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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워너비 '가시리' 속에 옛노래들

고전시가 단골 소재 ‘사랑’과 이별 노래

고전시가의 변주곡들

노래 2곡이 모여 한 곡이 되다

청산별곡과 가시리의 완전체  이명우의 ‘가시리’

1977년에 열린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이명우가 부른 노래인 <가시리>는 이스라엘 민요 '밤에 피는 장미'의 가락에 고려 가요 ‘가시리’의 후반부 가사 내용와 ‘청산별곡’의 후렴구을 덧붙여 만든 창작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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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

          이명우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얄리얄라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얄리 얄라리 얄리얄리 얄라셩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션하면 아니올셰라
셜온님 보내옵나니 가시난닷 도셔오셔서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 얄라셩

[출처] 가시리 - 이명우(77' 대학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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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인 고려가요 ‘가시리’에서 여성 화자의 애이불비가 아닌 바이브가 선연한 젊은 대학생의 짙은 절규로 부르던 이 노래의 백미는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리”하고 부르던 후렴구다. 이명우가 목젖이 울리는 신명을 참고 콧속 깊이 소릿길을 내어 한음 한음 길어 올리던 노랫말 가시리의 절정은 님이 서운하면 아니 올까봐 서러워 하는 님을 말없이 보내니 꼭 다시 돌아 오라고 슬픔을 삭이는 부분이다.
고려 가요의 후렴구는 트로트의 노랫말처럼 주제는 이별인데 낙천적인 애드립의 후렴구는 흥겹고 입에 착착 달라 붙는 음성 상징어가 대부분이다.
 당시 이명우의 독특한 옹알이 발성법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20대 청년들이 통기타를 들고 청춘의 한 시대를 '가시는 이"를 향해 다시 돌아 오라고 부르던 대중 가요 ‘가시리’에 이어
고전시가와 국악, 몽상과 명상의 콜라보 이상은의 ‘공무도하가’ 역시 고전시가가 원래 노래였음을 재현한다.
백수광부의 아내가 물에 빠져 죽은 남편을 애도하며 노래를 지어 부를 때 연주했다는 공후라는 악기음을 살려 퓨전 국악으로 리바이벌한 이 노래는 <담다디>의 강변가요제 출신 가수 이상은이 아티스트로 가억되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이상은은 정규 6집에  실린 <공무도하가>에 눈 앞에서 남편이 익사하는 걸 지켜본 아내의 참담한 심정에 목이 메여 온다.
  이상은 한줄에 4자씩 짝 지어진 16개의 한자어로 아름다운 넉 줄의  노래 ‘공무도하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부활시켰다.
 1988년 8월 춘천 남이섬에서 열린 제9회 MBC강변가요제에 출전해 학교 선배가 써준 <담다디>를 불러 대상을 차지한 보이시한 매력의 꺽다리 가수 이상은은 대상 수상 후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MC 이수만의 질문에 당당하게 "마이클 잭슨"이라고 외치며 마이클 잭슨 '찐펜'임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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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가

            이상은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네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님을 어이 할꼬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ㅡㅡ

1995년 대중성이라곤 귀를 씻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 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는 대중들을 패닉에 빠트렸고, 마이틀 잭슨 춤을 추며 스탠딩 마이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당시에는 신박한 ‘걸크러시’를 내뿜는 무대 연출을 하던 그녀의 아티스트풍의 6집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10위에 오르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한 곡의 노래 속의 고전 시가 3곡과 현대시 2편>

이별 노래 끝판왕 SG워너비의 ‘아리랑’

소몰이창법 등으로 유명한 마성의 남성 보컬 SG워너비의 발라드 곡 ‘아리랑’은 이별 노래의 종합 선물 세트다.  4집의 「아리랑」은 국악과의 콜라보라는 새로운 시도에 민요 ‘아리랑’, 고대가요 ‘정읍사’ 그리고 고려가요 ‘가시리’의 노랫말을 패러디했다.
여기에 현대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초혼’도 살짝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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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작사 안영민/ 작고  조영수

꿈에서라도 만난다~면
가지말라고 하겠어요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나간 내사랑
이별길을 넘어가시~다
발병이라도 나신다면
못난 내품에서 잠시
쉬어가세요
혹시나 내게
찾아오시는~ 길
못찾을까 걱정돼
달님에게 나 부탁해
그댈 비춰드릴게요
사람아 내 사람아
불러도 대답없는
내 사람아
같은 하늘아래 살아도
다시는 못볼 사람
나는 천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댈 사랑합니다
오늘도 기다리는 나를
잊지는 말아요~

험한 가시밭길 지나~서
그댈 만날수만 있다면
두발이 헤져 닳아도
그길을 걸으리
벌써 십리밖을 지나~서
돌아오시기 버겁다면
다른 이 통해서라도
편히 쉬세요
가시는 길 꽃잎은
뿌리지 못해도
그대 행복하세요
보내드리고 우는 일
되려 그대 걱정이죠
사람아 내 사람아
불러도 대답없는
내 사람아
같은 하늘아래 살아도
다시는 못볼 사람
나는 천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댈 사랑합니다
오늘도 기다리는 나를
잊지는 말아요~
보고싶은 내 사랑아

사랑을 잊은다면
돌아보지 말고
그냥가세요
한번쯤은 나를 찾아줄
기대조차 못하게
우리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만날순 없겠지만
이토록 사랑했던 나를
잊지는 말아요
 ㅡSG워너비 <아리랑> 중략-ㅡㅡ

