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상사화

사랑과 이별 상사곡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상사류의 운문들

     

     

매화사랑의 대명사(代名詞)로 불리는 퇴계 이황선생님. 조선 초기의 문신인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나처럼 유별나게 매화를 사랑한 이도 많지 않으리라”라고 자부했지만, 한 세대 후학인 퇴계의 매화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다. 퇴계는 매화를 ‘혹호’(酷好)했다. 말 그대로 혹독하게 사랑했다.

     

후세사람들은 그가 두향이 때문에 매화를 좋아하게 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두향이는 퇴계가 단양군수 때 친분을 맺었던 기생이다.

 퇴계가 단양군수를 그만두고 떠날 때 매분을 선물했다고 한다. 퇴계를 재임시절 한번 만나고 그 후 다시 못 만났지만 그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평생 수절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호사가들은 퇴계가 매화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더구나 퇴계가 마지막 유언으로 물을 주도록 한 매분을 바로 두향이가 준 매분으로 사실화 하면서 두 사람간의 인연을 그럴듯한 러브스토리로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 와서 확인될 수 없는 전설 같은 얘기지만 사람들은 고위직을 지낸 퇴계와 기생출신 두향이의 신분을 뛰어넘는 인연을 전설 이상으로 믿고 싶어 하고 봄에 매화가 피면 그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출처]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매화 사랑---매화인문학(16)|작성자 오월붓꽃

     

그의 매화 사랑은 그가 죽고 500년이 지난 지금에 단양군의 지역 사랑 문화 상품으로 다시 살아났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성리학자로 천원권 지폐에 얼굴이 새겨진 인물인 그가  관기, 즉 관청에 소속된 기생 두향과 ‘나이와 신분을 뛰어 넘은 애절한 사랑’을 했다는 ‘카더라’ 통신은 단양군에선 장회나루의 ‘퇴계 이황·두향 스토리텔링 공원’을 조성해 아름다운 로맨스로 재조명되었다.

 단양에서 해마다 열리는 <두향제>나  스토리텔링 공원 조성은 1970년대 말 정비석이 쓴 소설 <명기열전> 두향편과 최인호 작가가  2005년에 열림원 출판사에서 출간한 <유림>에서  퇴계 이황선생님의 매화 사랑을 모티브로 기생 두향(杜香)과의 로맨스를 그린 가상 역사소설을 참고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단양을 떠날 때 퇴계의 봇짐 속엔 수석 두 개와 두향이 마음을 담아 선물한 매화 화분을 그는  평생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지금 도산 서원에 있는 매화도 그때 그 나무의 후손이라는 말이 있다. 죽기 직전 이황의 유언은 이 매화꽃에 물을 주라는 것이였다 한다. 선생은 선조 3년(1570년) 12월 8일 아침. 시봉하는 사람에게 분매에 물을 주라고 명한 뒤  저녁 5시에 편안하게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출처] <#漢詩[한시]><#杜香[두향]><#美人列傳[미인열전]>|작성자 kwoonlee

     

     

 두 편의 소설뿐만 아니라  매화 사랑이 지극한 이황선생님의 마지막 유언이 하필이면 두향이 이황선생님과 헤어지기 전 이별의 정표로 준 매화에 물을 주라 하셨다는 스토리에 주목해 매화 사랑화 두향 사랑을 한데 역어 단양 문화 상품으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이 유언에 더해 퇴계 이황선생님의 두향 사랑의 근거가 된다는(?) 스토리텔러들의 문헌은 이황이  단양군수직을 마치고 떠나올 때 두향의 치마폭에 써두었다는 한시가 있다.

     

 

     

 死別已呑聲 (사별이탄성)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生別常惻惻 (생별상측측)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더라.

     

   * (呑= 삼킬탄.   惻= 슬퍼할측.)

