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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근 Jun 04. 2023

Field Trip, 나이언틱이 쏘아 올린 작은 공 1

WebAR 프로덕트 오너의 AR 이야기 - Niantic 2부

구글맵을 통해 전 세계 모두가 공유하는 지도의 가능성을 확인한 John Hanke는 모바일 앱에서 지도정보를 활용해 놀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모색하기 위해 구글에서 사내 스타트업 Niantic Lab을 설립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그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지도 위에 가상의 놀거리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존버'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구글맵 출시와 함께 드디어 그가 표현한 "The two just go together."의 첫 번째, Map이 준비됐다. 이제 Play 만 있으면 된다.



나이언틱 AR 원정대, Field Trip

Niantic Lab, John Hanke의 첫 번째 Play


2012년, 아직 Niantic이 구글 사내 스타트업이던 시절, Niantic Lab에서 첫 위치 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앱, Field trip이 출시된다. Field Trip은 스마트폰에서 구글맵을 기반으로 내 주변의 관광 정보를 추천해서 보여주는 여행정보 앱이다. 기본 구글맵에서도 위치 정보가 나오긴 했지만 Field Trip 은 관광 정보 큐레이션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동 중에 내 주변의 관광 정보를 실시간으로 띄워 준다.


Niantic의 첫 위치기반 증강현실 서비스 Field Trip, 지금의 일반적인 지도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무려 Niantic의 첫 출시작이지만 지금은 여행지 정보를 선별해서 보여주는 지도 기반 앱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Field Trip이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왜 증강현실이지? 


Niantic의 역사적인 첫 번째 위치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앱 Field Trip을 보면 도대체 증강현실은 어디에?라는 물음표가 생긴다. 실상 구글맵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우리가 국내에서 흔히 쓰는 네이버지도, 카카오지도 등에서 카드 형식으로 주변 정보를 보여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구글의 야심작, Glass로 증강된 Field Trip


구글 글라스에서의 Field Trip을 홍보하는 영상, 우측 상단에 뜨는 정보가 Field Trip 앱이 띄워주는 실시간 위치기반 정보다.


Niantic lab의 Field Trip은 모바일뿐만 아니라 구글의 스마트 글래스, Google Glass를 지원했다. Google Glass, 2014년 대중에게 첫 공개된 구글의 스마트 글래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s-up Displays)이다. 2023년 3월부터 공식적으로 단종되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Field Trip을 사용하면 구글 글래스의 디스플레이에 내 주변의 실시간 관광정보가 카드 형태로 표시된다. 우리가 증강현실 하면 떠올리는 비전 기술과 상당히 근접해 보인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Field Trip으로 모험을 떠나는 AR 원정대, 꽤나 그럴듯하다.


홍보 영상 속 구글 글래스의 Field Trip은 증강현실로서 꽤나 그럴듯하다. 모바일 스크린샷을 볼 때는 몰랐는데 구글 글래스를 통해 눈앞에 표시되는 Field Trip을 보니 Field Trip이 왜 증강현실인지 알 것 같다. 진짜 증강현실 원정대가 꾸려진 느낌이다. Niantic 이 얼마나 실물공간에 Play, 놀잇감을 실체화하고 싶었는지 첫 서비스에 그 의지와 열정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역시 John Hanke, 첫 번째 서비스부터 구글 글래스라는 혁신적인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위치기반 정보를 눈앞에 표시하다니, 아무도 대규모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을 3D로 만들지 않았을 때 Meridian59로 3D를 고집한 증강현실 장인답다.



어라. 그런데 이거 증강현실이라고 볼 수 있나? 3D가 아니잖아.


