자리에 플라스틱이나 금속, 목재로 몰딩 마감을 한 형태. 0단계 부스와 달리 사용자 동선에 물리적으로 시각적으로 직접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바닥 경계가 생긴다. 바닥에 사용할 수 있는 무게 있는 소재가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두께가 있는 카펫타일, 견고한 가장자리 몰드 마감으로 방문자 경험에 의미 있는 바닥 높이 차이가 생긴 1단계 바닥 높이 부스.


접근성: 빠르고 편리하나 세심한 주의 요함.

방문객의 입장과 퇴장에 큰 장애물로 여겨지지 않는 정도의 바닥 높이를 가진 부스기 때문에 0단계 바닥 높이와 마찬가지로 방문객이 큰 신체적 노력을 들이지 않고 곧바로 앞만 보고 부스에 입장하고 퇴장할 수 있다. 다만 0단계 부스에서는 높낮이가 의미 없는 테이프로 부스 경계를 마감했거나 발에 치일 수 있는 마감 자체가 아예 없었기에 방문자의 발걸음이 부스 바닥 가장자리에 걸릴 위험은 없었다.


반면 1단계 부스는 바닥 경계의 마감재가 유모차나 미니 카트의 작은 바퀴를 걸리게 할 정도의 물리적인 높이를 지녔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 없이 부스에 입장하다 보면 사람도 발 끝이 바닥 몰딩에 걸려 발목이 삐끗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다.


내가 맨 처음 발이 걸려 뻘쭘했던 부스, 지금 이 글을 쓰게 한 부스가 바로 이 1단계 바닥 높이를 가진 부스였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바닥 높이 때문에 아예 높은 바닥을 가진 부스에 들어갈 때보다 내가 더 부주의하게 입장했기 때문에 발이 걸리게 됐다. 부스에 접근할 때 발이 걸리는 경험을 했던 방문자는 후에 해당 부스의 브랜드를 떠올릴 때 발이 걸렸던 경험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가구와 공간이 메인 상품인 리빙디자인페어에서 가장 중요한 방문객이 누구일지 30초만 생각해보고 이들의 방문 경험을 10분만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적어도 부스 입구 쪽의 바닥 설계는 절대로 대충 할 수가 없다.


리빙디자인페어에는 새로 이사한 공간을 위한 가구를 평소보다 저렴한 행사 가격으로 구입, 득템 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방문자들의 비중이 높다. 그중에서도 주로 신혼집으로 이사하는 신혼부부나 아이가 생겨 더 큰 집으로 이사하려는 부모들이 많다. 아기를 잠시 다른 곳에 맡길 수 없는 부모들은 직접 유모차를 끌고 열정적으로 페어에 방문한다. 만약 이들이 유모차를 끌고 힘차게 들어서다 1단계 부스의 작디작은 턱에 덜컹하고 유모차가 걸려 아기가 울거나 다치면 어떻게 될까?


카트나 유모차에게 1단계 바닥 높이 부스는 만만해 보이지만 막상 넘어가려 하면 바퀴가 걸려 넘어질 수 있어 성가시다. 카트나 유모차에게 어느 정도 입장 요령이 필요한 높이이다.


일반 가정집 공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공간에 가구가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가게 혹은 기존 가게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사업장 대표나 직원이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이들의 공간을 책임지고 있는 인테리어 업체 디자이너, 바이어가 현재와 미래의 사업을 위해 페어에 방문하기도 한다. 이들은 비즈니스를 작정하고 페어에 방문하기에 명함과 브로셔, 샘플을 수집하고 작은 소품은 직접 구매하기 위해 캐리어나 손 카트를 대동하는 경우가 잦다.


인파도 많고 비즈니스로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 거추장스러운 카트를 끌고 1단계 부스로 들어오다 생각지도 못한 작디작은 턱에 덜컹하고 카트가 걸렸다. 기우뚱하는 카트를 다잡으려 순간적으로 힘을 썼다가 일에 치인 약한 몸이 쥐가 나고 근육이 결린다면 어떻게 될까? 카트까지 넘어져 내용물이 다 쏟아졌다면 또 어떨까?


바닥의 조그마한 몰드 경계 높이 때문에 구매를 작정하고 방문한 미래 고객과 아기를 동반한 방문객에게 부스가 불쾌한 경험을 주게 된다. 해당 부스 업체는 이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를 날리게 된다.


