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서핑, 디지털노마드

백수의 제주도 워케이션 코스프레와 자기 성찰 일지 - 02

by 민근
1부, 강박적 제주행 그리고 워케이션
https://brunch.co.kr/@dhalsrms3994/53


백수가 즉흥적으로 제주에 내려와 어디 나도 한번 워케이션? 은 무슨 워케이션 코스프레하다가 자기 성찰 씨게 한 이야기 - 2부




디지털노마드의 리모트 = 워케이션?


제주에 무작정 내려와 어딜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일하면서 휴가를 즐긴다는 워케이션을 알게 됐다. 일과 휴가를 합친 말인 워케이션은 코로나 재택근무에서 탄생했다. 직장의 업무를 제3의 장소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것을 재택근무라고 한다.


그러니까 회사 밖, 사무실 밖에서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게 됐으니 그 장소를 이왕이면 휴양지로 한 번 정해본 것이 워케이션인 것이다.


이런 의미라면 디자이너들이나 마케터들,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워케이션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표현이 맞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예전부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해왔다.


프리랜서들은 회사 조직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한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장비를 가지고 원격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들을 디지털노마드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런 디지털노마드의 재택근무 방식을 리모트(Remote)라 부른다.



나도 디지털노마드가 되고 싶었다.


당시 2013년 ~ 2015년, 내가 디자인학부에 입학하고 군 전역을 하던 시기에 지금의 워케이션 유행처럼 국내에서 IT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디지털노마드가 대유행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노트북만 있으면 해변에 가서 일한다 카더라. 디지털노마드라 카더라.


20대 초반 당시 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프로덕트를 기반으로 창업하기 시작했다. 나는 디자인학부에 있었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대기업 위주로 공부하던 인문계열 학생들보다는 빠르게 IT 스타트업 환경을 경험해볼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이미 프리랜서 일을 겸하고 있던 당시 내 주변의 디자인학부 학생들은 와이파이와 콘센트가 있으면서 오랫동안 있어도 눈치 안주는 스타벅스 위주의 카페를 찾아다니며 과제도 하고 스타트업 일도 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디지털노마드에 대해 듣게 되고 막연히 나도 그렇게 일하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무실이라곤 딱히 없던 창업 동아리들도 마찬가지로 카페를 전전했다. 당시 서울 을지로 3가 역 스타벅스에서 스타트업 창업동아리 팀원들이 자주 모였었다. 어두운 스타벅스 한구석에서 한 번쯤 해변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고 있는 밝은 미래 속 멋진 나를 상상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내가 디자이너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한 이유에 그런 장밋빛 디지털노마드 미래가 확실히 한몫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워케이션처럼 휴양지에서 노트북만 가지고 일하는 디지털노마드를 찬양하며 디지털노마드가 되고자 디자이너 혹은 개발자로 전향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11월 발리, 내가 처음 만난 서핑과 디지털노마드


어쩌면 그 당시에 바다와 관련된 낭만이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디지털노마드 하면 해변에서 노트북 하는 걸 떠올리는 것과 함께 서핑 유행도 함께 찾아왔다. 서핑의 대유행과 디지털노마드, IT 스타트업 열풍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 직감에는 분명 라이프스타일에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만 같다. 서핑하는 디지털노마드.


발리에서 서핑하고 기진맥진인 나, 누가 바다에서 노트북 하니?


나는 군 전역하자마자 서핑을 배우러 가겠노라 결심을 하게 된다. 당시 미디어에서 서핑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는데 스케이트보드와 스노우보드를 타던 내가 바다에서도 판자때기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꽤나 신이 났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국내는 그냥 무시해버리고 전 세계를 타깃으로 서핑을 배우기 가장 좋을 곳을 검색했다. 발리(Bali)가 좋다고 하길래 무작정 인도네시아 발리로 가버렸다.


그리고 발리의 KUTA 해변의 서핑 캠프에서 한 달을 살게 된다. 나는 혼자서 한 달을 지내면서 자연스레 서핑 캠프에 짧게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정말 특이한 사람들이었는데 그중에서 내가 환상 속에서만 봐왔던 디지털노마드도 있었다. 발리의 디지털노마드들은 오전 서핑 이후 대부분 호텔이나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봤다.


미디어에서만 보던 모습을 발리에서 실제로 접하니 진짜로 나도 디지털노마드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당시 20대 초반의 나는 그 사람들의 겉모습만 봤지 실제 모습은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나는 알아차렸어야 했다. 아무리 발리여도...


그 누구도 해변에서는 노트북을 펴지 않는다는 사실을.



훗. 디지털노마드는 아무나 하나








"최초의 디지털노마드"

-3부에서 계속



백수가 즉흥적으로 제주에 내려와 어디 나도 한번 워케이션? 은 무슨 워케이션 코스프레하다가 자기 성찰 씨게 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1부, 강박적 제주행 그리고 워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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