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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근 Jan 11. 2023

난 왜 창업을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제는..

창업 네트워크 후기

창업네트워크에 다녀와 가장 공감이 되었던 말은 사람, 팀원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벌써 창업을 하신 분들이나 구체적인 창업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실력은 기본이고 열정의 크기와 책임감의 크기가 자신과 같을 팀원을 찾기 위해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핏이 맞는 팀원을 찾는다는 표현 아래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넌 왜 창업 안 해?, 창업하면 잘할 것 같은데 “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듣고 있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디자이너랍시고 여러 젊은 창업가와 함께 했고 스스로 주체적인 활동들을 하면서 나도 자연스레 창업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릴 때는 내가 창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사람을 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으면 사람을 모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 열정 하나로 여러 사람을 도와준 경험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내가 겪고 부정적으로 느꼈던 걸 내가 창업한답시고 똑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높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모을 수 없다면 그냥 내가 다 해버리자라고 생각했다. 나한텐 내가 돈을 안 줘도 되고 내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스스로 진화할 수 있어서 나에게 답답할지언정 남에게 답답해서 이만큼은 해야 되지 않겠냐고 스트레스 줄 일도 적으니까. 그러다 보니 내적으로 사람 보는 기준이 더 높아져 버렸지만 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많이 줄어들어 혼자 실망해 울적할 일이 적어졌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해내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던 아니면 다음날이던 그걸 그냥 했다. 내가 못하는 거면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배워서 해냈다. 그렇게 하다 대학 졸업할 때즈음 되니 나는 면접관들이 국내에도 이런 프런티어가 있나요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프런티어라는 말은 이미 안정된 대기업이 아닌 어떤 통찰력과 실력이 있어 추진력을 내줄 수 있는 사람, 초기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라는 의미다. 그냥 이것저것 다 잘한다는 긍정 반 부정 반 중의적인 뜻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에 합류해 와서 일찍부터 스타트업 자체가 너무 싫어졌지만 그 스타트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몸부림치다 보니 결국 스타트업에서 최고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것마저 싫어서 내가 혼자 해야겠다고 하니 그것도 또 스타트업인 것이다.


창업네트워크에 지원하신 계기가 뭔가요? 이제는 내 정체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창업네트워크에 오게 된 것 같다. 일단 그것이 출발점이고 당장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내야지 라는 욕심은 없다.


그러다 보니 막연히 내가 리더로서 창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막상 현장에서 만난 분들은 창업에 대한 생각과 아이템이 확고하셨다. 물론 나도 창업에 대한 생각과 아이템은 있지만 이분들은 나처럼 일단 나 혼자 재밌는 창업에서 끝나는 게 아닌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 누구에게 어떻게 팔 것이고 어느 정도 수익이 기대가 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미 여러 번 실패 끝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신 분들도 여럿 계셨다.


창작자 마인드가 아닌 사업가 마인드를 지닌 리더로서 자신과 함께할 팀원을 모집하기 위해 네트워킹에 나오신 분들을 보니 나는 아직 창업가 마인드를 흉내만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냐 팔로워냐. 그래서 마지막즈음엔 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돕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합류해 강력한 팔로워가 되겠다고. 물론 리더가 아닌 팔로워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즈음에 한 사람은 자신은 강력한 킹메이커이며 킹이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과 함께 하면 된다고 하더라. 포부와 자신감은 인정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조금 더 진지하면서도 주체적으로 탐색해 볼 예정이다. 내 능력을 사용하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이끄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과 성향이 맞는 것 같으면 그때 다가가볼 생각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네트워킹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사업적인 면모들을 특히 많이 배우고자 한다. 내가 부족한 사업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많이 배우고 내 안에서도 창작자 마인드가 아닌 사업가 마인드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그때 리더가 되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내가 재밌겠다 생각하는걸 스스로 해내고 다음 스텝은 또 뭐 할까 생각하는 자체가 좋았던 내가 이제는 어떻게 하면 그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지 시스템을 마련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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