부스의 애매한 바닥 높이로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방문객의 경험을 사전에 인지, 이를 통해 예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구체적으로 반영된 칭찬할만한 부스.


1단계 바닥 높이를 가진 부스 중 이런 접근성 문제를 사전에 인지해 바람직한 해결책을 시도한 업체가 몇 개 있었다. 이들은 부스로 직진하던 방문객이 잠깐 멈춘 후 안전하게 입장할 수 있도록 돕는 문구를 부스 입구 바닥면에 부착했다. 덕분에 부스에 입장하던 방문객들은 부스 입구에서 발이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입장할 수 있었다.


다소 높은 카펫타일을 사용했으나 휠체어나 카트, 유모차가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한 입구.


무게감: 가볍거나 적당함

두께가 있어 질감이나 색감이 명확히 인지되는 바닥 소재가 부스 무게감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조율할 수 있게 돕는다. 두께 있는 소재와 이를 잡아주는 가장자리 몰딩 덕분에 어느 정도 기존 바닥의 수평 보정까지 가능하다. 기존 행사장 바닥을 훼손하지 않고 시공된 바닥을 이용해 내부 격실 구조 밑 외벽을 쌓아 올릴 수 있다. 벽의 커다란 면면들이 불필요한 시선 투과를 막아주고 시선을 한 곳으로 유도해 방문객의 시선이 가볍게 날아가지 않게 해 준다. 두께 있고 마감이 확실한 바닥 덕분에 무게가 무겁고 커다란 질량의 상품, 구조물 배치가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이다.


차별성: 적당히 눈에 뜨임

독특한 마감의 블록 타일 혹은 목공 시공이 들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의 시공이 가능해졌다. 적당한 바닥 높이는 전선을 숨길 수 있는 동시에 가벽을 지지하는 역할도 해주어 외벽과 격벽의 시공이 용이하다. 계획만 잘 세운다면 가구 각각에 어울리는 공간 구성과 격실마다 개성 있는 바닥재, 벽재 시공이 가능해서 독특한 부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바닥이 여러 구조를 지지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명 설치에 대한 자유도가 늘어나 얼마든지 눈에 띄는 독자적인 부스를 만들 수 있다. 외벽의 시공은 부스에 독특한 프레임을 만들어주어 멀리서도 방문객이 특정 부분에 시선이 모이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0단계와 1단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높이지만 무의식 중에 충분히 발이 걸릴 수 있는 바닥 높이이다. 그렇지만 그래픽 사인으로 위험을 방지하는 동시에 차별성까지 확보했다.

 


비용: 저렴하지는 않지만 선택에 따라 합리적인 비용

두꺼운 카펫타일 한 종류, 가장자리 몰딩으로 마감한다면 부스 디자인 효과를 고려했을 때 꽤 합리적이다. 바닥부터 목공이 들어간다면 시공에 드는 비용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바닥이 튼튼하기 때문에 벽을 만들기로 했다면 도장, 시트지 시공 등 벽을 꾸밀 것들에 대해 추가적인 비용 소모가 크다. 그렇지만 업체에서 제공하는 바닥 블록을 선택해 사용한다면 처음부터 모든 구조를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부스 디자인에 얼마나 공을 들일 것인가, 얼마나 많은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면 절대적인 비용은 높을지라도 상대적인 비용은 합리적일 수 있다. 구조 시공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설치 시간과 설치 인력, 철거 시간과 철거 인력에 대해 사전에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바닥 높이: 100mm 이하

100mm 이하의 바닥들로 물리적인 높이가 명확히 인지된다. 확실하게 턱이라고 불릴 수 있다.  부스마다 독특한 전용 입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특징: 업체가 제공하는 블록 타일을 시공하거나 현장 목공 작업으로 만든 높은 바닥 구조

높은 바닥은 방문객에게 명확하게 장애물로서 인지된다. 발을 들어 단을 밝고 올라가야만 하는 높이기 때문에 방문객의 주의가 필요하다. 꽤 높은 가장자리 구조를 깔끔하고 안전하게 마감하기 위한 방법이 업체별로 색다르다.

높은 바닥구조가 다양한 외벽 및 격식구조 시공을 용이하게 한다. 높은 부스 바닥과 외벽, 격실 구조로 방문객 동선을 입구 프레임으로 유도한다. 다만 입구가 턱으로만 된 게 아쉽다.