     

위에 이황선생님의 한시가 5언 절구 형식에서 기와 승 단락이라면 즉 1구와 2구라면

두향이 도산서원으로 평소 이황선생님이 미치게 좋아하던 매화 사랑의 절정인 구하기 힘들다는 옥매화를  선생에게 전해 줄 때 함께 동봉한 그때 그 치마폭에 써주었던 단시

     

 相看一笑天應許 (상간일소천응허)  서로보고 한번 웃은것 하늘이 허락한 것이었네.

 有待不來春欲去 (유대불래춘욕거)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봄날은 다 가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퇴계이황선생이 기와 승을 다시 두향이 보낸  두 줄 한시의 3과 4를 합하면 전구와 결구가 모여 화답시 형태의 한편의 5언 절구 상사곡이 된다.

     

 .두향의 시    

 

이별이 하도 서러워 잔들고 슬피울때

어느듯 술 다하고 님마저 가는구나

꽃지고 새우는 봄날을  어찌할까 하노라  

     

 -퇴계선생이 단양군수로 재직시 관기 두향의 시

     

     

두향과 이황선생님이 매화 덕후로 만나 정을 쌓았을 수도 있으리란 전제로 이황선생님이 지은 <상사별곡>이란 한시를 다시 읽어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黃券中間對聖賢 (황권중간대성현)     옛날 책속에서 성현을 만나보며

虛明一室坐超然 (허명일실좌초연)     비어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아 있노라

梅窓又見春消息 (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 (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대에 앉아 줄 끊겼다 탄식마라.

     

 * (卷= 문서권.   超= 뛰어넘을초.   瑤= 옥요.   嘆= 탄식할탄.   絃= 악기줄현.)

상사별곡    - 퇴계 이황이 두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

     

     

 

이황은 1570년 12월 8일(음력) 안동이 있는 도산서원에서 7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다시는 두향을 만나지 않았다 하니 “거문고의 줄이 꾾기었다고 탄식마라.”란  마지막 구절은 48세에 만나 18세의 거문고 잘 타고 매화 사랑이 깊은 기녀 두향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노학자의 회한이 묻어난다.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더라.” 사랑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노학자의 잊혀져야 할 어린 기녀 두향.

 48세의 이황을 만나 20여 년이 지나도록  “서로보고 한번 웃은 것 하늘이 허락한 것이었네.”라는 위안으로 버티던 그녀는 그로부터 20년 뒤 그의 정인이 퇴계 이황의 부고를 듣고

 그녀가 이황선생에게  보낸 한시 결구처럼 기다려도 오지 않는  봄날이 다 갔음을 슬퍼하며 이듬해 뒤따라 생을 마감하게 했다고 한다.

두향은 살아생전 자신이 죽거든 ‘퇴계선생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강선대 아래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펙트 체크 두향과 이황선생님의 로맨스는 리얼?

     

퇴계의 정인으로 알려진 그녀에 대한 공식 기록은 찾기 쉽지 않다고 한다. 기생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에도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이광려(李匡呂)와 임방(任埅)

의 한시 두 편과 1956년에 발행된 명승안내책자 단양팔경(丹陽八景)이 전부다

     

---金相顯, 丹陽八景, 충청북도단양군단양면 발행, 1956, 44-45쪽

     

 여기에 퇴계 후손이 알려준 전설이 더해져 퇴계와 두향의 연애담을 소설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비석이 얻은 자료들은 신뢰성이 높지 않다. 그가 이 소설을 쓸 때 두 편의 한시 외에 조선시대 읍지인 호서읍지(湖西邑誌)를 참고하였다고 했는데,

이 책의 강선대 관련 대목을 앞의 단양팔경과 비교하면 다르지 않다. 후자는 전자의 관련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였고, 당시의 행정구역 이름을 덧붙인 점만 다르다.

 

문학작품은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싶어 하는 독자와 말하고 싶은 것을 전하기 위해 사실을 재구성하거나 왜곡하는 작가들의 스토리텔링에 의해 더욱 더 풍성해진다.

