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 01

정적의 펠리컨

by 오현지

2024.07.25 드로잉


친구와 나는 정적이 있는 사람이다.

우린 매년마다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서로가 동물을 다 봤는지, 더 보고 싶은지 생각하느라

같은 동물을 30분 동안 구경한 적 있다.

동물로 시선을 고정했지만,

상대가 구경을 다 했을지 고민하며 정적을 허용했다.


그중 친구와 인상 깊게 기억한 동물은 '핑크 펠리컨'이다.

조류 동물원의 유리창은 물길과 가까워서

펠리컨은 사람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버스 유리창에서, 신호등 밑 행인들을 구경하는 것처럼

우린 조금씩 걸으며, 선홍의 조류를 바라봤다.

회색 벽면에서 깃털을 고를 때,

부르르 떨리는 선홍색이 참 강렬했다.


오페라나 핫핑크처럼 강렬하지 않고,

연한 선홍이지만

딱딱한 벽면과 대비되는 생기에

우리 둘은 펠리컨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다음에 만날 때도 이렇게 선홍색 이었으면.


좁은 공간에 사는 것이 미안하지만 내년에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이처럼 친구와 나도 내년에도 서로의 정적을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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