접근성: 다소 제한적, 위험함

2단계 바닥 높이의 부스에서는 위 사진과 같이 부스 가장자리에 한 발을 올리고 서 있는 방문객의 모습을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 부스의 바닥 경계가 한 계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계단이 있는 구조는 방문객이 곧바로 부스로 입장할 수 없게 만든다. 일단 부스의 경계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무의식적으로 발을 걸치기 위해 한번 멈춰야 한다.


정말로 이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높은 단은 방문객에게 심리적 장애물로도 여겨지며 방문객이 편하게 입장할 수 없게 만든다.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 매장이나 치장이 심한 웨딩홀, 위압적인 정부 건물 등에서 높은 계단 입구를 활용해 방문객에게 심리적 긴장감을 선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전시회 부스의 바닥이 그 정도 위압감을 선사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방문 의지가 있는 사람만 단을 밝고 올라오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자리에서 발을 걸치고 쓰윽 구경하다 빠지는 경우가 많다.


목재 마루를 올리기 위해 겹겹이 바닥을 쌓은 독특한 부스. 하지만 올라가는데 힘이 들어 막상 들어가기보다는 한발 걸쳐서 구경하는 방문객이 많다.  
높은 부스 바닥 경계와 이용객의 발걸음이 충돌할 때 피해가 적도록 날카롭지 않게 모서리를 깎아냈다(chamfer).  역시나 발판으로 쓰이고 있는 2단계 높이 바닥 부스.


2단계 높이의 부스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따로 낮은 바닥면의 입구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경사로 등의 방법으로 다른 입구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휠체어나 유모차, 카트의 입장을 고려한 범용적인(universal) 디자인이다.


물론 입구를 고려한다는 것은 방문객을 고려하는 좋은 기획이지만 보조기구나 큰 짐 없이 발로 걸어 다니는 방문객 입장에서는 입구를 찾기보다는 자신이 걸어오던 방향 그대로 부스를 뚫고 들어가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부스 입구가 있어도 특별히 부스 사방을 막는 벽이 없다면 부스 방문객은 입구를 무시하고 자신이 걸어오던 방향 그대로 높은 바닥의 경계, 턱을 밟고 입장할 것이다.


심지어 바로 한 발짝 옆이 경사로 입구인데 그걸 무시하고 경사로 바로 옆 턱을 밟고 입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아무리 입구를 마련했더라도 자체적으로 방문객의 입장 동선을 스마트하게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높은 바닥 때문에 따로 경사로 입구를 만들어 놓았으나 방문객들은 따로 벽이 없다면 아무리 입구가 가까워도 뚫려 있는 곳으로 곧바로 직진하기 마련이다.
2단계 높이의 바닥을 가져 다양한 층 구조를 보여주었던 부스. 외벽으로 입구를 제한하고 입구는 경사면으로 만들어 자연스레 방문객의 동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접근성도 높였다.

 

입구를 마련했지만 부실한 동선 설정과 부스 마감으로 입장 자체가 방문객을 위협한다. 심지어 행사 오픈 첫날이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부스에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 말고 부스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의 동선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바닥이 높으면서 경사로 등의 입구를 마련한 몇몇 부스에서 사각형의 부스 모서리를 못질 몇 번으로 날카롭게 마감했다. 10여분 정도 관찰 결과 10명 중 3명은 코너를 돌다 부스 모서리에 발이나 옷이 걸렸다. 행사기간 동안 계속 부스 모서리와 방문자 발길 충돌의 횟수가 누적될 것이다. 나는 행사 오픈 첫날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 이미 부스 모서리 마감은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 버렸고 그래서 더 돌출된 합판 조각 모서리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이런 부스를 가진 브랜드가 과연 가구를 잘 만들까? 아무리 잘 만들어도 소비자 경험이 과연 좋을까? 사실이 어떻든 가구를 보기도 전에 합판 쪼가리가 떨어져 너덜너덜대는 부스 모서리에 내 발목이 긁히지 않을까 걱정되어 멀찍이 떨어져 지나게 된다. 한 시간 정도 뒤 다시 근처를 지나갈 때 보니 떨어져 나간 바닥 경계면을 투명테이프로 너저분하게 붙여놓았더라.


