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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 Mar 29. 2024

해방의 첫걸음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이미지 출처: https://tv.jtbc.co.kr/myliberationnotes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가장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풀어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는 것과는 다르게, 그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관계의 특별함이 생겨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타인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쉽게 재단하는 세상에서 과연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독자님들께 <나의 해방일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경기도민 미정은 평일 아침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소몰이하듯 힘겹게 서울에 있는 회사로 출근합니다. 회사에서는 자신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자신도 아무를 좋아하지 않죠. 그녀는 메마른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지겹게 살아갑니다. 그런 미정은 어느 날 결심하죠. 올여름 '아무나 사랑해 보겠다고.' 고르고 골라 만났던 남자들에게 한 번도 전적으로 응원해 준 적도, 응원받았던 적도 없었던 그녀는 조건 없이 사랑하며 가득 채워지겠다는 욕망을 품습니다. 그리고 미정은 출신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저녁이 되면 매일 술만 마시는 옆집 남자 '구 씨'를 사랑하기로 결심합니다. 느닷없이 구 씨 집을 찾아가 자신을 추앙하라고 부르짖으며 '서로 가득 채워지면 기쁘게 놓아주는' 계약관계(?)를 제안한 거죠.     


이미지 출처: https://tv.jtbc.co.kr/myliberationnotes


처음에는 '아무나 사랑할' 연습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시작된 관계였지만, 뱉은 말이 진심이 되었던 순간, 그들은 평범하지 않은 연인의 모습으로 서로를 보듬습니다. 미정과 구 씨는 서로를 신처럼 사랑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바라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상대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에 개의치 않아 했습니다. 그저 독립된 개체로서 존중하며 응원만 했죠.       

그렇게 여름이 가고 차가운 겨울이 돌아왔을 때, 그들에겐 과연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것에서 해방되고 싶나요? 관계? 욕망? 감정? 문제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행복하기만은 하지 않은 여러분은 어떤 갈증을 느끼고 계신가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은 어떤 기저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어디에 갇힌 것 같은데 그게 어딘지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라는 말로 시작된 미정의 해방일지는 구 씨와의 관계를 통해 결말에 도달합니다. “자신도 몰랐던 상처와 힘든 부분을 짚는 데서” 해방이 시작된 것이죠. 그동안 좋기만 했던 관계가 없었던 것, 생각해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늘 실망스럽고, 밉고, 혐오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조용히 지쳐왔던 것이었죠. 하지만, 미정은 구 씨를 좋아하기만 하자고 마음을 먹으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체험합니다. "해갈: 목마름을 해소함"을 말이죠. 상대방에게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 쉽게 판단하고 실망하고 미워하는 게 아닌,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물론 구 씨는 하루에도 12번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지만, '그냥 저런 사람이다' 인정해 버리면서 말이죠. 그래서 미정이 구 씨에게 "한 살짜리 당신을 업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방영 후, "추앙 신드롬"을 불러온 나의 해방일지. 그 이야기에 동참해 해방에 한 걸음 가까워져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미지 출처: https://tv.jtbc.co.kr/myliberationnotes


*위 글은, 에온드에온의 에디터 서포터즈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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