     

     

     

     

     

원로 가수 남진의 히트곡 ‘상사화’와 발라드 여신 ‘안예은’의 ‘상사화’

     

     

MBC  월화  특별 기획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OST 안예은의 사극풍 발라드

‘상사화’의 노랫말의 상사는  ‘상사곡’이나 ‘상사별곡’의 ‘상사’란 단어는 ‘상사병’을 앓는다‘라단어와 상사화란 꽃말을 떠 올리게 하는 노랫말이 애틋하다,

상사병은  비록 병(disease)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의학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대신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자나 여자가 마음에 둔 사람을 몹시 그리워하는 데서 생기는 마음의 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사병이라는 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송(宋)나라에서 쓰였다고 한다.  송나라 말기 강왕(康王)은 주색을 탐닉하여 시종의 부인까지 빼앗아 후궁으로 삼고, 시종에게는 죄를 씌워 변방으로 귀양을 보냈다. 아내를 너무 그리워한 남편은 얼마 후 자살했고, 이 소식을 들은 아내 역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아내는 죽으면서 남편과 합장을 해 달라고 했지만 왕은 무덤을 서로 떨어지게 했다. 그런데 이 부부가 묻힌 곳에서 각기 한 그루씩 나무가 자랐는데, 두 나무가 가지를 뻗어 서로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듯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상사수(相思樹)라고 불렀고, 여기서 상사병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사병 [相思病] - 강박장애나 조울병과 같고도 다른 사랑의 성장통 (인간의 모든 감정, 2011. 4. 10., 최현석)

     

     

상사의 마음을 담아 매화를 사랑하고 한시를 주고 받으며 사랑 노래를 부른 노학자 이황선생님과 매화처럼 고결하고 기품있는 기녀 두향의 스토리를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요와 엮어 읽오 본다면 나는 사랑병이란 ‘상사병’의 상사란 단어가 들어간 노래 두 편을 함께 읽고 싶다.

처음으로 소개할 노래는 남진의 ‘상사화’다.

     

모란이 피면 모란으로

동백이 피면 넌 다시 동백으로

나에게 찾아와 꿈을 주고

너는 또 어디로 가버리나

인연이란 끈을 놓고 보내긴 싫었다

향기마저 떠나보내고

바람에 날리는 저 꽃잎 속에

내 사랑도 진다

     

아아 모란이 아아 동백이

계절을 바꾸어 다시피면

아아 세월이 휭 또 가도

내 안에 그대는 영원하리

모란이 피면 모란으로

동백이 피면 넌 다시 동백으로

     

나에게 찾아와 꿈을 주고

너는 또 어디로 가버리나

인연이란 끈을 놓고 보내긴 싫었다

향기마저 떠나보내고

바람에 날리는 저 꽃잎 속에

내 사랑도 진다

     

아아 모란이 아아 동백이

계절을 바꾸어 다시피면

아아 세월이 휭 또 가도

내 안에 그대는 영원하리

     

[출처] 남진 상사화 노래가사|

     

     

두향을 단양에 두고 안동으로 돌아간 이황선생 곁에 20년 동안 매화는 해마다 흰눈발을 헤치고 피고 향을 피우고, 인연이란 끈을 놓고 보내긴 싫었던 노학자의 시린 가슴을 달랬을 거 간다. 삼동의 추위 속에 아름다운 빛을 살아나 정인이 어린 기생 두향을 대신해 그와 함께 한 매화꽃의 향기마저 떠나보내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이황선생님의 꽃잎이 지듯 그의 삶도 저물어갔다.

두향의 치마폭에 써 준 두 줄의 시구절이 남진의 ‘상사화’라면 두향이 매화를 선물하며 마지막으로  지어 보낸  마음 두 줄은 안예은의 ‘상사화’란 노래가 대신해 줄 수 있을 거 같다.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수 없는데

사랑이 왜 이리 아픈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하얀 손 한 번을 못 잡고서

이리 보낼 순 없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험한

길 위에 어찌하다 오르셨소

내가 가야만 했었던 그 험한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이리 나를 떠나오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왜 나를 떠나가오

     

     

-안예은 ‘상사화’-

     

     

위의 안예은 노래 ‘상사화’의 노랫말의 시적 화자를 두향으로 생각한다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험한 길 위에 오른 정인 이황선생님을 그리다가 두향은 기다리던 봄이 오기 전에 긴긴 겨울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매화처럼 향기만 남기고 선생을 따라 간 것 같다.