그런데 Field Trip의 구글 글래스 경험을 홍보하는 영상을 처음 봤을 땐 어디가 증강현실 부분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영상 한 귀퉁이에 뜨는 관광 정보는 별도의 편집으로 단순 합성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구글 글래스 시점의 Field Trip AR 패널이더라. 아무리 구글 글래스가 실패한 디바이스라 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멋진 3D 증강현실과 많은 괴리가 있긴 하다. 그래서 Field Trip을 위치 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서비스라고 표현하면 이렇게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최초의 3D MMORPG 만든 사람이 글래스까지 써가면서 만든 증강현실 서비스라면 당연히 현실 공간에 실감 나는 3D 모델링으로 정보를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구글 글래스 같은 거 안 쓰고 모바일에서는 여전히 3D는커녕 실시간 카메라 백그라운드조차 없잖아. 구글 글래스는 그렇다 치고 모바일에선 Field Trip이 단순 지도앱이고 증강현실이 아닌 게 맞지?"


"아.. 아니야, 증강현실 맞다고..!"


증강현실: 실시간 카메라 배경 위의 3D 시각화?


증강현실(Augumented Reality)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결합해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포켓몬고(Pokemon GO)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증강현실을 쉽게 접했기 때문에 모바일 증강현실하면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켜진 현실 배경 백그라운드 위에 3D가 겹쳐 보이는 걸 떠올릴 것 같다. 물론 그게 가장 대중적인 증강현실 개념이 맞다. 그런데 그런 형식은 전체 증강현실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증강현실을 다시 간단히 정의하면 3차원(3D) 현실공간 위에 가상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기술이다. 가상의 정보가 3차원 공간에 올라가기 때문에 3D 캐릭터 같은 3D 모델링을 보여주는 게 증강현실이다라고 쉽게 넘겨짚고 오해하는 경향이 종종 있다.


보통 증강현실을 만들려면 개발을 해야 하는 게 가장 큰 진입장벽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개발자가 있어도 수준 높은 3D 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콘텐츠가 개발되지 못하는 때가 훨씬 많다. 증강현실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 3D 모델링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3D의 기준은 현실공간에 있지 가상 오브젝트에 있지 않다. 내가 3D 모델을 카메라 백그라운드 위에 보이게 해서 '3D' 증강현실이 아니라 '현실'이 3D 공간이기 때문에 현실에 무엇을 합성하더라도 그게 자연스럽게 3D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3D 모델이 아니어도 텍스트 정보, 이미지(jpg, png 파일 등), 동영상(mp4, mov 등)등 우리가 기본적으로 2D 스크린, 지면에서 만나는 모든 요소들을 증강시킬 수 있다.


물론 3D 공간에 띄우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모든 객체들이 복잡한 3D 실수 공간의 위치와 크기, 회전, 방향 정보 등을 가지고 있어 결국 3D 객체로 표현되는 것은 맞다. 중요한 건 포켓몬고 캐릭터 같은 3D 모델만이 증강현실에 재료로 사용되는 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면 되겠다.


카메라 백그라운드는 어떨까? 무조건 카메라가 켜져서 현실 공간에 실시간으로 가상 객체를 합성해야 할까? 사실 이제 여기서부터는 기술보다는 관념적인 차원인 것 같다. 시각적인 것에 집중하자면 실제로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장면 위에 가상의 무언가가 증강되어 눈에 보이는 게 맞다. 실제로 모든 증강현실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 눈 위에 바로 가상 정보를 결합해 주는 것. 구글 글래스가 야심 차게 등장한 이유기도 하고 현재 구글 글래스가 실패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는 AR 디바이스가 모두 안경 형태인 이유기도 하다.


AR 디바이스를 통해 내 눈앞에 바로 증강현실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일단 대중적인 스마트폰을 타깃으로 한 AR 서비스들은 모두 디바이스 카메라를 통한 스크린 속 현실 공간에 증강현실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모바일 증강현실 서비스들이 카메라 권한을 허용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건 어떻게든 현실 공간을 시각적으로 눈앞에 그려주기 위해서다.


실시간으로 카메라 현실 배경에 가상 정보를 시각화해주는 게 증강현실이라는 관점에서는 현실공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카메라 백그라운드가 없는 Niantic의 모바일 Field Trip은 증강현실 답지 않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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