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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킴 Jan 18. 2023

소고기 편백찜 2인분

아현역 4번 출구 150m

부서이동을 했다. 최근 전산개발 업무를 새롭게 시작했다. 6개월 학원교육을 마치고 얼마 전 회사로 출근을 시작했다. 덕분에 긴장감 넘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존 일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으로 수면시간이 상당히 줄었다. 요즘 내가 피곤한 이유다. 컨디션도 급격히 떨어졌다. 그래도 2호선 여행은 가야 했다.


오늘 목적지는 아현역이다. 6년 전 술에 취해 눈을 떴던 곳. 혼미한 정신틈을 비집고 들어온 또렷했던 음성 “이번 역은 아현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오른쪽입니다" 그 아현역이다. 2호선 여행은 아현역에서 시작됐다.

   

오늘은 아현역에서 영화를 보려고 했다. 최근에 읽은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라는 소설 때문이다. 소설은 오랫동안 사수했던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됐고 국내에도 개봉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오해은 하지 마시길. 나는 평소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진 않는다. 가끔 읽긴 하는데 읽을 때마다 외로워진다. 그렇다. 나는 솔로다. 아쉽게도 아현역에는 영화관이 없었다. 남자 혼자 로맨스 영화를 보며 흘리는 눈물이 색다를 것 같았다. 그러지 못해서 내심 아쉬웠다.


다른 곳을 물색했다. 이윽고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풋케어' '발마사지' 평소 궁금했지만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곳이다. 최근에 쌓인 피로감이 옳다구나 가보라고 재촉했다. 서둘러 예약했다. 시간은 퇴근 직후인 오후 6시 30분. 퇴근 후 서두르면 가능할 거란 나름의 계산이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이 드물다. 퇴근시간은 예상보다 늦어졌고 설상가상 환승해야 할 곳도 실수로 지나쳐 버렸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 서둘러 예약변경을 시도했다. 거부당했다. 짧은 시간 예약이 가득 차버렸다. 이러면 더 아쉬워진다.


성과 없이 오늘 목적지인 아현역으로 향했다. 계획 없이 도착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3번 출구로 나갔다. 할머니가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사드리고 싶었지만 서둘러야 했다. 구수한 냄새를 뒤로한 채 앞으로 걸어갔다.


50m 정도 걸었다. 빼곡한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약간 오르막 길이었다.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정말로 장이 서있었다. 도로가에는 다양한 메뉴를 파는 이동식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재미난 여행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으로 내심 쾌재를 불렀다.



배가 꼬르륵거렸다. 떡볶이와 순대 가게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여행취지와 맞지 않았다. 취지는 기존에 하지 않을 법한 일을 하는 것. 옆 가게에선 홍어무침을 팔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홍어를 못 먹는다. 여행취지로 부합하는 듯했으나 지나쳤다. 쫓기듯 선택하는 꼴이 스스로 못마땅했다.


왔던 길을 걸어 내려갔다.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배고프고 피곤했다. 거지였다. 터벅터벅 4번 출구를 지나갔다. 오늘 2호선 여행은 최초로 포기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때마침 희미한 간판이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편백찜을 파는 곳이었다. <나 혼자 산다>에서 성훈이 그렇게도 맛있게 먹었던 그 음식. 언젠가 먹어보리라 마음속에 저장했었던 그것! 기쁨도 잠시, 망설임이 찾아왔다. 혼자 밥을 못 먹는 건 아니지만 모양새가 이상했다. 혼자 먹어선 안될 장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완벽했다. 예전 나라면 가지 않을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엔 사람들이 많았다. 빈테이블이 하나밖에 없었다. 겉옷을 벗고 앉았다. 소고기 편백찜을 주문했다. 이런... 2인분 이상만 가능했다. 나라면 1인분이 가능한 다른 음식을 주문했을 거다. 그래서 주저 없이 편백찜 2인분을 주문했다. 사이다도 추가했다. 26,000원이었다.



편백상자가 도착했다. 타이머엔 11분이 세팅되어 있었다. 주위를 살폈다. 혼자는 나뿐이었다. 헛기침 후 혼밥이 익숙한 듯 연기했다. 핸드폰을 열어 이것저것 검색했다. 의미 없는 유튜브 쇼츠 영상을 넘겼다. 드디어 타이머에서 종료 알람이 울렸다.


자태를 드러낸 편백찜은 아름다웠다. 양은 적당했다. 바닥엔 콩나물이 숨어있다. 그 위엔 얇게 썰린 소고기가 줄 맞춰 위치하고 있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걷어올렸다. 소스에 찍고 첫 입을 시도했다.  새콤했다. 맛있었다. 발마사지를 못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왼쪽 테이블에선 노부부가 서로의 하루를 들어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것. 멋진 일이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젓가락질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어느새 편백찜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훌륭한 맛이었다.


요즘 나는 책 한 권을 반복해서 읽고 있다. 간다 마사노리의 <비상식적 성공법칙>. 책에 내용대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화했다. 기한을 정하고 종이에 적고 선언했다. 


'올해 6월 30일 내 국민은행 계좌에는 10억 원이 있다.'


선언 조건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수입으로만 채울 것!"

방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창의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흥미로운 건 마이너스통장이 연결된 계좌라는 것. 잔고는 마이너스다. 10억보다 좀 더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마감과 목표금액을 정하니 관련 숫자들이 파바박 떠올랐다. 간단한 공식이 탄생했다. 2월 4일부터 하루에 700만 원씩 147일을 벌면 6월 30일에 10억이 조금 넘게 모인다. 


마이너스까지 고려한 나름 빈틈없는 계산이었다.


지금 활용할 수 있는 수단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들은 뭐가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곧 좋은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 정말로 나는 요즘 생각한 대로 많은 것들을 이루고 있다.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이 과정도 공유하겠다. 조금의 조작도 거짓도 없이 정확하게 입력할 예정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증인이자 목격자다.

앞으로 있을 나의 변화들을 여과 없이 지켜볼 관찰자다.


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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