     

     

     

 임금이 아닌 연인과의 이별을 노래한 고전 시가들

     

     

     

 고전시가에 상사라는 단어를 붙인 노래들이 많다. 「상사별곡」은 12가사의 하나로 생이별한 남녀 간의 사랑의 정을 노래다. 고등학교 교과서엔 이세보의 ‘상사별곡’과 작자 미상의 ‘상사별곡’이 실려 있는데, 노랫말은 출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직설화법으로 서민들이 즐겨 부르던 작자 미상의 가사 ‘상사별곡’과 달리 양반들이 즐겨 부르던 이세보의 시조 ‘상사별곡(相思別曲)과  ’도산십이곡‘의 작자 퇴계 이황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상사곡‘은 문학성이 뛰어난 걸작이다.

     

조선 사대부들에게 임금에 대한 충절은 유교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많은 사대부들은 임금에 대한 그리움을 시조와 가사, 한시로 표현했다,

 조선초기 양반시가의 ‘님’이 ‘임금님’이라면 조선중기 이후 시가 문학에 등장한 ‘상사류’의 가곡들은 남성 작가가 시적 화자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애정시가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남녀 사이의 순수한 연정을 주제로 한 이러한 상사류의 가사 가운데 전형성을 보이는 작품으로, 이 작품의 문학사적 위치를 설정할 수 있다.

이들 상사류의 가사는 조선 전기의 사대부 가사 가운데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라 할 수 있는 <사미인곡 思美人曲> 계열의 가사를 계승한 것이다. 그러나 후자에 있어서 남녀간의 연정은 신하(여성화자)가 임금(임)을 흠모하는 충정의 우의(寓意)라는 점에서, 주자주의(朱子主義)라는 이념의 고리에 속박되어 있다.

반면 이들 상사류는 그러한 이념적 질곡에서 벗어나 남녀간의 순수한 연정을 무한정 표출한다는 점에 그 특성이 있다.

     

실연의 황당함을 리얼하게 노래한 작자 미상 사설시조 ’상사별곡‘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상사류의 가곡 중에 성현이 지은 ’장상사‘와 조선시대 무신 출신의 문장가인 박인로가 자신이 경험이 아니 상주영감의 이야기를 남성화자를 등장시켜 님의 대한 그리움과 상사(相思)의  마음을 곡진하게 표현한 ’상사곡‘도 있다. 평시조로  강화 기생 송이가 지었다는 ’남은 다 자는 밤에‘와 사설시조 ’나모도 바휘돌도 업슨 메게‘란 작품도 상사류의 고전시가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님을 잃은 여인의 심정을 이보다 더 실감나게 그릴 수 있을까 싶은  명작 작자 미상 ’상사별곡‘은 지은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설시조이다.

 사설시조는 조선 후기 등장한 시조 형식으로 평시조에서 두 구 이상 길어진 시조이다. 평민들이 시조를 청작해 부르면서 처음에는 초장, 중장, 종장 3행으로 시조의 글자수를 맞춰 부르다가 사설이 길어져 중장이나 종장이 무한정 길어진 변형 가곡이 바로 사설시조다. 대부분의 사설시조는 누가 지었는지 알려지지 않으며 솔직한 표현과 실생활과 관련한 내용이 많아 아마도 평민들이 지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이별 중에 제일 아픈 게 사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며 그 슬픔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 시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절박한 마음을 까투리나 뱃사공이 처한 극한의 상황에 견주어 표현하고 있다.

