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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 Oct 08. 2021

이름으로 '법'을 변화시키다

『이름이 법이 될 때』 (동녘, 15,000원) 서평

 스쿨존에서 희생된 민식이라는 아이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명‘민식이법’이라 불리며 여론에 수없이 언급되었던 그 법을 기억할 것이다. 아직도 누군가의 인식 속엔 개정된 법이 과잉 형벌이라며 유가족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국회의 ‘절차를 어긴 부실 심사’ 때문에 교통사고처리법의 강도가 강화된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이름이 법이 될 때』는 이러한 중요한 사실들 즉, 이름이 법이 되는 과정에서 성급한 판단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두고 섣불리 유가족 혹은 사건 당사자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면 안 된다는 점을 되짚어주는 동시에, 독자가 평소 인식하지 못한 공동입법자의 책임감을 불러일으켜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 정혜진은 현직인 변호사이기 전에 15년간의 신문기자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간의 능숙한 취재 경험을 살려 책에 언급되는 일곱 개의 법을 연구하며 이름으로 좀 더 정의로워질 수 있었던 법의 변화를 기록했다. 『이름이 법이 될 때』는 피해 상황의 구체적인 이야기와 이전부터 발의되었던 법의 모양새 그리고 개정된 법 내용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어 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있다. 김용균법, 태완이법, 구하라법, 민식이법, 임세원법, 사랑이법, 김관흥법과 관련된 사항들은 이미 이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것이지만 법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과 여론,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정된 일곱 개의 이름법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다. 


 법은 멀리 있다고 느껴지지만 실은 가까이 있는 존재다. 세상에 태어나 한 나라의 국민이 되면서부터 공동입법자 권리는 동시에 주어진다. 변화 없는 법 때문에 입는 피해가 나에게, 내 주변에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은 또 다른 이름의 희생자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비정규직 노동자, 살인, 교통사고, 대형참사’가 내 인근을 피해 갈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곳곳에는 숨겨진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대에 맞는 법을 외치는 용기 있는 이들이 있다. 이름으로 법을 만든 이야기를 듣고 함께 아픔을 느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넘치는 여론몰이와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나름의 주관적 판단을 하는 것. 둘째, 퇴화한 법이 변화의 시기에 왔을 때 공동입법자로서 변화를 외치는 공동체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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