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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쌤 Jun 14. 2024

GPU와 우리의 삶

어느 조용한 저녁, 나는 거실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도심의 야경이 펼쳐졌다. 도심의 불빛이 반짝이는 사이, 나는 컴퓨터의 작은 소음과 함께 떠오르는 생각에 몰두했다.      

최근 들어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 인공지능. 그 중심에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에서 만들어 낸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있었다.     

CPU와 사촌 지간이라고도 볼 수 있는 GPU는 병렬 연산의 결정체다. 하나씩 일을 처리하는 CPU와 달리 GPU란 녀석은 수천 개의 코어가 동시에 작동하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깊은 생각과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자극에 노출된다. 스마트폰 알림, 소셜 미디어 피드, 이메일...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한다. 마치 수천 개의 GPU 코어가 동시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GPU와 달리,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일에 깊이 집중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빠르게, 더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방향을 잃지 않고, 깊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GPU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것은 각 작업이 잘 정의되고 조화롭게 작동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러 가지 역할과 임무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을 조화롭게 통합할 필요가 있다.     

깊은 밤, 나는 컴퓨터를 끄고 조용히 책을 꺼냈다. 오래된 책의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느꼈다. 진정한 지혜와 통찰은 깊이 있는 사유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하나의 일에 깊이 몰두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마치 장인이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것처럼.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GPU와 같은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는 인간 본연의 능력, 즉 깊이 생각하고, 하나의 일에 몰두하는 능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바람이 창문을 흔들며 지나갔다. 나는 책을 덮고 조용히 불을 끄고 침대로 향했다. 내일 아침이 오면, 나는 다시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순간에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깊이 있는 사유와 몰입이야말로 우리를 진정한 삶으로 인도하는 나침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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