방문객과 충돌로 떨어져 나간 모서리 몰딩을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행사 첫날 부스의 모습


무게감: 무거움, 진중함

확실하게 질량감이 있는 높이는 부스를 가볍지 않고 무게감 있는 부스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실제로도 안정적인 바닥구조 시공이 가능해 튼튼한 부스를 시공할 수 있다. 기초 구조부터 튼튼하게 보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부스가 부웅 떠보이지 않고 부스의 자리에 안정적이고 진중하게 버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느 정도 커다란 질량의 바닥 구조물 덕분에 가구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마감과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단계이다.


차별성: 눈에  매우 뜨임

구조를 시공하기 충분한 높이의 바닥이 독특한 마감의 블록 타일 혹은 목공 시공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바닥이 튼튼해 다양한 벽 구조물로 독특한 외관을 내세울 수 있다. 바닥 높이 차이를 활용해 자갈을 깐다거나 인조잔디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환경요소 배치에 자유도가 생기기 시작한다. 작업자 재량에 따라 시각적 차별성을 월등히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조물의 비중이 많아지는 만큼 처음부터 독특하게만 만들려 하고 안정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행사기간 동안 부스 유지보수에 공을 들이는 시간이 많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비용: 비쌈(case by case)

늘어난 구조만큼 당연히 상대적으로 비용도 증가한다. 그렇지만 2단계 바닥 높이부터는 부스 시공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부스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업체별로 비용 차이가 커서 무조건 절대적으로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시공과 철거에서 기본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간, 인건비와 재료비가 저렴하지는 않다.







바닥 높이: 100mm 이상

바닥 높이가 방문객의 발목 이상으로 올라오는 아주 높은 바닥을 가진 부스이다.


특징: 마치 하나의 스튜디오처럼 특별하게 한 공간을 강조하기 위한 영역에 쓰인다.  

이렇게 높은 바닥은 사람들이 밝고 올라가 입장하게 하는 용도보다는 멀리 서나 가까이서나 사람들이 부스 바깥에서 윈도 디스플레이를 보듯이 조망하게 하는 용도의 공간에 쓰인다. 하나의 부스에서 다른 높이의 바닥과 같이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강조하고자 하는 방의 전면을 방문객 통로 방향으로 열어놓는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꾸민 것 같은 3단계 높이 바닥의 부스 공간, 옆에는 1단계 부스 바닥이 메인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접근성: 선택적 제한

3단계 바닥 높이의 경우 바닥이 높다고 무조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평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바닥을 높인 이유가 방문객이 높은 턱을 밝고 올라오라고 하는 목적보다는 공간 자체를 부스 바깥에서 구경하게 하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방문객이 원한다면 밝고 올라갈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1단계나 2단계 바닥 높이를 주 바닥으로 사용하고 강조하고자 하는 공간의 바닥을 3단계 높이로 올려놓는다. 그래서 방문객은 3단계 높이의 공간을 입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진을 찍거나 멀리서 조망하는 하나의 특별한 전시관으로 인식하고 실제 입장은 다른 통로로 자연스레 우회하게 된다.


부스의 한쪽은 바닥을 높여 무대처럼 꾸민 후 원한다면 입장할 수 있도록 계단 구조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계단을 오르기보다는 부스 바깥 통로에서 부스를 관람했다.
위 사진과 같은 부스의 다른 쪽 면이다. 들어가기 힘든 높은 바닥 대신 이번에는 1단계 바닥 높이를 사용해 의도한 입구로 방문객을 자연스레 유도했다.


바닥을 확실하게 높인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단순히 밝고 올라가기 힘들다고 잘못된 부스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쓰임이 명확하다면 3단계 바닥 높이도 오히려 접근성을 선택적으로 제한한 잘 만들어진 부스이다. 다만 부스의 전체를 3단계 높이의 바닥으로 사용하면서 계단이나 경사면의 입구를 만들어 놓지 않는다면 접근성 측면에서 점수를 주기가 굉장히 힘들다.

 

다행히도 그 정도의 극악무도한 부스는 볼 수 없었다. 아마 발목보다 높은 눈에 띄는 장애물 같은 바닥 높이는 아무리 사용자 고려를 안 하는 업체라도 자기들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나 보다. 잘못 만들면 오히려 업체 자신들이 가구를 옮기고 설치하고 해체하는 게 힘들어질게 당연하다.


