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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근 Jun 03. 2023

나이언틱 연대기: 지도, 게임 그리고 존 행키

WebAR 프로덕트 오너의 AR 이야기 - Niantic 1부


오전 6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울리는 3~4차례 알람을 부시고 간발의 차로 회사에 지각하지 않을 수 있는 미라클 모닝이 시작된다. 아직 침대 위, 진짜로 두 발로 바닥을 디뎌 일어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구글 브라우저 앱을 켜 전 세계 최신 AR업계 뉴스를 훑어보는 일이다.


2023년 현재, 나는 웹브라우저 기반 증강현실(WebAR)을 다루는 프로덕트 팀의 SO(Service Owner)로 일하고 있다. 오늘도 역시나 뒤쳐지고 있구나 하는 평범한 기분으로 AR 관련 아티클들을 스크롤하고 있었다. 그러다 Niantic에서 새로운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을 출시했다는 뉴스를 발견했다.



Peridot 웹사이트 메인 배너에서 캡처, https://playperidot.com/en


게임 이름은 페리도트(Peridot). 위치기반 증강현실 펫 키우기 게임이다. 포켓몬고(Pokemon GO)에서 포켓몬을 기르는 것처럼 페리도트에서는 가상의 신비로운 생명체 도트(dot)를 기른다.


처음엔 그저 개발사 Niantic의 최신 AR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이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기대감에 다운로드하였다. 그런데 페리도트를 설치하고 난 후 나의 아침 루틴은 구글 브라우저를 여는 것 대신에 페리도트를 켜고 내 펫, 도트들에게 아침밥을 주는 걸로 바뀌어버렸다.


페리도트는 Niantic이 왜 증강현실 콘텐츠 개발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지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플레이하자마자 곧바로 직업 특성이 발휘되어 페리도트를 이리저리 테스트해보기 시작했다. 포켓몬고의 경험과 비교했을 때 페리도트의 증강현실 기술과 사용자 경험은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마치 페리도트에 대한 리뷰를 하는 것 같은 서론이었으나 먼저 위치기반 증강현실 개발사 Ninatic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원래는 Peridot 이야기를 해야겠다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페리도트 스크린샷 몇 개로 리뷰를 하는 걸로는 내가 왜 Peridot에 충격과 영감을 받았는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Niantic이 어떻게 해서 지금의 Pokemon GO부터 Peridot까지 만들게 되었는지, 내가 왜 Niantic이라서 Peridot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운로드하였는지 먼저 이야기해보려 한다.





Niantic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독보적인 증강현실 개발사라 생각한다. 내가 Niantic의 증강현실이 독보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포켓몬고라는 인기 있는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어 기업 가치가 10조가 넘는다거나 기술적으로 발전된 신작, 페리도트를 내놨기 때문이 아니다.


Niantic은 정말로 우리 현실 세계, 지구상의 모든 공간을 무대로 펼쳐지는 진짜 증강현실 개념을 만들어가고 있다.




Niantic 연대기 1부: 지도, 게임 그리고 John Hanke

The Chronicles of Niantic: Map, Game and John Hanke


모든 게 허상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다르게 증강현실(AR, Augumented Reality)은 현실공간 간 위에 가상의 시각 콘텐츠를 결합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증강현실은 현실 공간 위에 있어야 의미를 가진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려면 종이가 필요하듯이 증강현실은 현실공간이 없으면 탄생할 수가 없다. 증강현실을 잘 만들려면 현실 공간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Niantic의 창립자 John Hanke 만큼 현실공간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John Hanke(존 행키)

"Our aim was to create one seamless, browsable map of the entire world – an Earth that you could browse."

"전 세계를 끊김 없이 연속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모두가 전 지구를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 John Hanke


John Hanke(1967년 미국 출생)는 Keyhole이라는 위성 지도 시각화 기술 회사의 공동창업자였다. 당시 Keyhole은 투자자중에 CIA의 민간 투자사가 있었을 정도로 지도 시각화 정보에 있어 상당한 기술력을 지닌 회사였다. 원래 Keyhole은 항공기 조종사 훈련 시뮬레이션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했는데 이때 시뮬레이션을 위한 지형 정보를 빠르게 3D로 시각화하는 기술(geospatial visualisation software)을 개발하게 되었다.


