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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우리 딸

'지각대장 존은 열심히 배우러 학교에 간다

늦둥이 딸의 등교 길은 서프라이즈!     

 울 딸은 ‘시간치’다. 시계도 잘 못 보고 아니 안 보고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늦었다. 빨리 이런 말을 들어도 실감하지 못하는 듯 이게 다 어릴 때 아이가 지금 몇시 몇분이야 하고 물으면 5살도 안 된 아이에게 시간을 알려 줘도 어차피 모른다 싶어 “토끼시 개구리분!”하며 장난친 벌이다. 아이는 아직도 거실에 걸린 커다란 동물 캐릭터 시계로 세상을 가늠한다.

열두띠 동물 캐릭터로 만들어진 캐릭터 시계로 자축이묘진사오미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7시 토끼시  점심은 1시 양시 이러다 보니 대략 난감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이나 공간을 가늠하게 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소아 정신과 의사 서천석 박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중 대다수는 시간 개념이 약하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을 일컬어 ‘시간치’라고도 한다. 음감이 무딘 음치처럼 시간감각이 약한 아이를 '시간치(癡)'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시간 체감 테스트를 해보면 여지없이 아주 빗나간 답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금부터 신호를 할 때까지 몇 분이 흘렀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신호를 5분 후에 울리도록 하고 물어보면 이 아이들은 10분, 15분 등 어림없는 시간을 댄다고 한다. 또 1분 혹은 2분 등 일정한 시간을 시작과 끝 신호로 알려준 다음, 이제부터 같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할 때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열이면 열, 정답에 근접하지도 않은 시간에 손을 든다고 한다. 이렇게 7게 8세 아이들의 뇌는 머릿속에 시간의 흐름을 추정하고 조절하는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를 보지 않고는 생체 시계만으론 느리다 빠르다의 이해가 생득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시간에 맞춰 등교를 하라고 하거나 5분만 늦어도 지각이라고 야단을 치는 건 말고 안 된다.

‘지각대장 존’에 나오는 선생님처럼 내 아이의 진실을 거짓말이라고 윽박지를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간다. 조그맣게 노래도 흥얼거리고 친구들 얘기도 하고 간혹 여유가 있으면 아파트 동과 동 사이 길목에 설치된 평상에 아이 손잡고 누워( 먼지 묻는다고 내 배위에 아이를 포개 눕히고 파아란 하늘을 본다.

“하늘 안녕 바람 안녕 나뭇잎 안녕?” 살갑게 인사도 뭉게구름에 이름도 붙여 보고, 그러다 친구들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시침 뚝 떼고 학교에 간다.
 

.학교를 진짜 열심히 가는 존

 

존은 학교보다 학교에 가는 길을 정말 좋아한다. 

그림책은 그림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책 표지부터 첫 장을 넘기는 속지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타이들 속지 마지막 뒷 표지까지 존 버닝햄이 그림책 구석구석 숨겨 놓은 메타포는 시에서 쓰이는 다양한 수사법을 읽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그림책 속에 숨은 기호인 그림책에 글과 그림인 시니피앙(signifiant)을 자기만의 스토리 즉 시니피에( signifié)로 읽는다.         

 해도 아직 안 뜬 어둑어둑한 새벽에 존은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이 그림에는 분명히 존은 입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다음 페이지부터 작가는 존의 입을 안 그린다.                               


악어에게 장갑 하나 던져 주고 허겁지겁 학교에 가는 존 다음 그림은 반성문

을 300번 쓴 다음 날  서둘러 학교에 가고


바지를 덥썩 물고 학교에 못 가게 방해하는 사자를 간신히 따돌리고 허겁지겁 학교로 간다.                 

다음 날도 존은 서둘러 그 다음날도 허겁지겁 하교에 간다. 파도를 뒤집어 쓴 가여운 존은 

비 한 방울 안 오는 날에 생쥐처럼 흠뻑 젖어서 학교에 갔다가 반성문 500번          

다음 날도 존은 서둘러 그 다음날도 허겁지겁 하교에 간다. 파도를 뒤집어 쓴 가여운 존은 비 한 방울 안 오는 날에 생쥐처럼 흠뻑 젖어서 학교에 갔다가 반성문 500번을 쓰고 돌아온다. 작가는 학교에 가면 늘 혼나고 주눅 드는 존의 심리를 강조하기 위해 교실의 배경을 하얀 여백으로 채워놓는다. 그에 비해 존이 학교에 가는 길은 따스한 느낌의 샛 노랑 연두 주황색으로 채색을 했다. 2페이지에 걸쳐 연결된 이 장면은  존버닝 햄 특유의 유머가 녹아 있다.     

파도가 존을 납치하는 장면다리 위로 넘쳐흐른 파도에 공중으로 튕겨져 나가는 물고기 평화ㅣ로운 개천에서 헤엄치다. 봉변을 당한 오리의 표정도 아주 재미있게 그려 놓았다.           

파도 납치 사건으로  반성문 500번을 쓴 존은 학교 가는 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제 시간에 학교에 간다.                                     

 매일같이 말 같지 않은 이유로 지각을 하는 존, 존을 날마다 혼내주는 선생님, 둘 사이의 긴장관계가 팽팽하게 이어지다 결국 존의 K․O승으로 끝나는 이 동화를 읽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의 고전인 ‘지각대장 존’은 

 예사롭지 않은 그림과 절제되어있는 글 때문에 한 번 읽고 두 번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이 일어나고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문장,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상징으로 가득 찬 그림 때문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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