고려가요 ‘가시리’는 일명 ‘귀호곡(歸乎曲)’이라고도 부른다.  궁정 악보집인 『악장가사(樂章歌詞)』에 가사 전문이,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1장에 대한 가사와 악보가 실려 있다고 한다. 이형상(李衡祥)의 지은  『악학편고(樂學便考)』에 ‘嘉時理(가시리)’라는 제목으로 가사가 실려 있기도 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시리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ㅡㅡㅡㅡㅡㅡ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부른 노래로 애절한 심정을 곡진하게 표현하였다. 가사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ㅡㅡㅡㅡㅡ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 (대평성대)
 

날러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 (대평성대)

잡사와 두어리마나는
선하면 아니 올세라
위 증즐가 大平盛代 (대평성대)

설온 님 보내옵나니 나난
가시는 듯 돌아 오소서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 (대평성대)

ㅡ고려가요 <가시리>ㅡㅡ

ㅡㅡㅡㅡㅡㅡㅡ

고려 가요 ‘가시리’란 제목은 자기를 두고 ‘가실 이(사람)’이라는 뜻을 지닌다. SG워너비의 ‘아리랑의 ’첫 소절 “꿈에서라도 만난다면 가지 말라고 하겠어요” 과 2절 중반부에 “그대 행복하세요 보내드리고 우는 일 되려 그대 걱정이죠.”는 ‘가시리’에서 어차피 떠나야 할 남자를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다.  
  SG워너비는 “잡사와 두어리 마는 선하면 아니 올세라 설은님 보내 옵나니.” 라고 묵음(소리없이) 울부짖는 여성 화자를  남성 화자로 바꿔 부른다. “꿈에서라도 만난다면 가지 말라고”하고 싶다는 ‘아리랑’의 가사.
현대 가요로 부활한 이별노래 ‘아리랑’에는 가시는 듯 바삐 돌아 오시라고 부탁하던 노랫말에  ‘아리랑’의 민요 한 자락을 얹는다. 그런 뒤  만약에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나간 내 사랑 이별길을 넘어가시다 발병이라도 나신다면”다시 돌아와 내 품에서 치료 받고 일정을 늦추기를 소소하게 기도한다.
민요 ‘아리랑’은 구전으로 전승되고 재창조되어 온 한국의 전통 민요다. 우스개 소리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 험난한 고개를 넘다가 다리에 앓이 배기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쓰라리다는 소소한 저주가 후렴구의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기 난네”로 불린다고 하는데 설득력있는 해석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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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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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진달래꽃‘을 지은 시인의 이름은 이름은 김정식이고 그의 주옥같은 현대시의 50여 곡 이상이 한국인이 즐겨 부른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이라고 한다. SG워너비의 ‘아리랑’에는 김소월의 ‘초혼’과 ‘진달래꽃’이란 시가 패러디됐다.
“가시는 길 꽃잎은 뿌리지 못해도 그대 행복하세요. 보내드리고 우는 일 되려 그대 걱정이죠.”란 가사에는 김소월의 현대시 ‘진달래꽃’의 2연에 자기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님을 말없이 보내며 뒷산(‘영변’이라는 작은 산) “진달래꽃을 한아름  따다 님이 떠나  가실 길에 뿌리겠다는” 구절이 나온다.  SG워너비의 노래 ‘아리랑’에서는 “가시는 길 꽃잎은 뿌리지 못해도 그대 행복하세요. 보내드리고 우는 일 되려 그대 걱정이죠”라고 바꿔 부른다.
마성의 남성 보컬의 ‘아리랑’의 화룡정점은 김소월의 불후의 명작 ‘초혼’을 떠오르게 하는 노랫말로 마무리된다.
 이 시는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민족의 한과 슬픔을 읊은 ‘서정시의 대부’ 김소월 시인의 대표작이다. 시의 제목 <초혼>은 우리민족 전통상례의 한 절차인 고복의식에서 나온 말이다. 초혼이란 ‘사람의 혼이 떠났으나 설움이 간절해 다시 살려내려는 소망’을 함축한 말이다. 김소월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이름이여” “사람이여” “부르노라”등 망자의 이름을 직접 세 번 부르는

고복의식의 절차를 문학적으로 재현해 문학계의 감탄을 아직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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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대답없는
내 사람아
같은 하늘아래 살아도
다시는 못볼 사람
나는 천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댈 사랑합니다
오늘도 기다리는 나를
잊지는 말아요~
보고싶은 내 사랑아

SG워너비 ‘아리랑’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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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몰이 창법의 발라드 남성 3인조 그룹 SG워너비의 ‘아리랑’은 나를 버리고 가신 님의 부재를 김소월의 ‘초혼’의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몹쓸 놈의 님과의 이별을 사별의 정으로 환원해 버린다.
고조선시대부터 2021년 현대라는 통시적 시간의 흐름을 한 쾌에 엮어 완성한 이별 노래의 결정판 ‘아리랑’은 김범수의 노래 ‘끝사랑’에 이르러 완전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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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아픈데 그댄 어떨까요
원래 떠나는 사람이 더 힘든 법인데
아무 말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 알아요
간신히 참고 있는 날 울게 하지 마요

이별은 시간을 멈추게 하니까
모든 걸 빼앗고 추억만 주니까
아무리 웃어 보려고 안간힘 써봐도
밥 먹다가도 울겠지만

그대 오직 그대만이
내 첫사랑 내 끝사랑

[출처] 가요(9000)/끝사랑 -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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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벚꽃이 튀밥처럼 날린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의 봄날 오래전 내 사랑들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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