2004년, Keyhole은 구글에 의해 전략적으로 인수되었고 John Hanke는 구글 Geo Division의 부사장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2005년, 아이폰이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 Jonh Hanke는 Keyhole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구 전역의 위성사진ㆍ지도ㆍ지형ㆍ3D 건물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구글맵(Google Map), 구글어스(Google Earth), 구글 스트릿뷰(Street View)를 출시했다.


Here, I want to show you something truly remarkable which is Google Maps on iPhone.


2007년, 전설적인 Steve Jobs의 아이폰 키노트에서 잡스가 아이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구글맵을 소개하며 구글맵이 찾아준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 "라떼 4000개 주문이요, 농담이에요!" 하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중 하나였다. 곧바로 잡스는 구글맵으로 세계 여행을 시작하는데 그가 Boom! 하여 지도를 위성지도로 바꾸는 장면과 에펠탑, 콜로세움을 위성 지도로 줌인하는 장면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금은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지도 앱. 그 당시는 혁명이었다.


There's a Roman Colosseum. Satelite imagery right on the phone. Unbelievable.

여기 콜로세움이 있습니다, 위성사진이 핸드폰 안에 들어가 있다니, 믿을 수 없군요!"

- Steve Jobs, 2007년 키노트, 구글맵 설명 중에


2017년 전설적인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키노트, 구글맵 어플을 켜고 구글맵 근처 스타벅스에 전화를 걸어 라떼 4000개 주문이요라고 농담한 것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중 하나였다


잡스가 구글맵을 소개하고 난 뒤 곧바로 구글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등장해 구글과 애플의 협업이 얼마나 혁신적인 일인지 설명하고 그 혁신의 기반에 구글맵이 제공하는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현실이 되었고 그 모든 백그라운드에는 John Hanke가 있었다.




보드게임 매니아가 인터넷과 컴퓨터를 만났을 때


Meridian59, 1996년 John Hanke와 그의 동료들이 출시한 세계 최초의 3D MMORPG


군사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위성 지도 시각화, 항공기 조종 시뮬레이션 훈련등을 만들다가 구글맵까지 만들게 된 사람이 갑자기 포켓몬고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는 게 좀 생뚱맞다.


그런데 John Hanke는 Keyhole 이전에 이미 최초의 3D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MMORPG, Massively Mul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1996년 출시된 Meridian59의 창시자였다. 당시엔 MMORPG 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Meridian59는 스스로를 MMPRG(Massively Multi-Player Role-Playing Game)이라 소개했다. 대규모(Massively)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최초의 3D 온라인 RPG 게임이었다. Meridian59는 지금도 Steam에서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하고 한글화도 되어있다.  


John Hanke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 굉장히 인상 깊다.


“Think about the games that you play, how many of them start by unfolding a game board – some kind of map?, The two just go together.”

"어릴 적 보드게임(Board game) 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게임들이 게임 보드(board), 일종의 지도(map)를 펼치는 것으로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나. 놀이(맥락상 Play 혹은 Game)와 지도(Map) 그 두 개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지도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John Hanke의 Meridian59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보드게임 마니아의 꿈이 실현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가디언지 기자가 John Hanke의 커리어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는데 정말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다.


"It’s this marriage of maps and make-believe that’s gone on to define the 55-year-old’s career."

"55세, John Hanke의 커리어는 한마디로 지도와 가상 세계(make-believe라고 표현)의 결혼생활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특히 Meridain 59가 3D였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당시엔 이미 2D 그래픽 GUI를 갖춘 멀티플레이 게임이 주류였는데도 불구하고 John Hanke가 최초의 대규모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을 3D로 만들어냈다는 것을 보면 그가 정말로 실제적인 가상, 가상의 실체화에 엄청난 고집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John Hanke 가 Keyhole에서 3D 지도 정보 시각화 기술을 개발하고 구글에서 구글 어스를 통해 3D 위성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2010년, 그가 위치기반의 증강현실 게임(LBG, Local Based Game)을 만들기 위해 구글 사내에서 직접 Niantic Lab을 창시한 것은 정말로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오.. John Hanke, 당신은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다음은 Niantic이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이던 시절 처음 출시했고 포켓몬고뿐 아니라 현재 Niantic의 위치기반게임들의(LBG, Local Based Game) 기반이 된 Field Trip 서비스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왜 John Hanke의 Niantic이 VPS(Visual Positioning System)에 기반한 증강현실 콘텐츠들을 고집하는지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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