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이곳저곳 부딪치며 살아 왔는데, 그리고 가끔은 꽤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착각하기도 하며 살았는데, 그런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들이 있다. 무엇 하나 쉽지 않고, 하는 일마다 낯설게 다가오는.
지난주는 정말이지 되는 일이 없었던 한 주였다. 교사로서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이번 주는 유난히 더 힘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주치는 문제들, 시끄러운 반 아이들, 그리고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일들. 매일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전쟁터였다. 그렇게 겨우 버텨낸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찾아왔다.
겨우 눈을 뜬 토요일 아침, 와이프가 딸아이에게 두 발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오라는 부탁을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니,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공원으로 나섰다. 피곤함 속에서도 아이와의 시간이 소중하니까.
그렇게 나선 공원에서 딸아이는 두 발 자전거를 타려고 노력했지만, 연신 휘청거릴 뿐이었다. 긴장을 한 탓인지, 아니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자꾸만 넘어지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날씨는 점점 더워졌고, 내 체력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이를 향한 나의 말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그럴수록 딸 아니는 위축되는 것 같았다.
이제는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문득 옆을 보니 작은 아이가 네 발 자전거를 쌩쌩 타고 다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 생각해보니, 우리 딸아이는 네 발 자전거를 탈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두 발 자전거로 연습을하니 쉽지 않았을 거다. 이것 또한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고 조르는 딸에게, 이런저런 핑계로 나가지 않았던 내 잘못이었다.
그러한 생각을 하자, 딸에게 날선 모습으로 대꾸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모든 일에는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뛰어들려고 하면 누구든 힘들기 마련인데.
그 깨달음은 나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실수하고 넘어지며 조금씩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내 삶도 점점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일이 서두른다고 빨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며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생은 작은 성취와 실수들을 통해 서서히 익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이제 딸아이와 함께 조금씩 천천히, 네 발 자전거부터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리 인생의 모든 과정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익어가는 시간을 즐기며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삶의 과정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