무게감: 확실한 무게감

3단계 바닥 높이만 되면 누가 봐도 확실한 질량감을 자랑한다. 그 질량감에서 위압감까지 뿜어낼 수 있다. 함부로 딛고 올라가지 못하고 한 발짝 뒤에서 넓은 시선으로 조망하게 한다. 부스의 바닥 경계가 높아 마치 벽면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사각틀의 연장선으로 인지된다. 그래서 부스 외관의 전체 시각적인 테마가 바닥까지 자연스레 녹아들어 외관상 훨씬 일체감 있는 부스가 만들어진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한 가지 마감으로 통일된 부스의 무게감은 방문객이 느끼기에 브랜드의 자신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단 업체에 신뢰가 가는 무게감이다.   



차별성: 개성만점

물론 디자인이 잘 되었을 때의 이야기지만 일단 바닥 높이만으로도 인접한 부스와 확실한 경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눈에 쉽게 뜨인다. 바닥의 마감 역시 높이와 상관없이 디자이너가 정해진 예산에 한하여 원하는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3단계 높이의 바닥을 가지는 부스는 0단계, 1단계, 2단계 바닥 높이를 함께 사용하여 부스 안에서 층계로 공간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닥을 높이고 방문객이 쉽고 편하게 둘러보는 공간에는 바닥을 낮추어 바닥 높이로 공간 경험의 스토리텔링을 디자인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층계를 오르내리거나 방마다 다른 주제의 바닥 마감을 직접 밟아보면서 지루하지 않고 다채로운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바닥의 변주는 동선만 잘 설계된다면 방문자들이 보다 부스에 오래 머물게 발걸음을 붙잡을 수도 있다. 당연히 자사의 가구가 방문객에게 효과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다른 부스보다 상대적으로 방문객들이 인상 깊게 기억할 여지가 있다.

역시나 과하면 좋지 않다. 만약 차별성에만 신경 써서 바닥만 믿고 계단이 많고 미로 같은 구조를 만들어버린다면 사람이 몰리는 때가 많은 페어에서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고 구조에 겁먹고 방문객이 아예 들어오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비용: 비쌈(case by case)

2단계 바닥 높이와 같다. 늘어난 구조만큼 당연히 상대적으로 비용도 증가하지만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업체별로 비용 차이가 커서 무조건 절대적으로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3단계 바닥 높이의 경우 부스 전체를 같은 높이로 만드는 것보다 0~2단계 바닥 높이와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게 접근성이나 다채로운 공간 구성 측면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에 오히려 통일되게 2단계 바닥 높이로 시공하는 것보다 비용은 경제적일 수도 있다. 확실하게 대비를 주어 강조할 부분에 비용을 투자하고 나머지 공간은 경제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0~3단계의 부스 바닥 높이가 전체 페어 부스 바닥의 경우를 100%는 아니라도 93.0331% 는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것 같다. 모두가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선을 다해 부스를 만들었지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디자이너로서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기에 분석을 하게 되었다. 부스 제작은 부스를 시공해주는 제한된 업체들의 작업방식과 행사 주최 측의 입김 때문에 자유도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멋진 부스를 만들어 신나는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어쨌든 간 자본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조금만 더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신경 쓴다면 간단한 방법으로 최선의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걸 몇몇 부스가 보여주었다.


행사장 곳곳에 공용으로 설치된 바닥 구조물. 부스마다 연결된 외부 전선을 고무판으로 덮고 눈에 띄는 테이프로 마감해 전선을 보호하는 동시에 안전한 방문객 동선을 확보했다.


아마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만약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다. 지금까지 코엑스 리빙디자인페어에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부스 바닥에 3번 접질려 넘어지고 쓴 UX 디자이너의 리빙디자인페어 방문 후기였다. 머리를 박진 않았지만 뇌에 꽤나 큰 충격이 온 경험이었다. 바닥부터 UX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던 사용자 경험을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이번 주제가 이렇게 논문같이 길어질 줄은 몰랐으나 이마저도 줄이고 줄였다. 세세하게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면 아마 바닥만 가지고도 한 달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매일매일 이렇게 마주치는 모든 것에 복잡하게 디자인적으로 생각이 많은데 지금보다 재밌고 간단하게 경험을 공유하도록 나부터 독자 경험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참고로 93.0331은 내 생년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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