 임을 잃은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이 작품에서  나무도 바윗돌도 없는 산에 매에게 쫓긴 까투리 마음과 같다고 비유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조금더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엊그제 임 여읜 자신의 절망스런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큰 바다 한가운데 일천 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돛줄 끊어지고, 돛대 꺾어지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 치고, 안개 뒤섞여 자욱한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남았는데, 사면이 검어 어둑 저뭇한데, 천지적막하고 큰 파도 떴는데, 해적을 만난 도사공의 마음과 /

엊그제 임 여읜 내 마음이야 어디에다가 견주리오.

     

[네이버 지식백과] 나모도 바휘돌도 업슨 메게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고전, 2013. 11., 박인희, 강명관, 위키미디어 커먼즈)

     

노도 잃고 닷도 잃고 돛 줄도 끊어지고 돛대까지 꺽어진데다가 키도 빠진 배를 탄 그녀, 안개가 자욱하고 사면이 칠흑처럼 어두운데 해적을 만나다니 더구나 이 배는 나랏님께 보낼 일천석의 쌀을 실은 조운선이니 이를 어쩌나...

목숨을 구한다 해도 세곡선을 해적에게 빼앗겼으니 살아도 죽은 목숨이라는 비유는 가히 압권이다.

     

서양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시경‘이 있다. 두 책 모두 각각 동서양의 최고의 시집이다. ’시경‘은 황하를 중심으로 한 중원 일대 여러 나라의 노래 가사 305편을 모아 놓은 문집이다. 그러니까 악보가 빠진 가곡 선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 이별(人間離別) 만사(萬事) 중에 독수공방(獨守空房)이 더욱 섧다/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진정(眞情)을 제 뉘라서 알리/맺힌 설움 이렁저렁이라 흐트러진 근심 다 후리쳐 던져 두고/자나깨나 깨나자나 임을 못 보니 가슴이 답답 어린 양자(樣姿) 고운 소리 눈에 암암(黤黤)하고 귀에 쟁쟁(錚錚)/보고지고 임의 얼굴 듣고지고 임의 소리/비나이다 하느님께 임 삼기라 하고 비나이다

     

-작자 미상 ’상사별곡‘

     

“가슴의 불이 나니 애간장이 다 타네

인간의 물로 못 끄는 불 없건마는

내 가슴 태우는 일은 물로도 어이 못 끌까!

나날이 다달이 운우지락에 사랑하며

산골짝 맑은 물이 증인 되고

천년 만년이자 맹세했것만

못 보아도 병, 더디 와도 애가 끓는구나!“

     

     

     

-작자 미상 <상사화답가>-

     

     

이 노래의 여성은 자기 혼자만 님을 그리워하나 안타까운 마음에 좌불안석이다. 혹여라도 길가 버드나무와 담장의 꽃을 꺾어 들고 기생과 봄빛을 즐기는 게 아닐까 하며 님의 사랑을 의심한다.

     

‘이 몸이 여자 되어 도로 백년 어려워라. 문 밖에를 아니 나고 안방에서 나서 자라 백년가약 정할 적에 연분(緣分)을 따라가서 불경이부(不更二夫) 굳은 언약 철석(鐵石)같이 믿었더니 무심(無心)한 한 통의 편지 어디로 온단 말가.’ ‘상사화답곡’에서는 자신을 사모하는 마음을 결혼 전에 말하지 않은 남자에 대한 원망과 책망이 드러난다. 끝에는 꼭 만나러 가겠다는 의지적 내용이 담겨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사랑한다“는 말 수 천번보다 ”헤어지자“는 말 한 마디가 더 무겁다”는 말이 있듯이 사랑을 위해 들인 공에 비함 이별이 너무 쉬 다가오고 이별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황선생님의 허구에 가까운 사랑 노래나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의 앙칼진 여인네의 이별 설움 나누기 모두 인력으로 안 되는 별리를 아프게 받아 들이는 통과의례인 듯

     

마지막으로 현대시 한 편을 소개하며 상사곡 소개를 마치고자 한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선운사에서-

     

     

     

     



작가의 이전글 사설시조 속의 기다림의 해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